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정체성 확립 “지금이 기회”…정의당 ‘민주당 2중대’ 탈피 본격화

진보 정체성 확립 “지금이 기회”…정의당 ‘민주당 2중대’ 탈피 본격화

기사승인 2020-09-16 19:26:38
▲심상정 정의당 대표. 사진=쿠키뉴스 DB

[쿠키뉴스] 정유진 인턴 기자 =정의당이 ‘위기’라는 현실 인식 하에 더불어민주당과 차별화에 나섰다. 민주당을 ‘신(新)기득권’으로 규정하며 민주당의 실책에 선명한 입장을 드러낸 것. 정의당이 민주당과 다른 진보 정체성을 다시 세움으로써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15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스타항공의 무더기 정리해고 사태에 대해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의원과 민주당의 책임을 물었다.

그는 “212억 자산가가 5억 고용보험료를 떼먹어 고용안정기금조차 못 받고 있는데, 이런 악덕 기업주에게 금배지 달아 준 집권 여당이 이렇게 나 몰라라 하고 있으면 되냐”고 맹비난했다.

직접적으로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재산 신고 누락 의혹이 있는 김홍걸 민주당 의원과 아들 군 특혜 의혹을 받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을 겨냥하기도 했다. 심 대표는 “지금 포털 정치 뉴스에 재산누락, 불법증여, 갑질 논란, 자녀 특혜. 온갖 기득권 찬스를 노리는 불법이 퍼지고 있다”라며 “참담하고 부끄럽다”라고 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에서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하다가 ‘민주당 2중대’라는 오명을 쓴 정의당이 민주당의 실책에 적극적으로 비판함으로써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정의당 당사에서 열린 ' 정의당 제6기 전국동시당직선거 당대표 후보자 토론회'에 배진교(왼쪽부터), 김종민, 김종철, 박창진 후보가 참석하고 있다.

민주당의 그늘을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는 당권 주자들 사이에서도 나왔다. 나아가 당권주자들은 정의당만의 독립적인 정체성을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종민 후보는 출마선언문에서 “이번 당대표 선거는 민주당 2중대의 길을 걸을 것인가, 독립 정의당의 길을 걸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선거”라며 ‘정의당의 독립’을 주장했다. 지난 14일 열린 1차 토론회에서 김 후보는 “진보정당의 색깔과 향기를 찾기 위해 부동산, 기본소득 등 중원 싸움에도 뛰어들고, 기후 위기, 젠더 등 변방싸움에 뛰어들어야 한다”라고 제시했다.

배진교 후보도 민주당을 겨냥해 “조국 사태와 부동산 폭등, 인국공 사태와 전공의 파업은 모두 20%, 그들만의 공정이고, 그들만의 정의”라며 “정의당은 그들만의 공정을 폭로해 그들만의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겠다”라고 강조했다.

김종철 후보는 보수화된 민주당이 아닌 이재명 경기도지사와의 정책 경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이 지사는 전 국민 기본소득이라는 과감한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집권당의 유력 대선 주자로 떠올랐다”라며 “정의당은 정책적 과감함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다만, 박창진 후보는 민주당과 인위적으로 거리두기보다는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추겠다는 입장이다. 박 후보는 “제2 창당에 준하는 혁신을 추구하겠다”라며 “정의당은 이념적 독선, 비밀주의 정파, 지도부의 불통·무책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성 비위 논란과 윤미향 의원의 기소 등으로 내홍을 겪은 가운데, 정의당이 민주당과 멀어짐으로써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정의당에 좋은 기회가 온 것이다. 그야말로 ‘가짜 진보’와 ‘진짜 진보’를 구분할 수 있는 기회”라며 “민주당이 말로만 ‘진보’를 내세우면서도 미투 운동, 조국, 윤미향 사태 등에서 사실상 진보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정의당이 이런 점을 꼬집으면서 진보 정체성을 다시 세운다면 ‘진짜 진보’ 지지층을 끌어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ujiniej@kukinews.com
정유진 기자
ujiniej@kukinews.com
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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