의료계 집단휴진의 득과 실

의료계 집단휴진의 득과 실

의료계 내 의협 불신·국민 신뢰 잃었다는 평가

기사승인 2020-09-15 03:30:02
지난달 14일 서울 여의대로에서 열린 전국의사총파업 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를 중심으로 진행됐던 의료계의 집단휴진이 막을 내렸다. 이달 4일 최대집 의협 회장이 더불어민주당 및 보건복지부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안정화 시기 이후 ‘원점 재논의’하기로 합의하면서 집단행동은 중단됐다. 무기한 집단휴진 중이던 전공의, 전임의들도 8일 오전 7시를 기점으로 업무 복귀를 시작했다.

상황이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며 의료계 내부에서는 얻은 것이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합의에서 의사단체들의 이번 집단휴진으로 정부가 추진코자 했던 보건의료정책들의 시기를 언제일지 모를 코로나19 안정화 시기 이후로 미루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잃은 것은 많다. 우선 최대집 의협 집행부의 리더십은 곤두박질쳤다. 지난 4일 민주당과 합의를 발표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의사회원들은 믿을 수 없다는 눈치였다. 박지현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도 자신의 SNS에 “나 없이 합의문을 진행한다는 것인지?”라는 글을 올렸고, 이날 인스타그램 라이브방송을 통해 “우리는 합의한 적이 없다. ‘철회’ 등이 명문화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후 대전협 비대위는 총사퇴했고, 신 비대위체제가 구성됐다. 대전협 신 비대위도  “4일 최 회장이 합의문 작성 이후 우리는 많은 혼란을 겪게 됐다. 억울한 마음을 안고 1보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정부의 합의문 이행을 철저히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의사들 사이에서도 최 회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탄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지역과 직역을 가리지 않고 나왔다. 의료계의 분열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의회장은 최 회장을 비롯한 의협 집행부 8인에 대한 불신임 안건을 발의하기 위해 동의서를 받고 있다. 재적 대의원 240명 중 80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현재 50여명 이상이 동의한 상황이라 임시대의원총회를 발의하기에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안건이 발의되면 지체 없이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어야 한다고 정관에 규정돼 있어, 이른 시일 내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의대생·전공의·전임의 등 젊은 의사들의 행동 동력도 사라졌다. 의협이 진행하던 전국의사총파업에서 개원가의 휴진 비율은 채 10%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의대생들은 90% 가까운 인원이 의사 국시를 거부했었고, 전공의들의 휴진 참여율도 80%를 웃돌았다. 최 회장의 합의로 인해 전공의들은 진료현장으로 복귀하게 됐고, 의대생들은 국시 거부 기간을 놓쳐 1년이라는 공백을 갖게 됐다. 추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젊은 의사들의 움직임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국민의 신뢰도 잃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국시 접수 취소한 의대생들에 대한 재접수 등 추후 구제를 반대합니다’라는 청원이 지난 14일까지 55만 건이 넘는 ‘동의’를 얻었고, 파업 관련 기사에는 의사를 비난하는 댓글이 대부분이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가 제작한 ‘매년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학창시절 공부에 매진한 의사’와 ‘성적은 한참 모자라지만 그래도 의사가 되고 싶어 추천제로 입학한 공공의대 의사’ 중 누구를 선택하겠냐는 홍보물도 의사들의 특권의식을 대변하는 홍보물이라는 비난을 받으며 삭제되기도 했다.
지난달 14일 서울 여의대로에서 열린 전국의사총파업 궐기대회에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크레인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의료계의 이익·미래, 회원 보호를 위한 합의였다. ‘의협에 무릎 꿇은 공공의료’, ‘여당의 백기 투항’ 등의 비판이 나올 만큼 이번 협상은 전례가 없는 우리의 성과”라고 밝혔지만, 의사들 내부에선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내년 초까지인 최대집 회장의 임기에 따라 탄핵이 의미 없을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한 의사회원은 “임기가 단 하루가 남았어도 탄핵해야 한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nswreal@kukinews.com
노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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