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정감사에선 펭수도 카카오 의장도 못 본다

21대 국정감사에선 펭수도 카카오 의장도 못 본다

증인채택 두고 여야 정면충돌… 핵심증인도, 참고인도 없는 ‘맹탕’ 국감 불가피
추미애 논란, 포털의 정치화, 인국공 사태 등 현안 두고 정쟁만 되풀이 우려도

기사승인 2020-10-07 06:00:19
2020년 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앙꼬 없는 찐빵, 탄산 없는 콜라가 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현장의 견해도, 전문가나 실무자의 설명도, 당사자의 하소연도 들을 기회가 대부분 무산됐기 때문이다. 

여·야는 6일까지 주요현안에 대해 증언 혹은 발언 할 국감 증인 및 참고인 출석명단을 확정하지 못했다. 일부 핵심증인들은 여러 이유를 들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해 증언대에 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의 일명 ‘황제휴가’ 논란과 관련해 국민의힘은 국방위원회에서 사건 당사자인 서모씨를 비롯해 10명의 증인을 신청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모두 거부해 증인 없이 국감을 진행하게 됐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서도 추 장관 아들 서씨의 무릎 수술을 집도한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교수 A씨가 증인출석을 요구받았지만 지난 5일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며 증인명단에서 빠졌다. A씨는 사유서에서 의사의 환자에 대한 비밀누설 금지를 이유로 들었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추 장관을 중심으로 한 의혹들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20여명이 국민의힘에 의해 증인신청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민주당이 모두 거부해 성사되지 않았다. 이들 중에는 ‘검언유착 의혹수사’와 관련된 한동훈 검사장과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도 있었다.

외교통일위원회에서는 서해상에서 북한군의 총격에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친형 이래진씨의 증인채택을 두고 여야가 충돌했다. 당초 이씨 스스로 국감 증인으로 나서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민주당이 이를 거부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아직 사건의 진상이 규명되지 않은데다 이씨가 국방위나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증언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며 거부취지를 밝혔다. 하지만 농해수위나 국방위에서는 이씨를 증인으로 신청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씨의 국감증언이 성사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지난 20대 국정감사에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참고인으로 국정감사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쿠키뉴스DB

정작 농해수위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를 지난 국감에 이어 이번에도 참고인으로 채택했지만 철회했다. 백 대표와 함께 이색 증인으로 눈길을 끌었던 한국교육방송공사(EBS)의 인기캐릭터 ‘펭수’나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이근 대위 역시 국감장에 서지는 않는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출석을 요구한 구글코리아의 낸시 메이블 워커 대표, 레지날드 숀 톰슨 넷플릭스서비시스 코리아 대표를 비롯해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 등 국내외 정보통신망 기업들의 대표들도 국감장에서 얼굴을 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밖에 기획재정위원회는 면세점 밀수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길한 전 HDC신라면세점 대표와 김회언 현 대표를 참고인으로,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인천국제공항공사 논란과 관련 구본환 전 사장을 증인으로 각각 채택했지만 모두 출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 무산됐다.

박원순 전 시장 사건과 정의기억연대 회계부정 의혹 등을 핵심안건으로 삼은 여성가족위원회에서도 관련 증인 혹은 참고인 채택을 협의하고 있지만,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이견차가 커 증인채택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시민사회를 비롯해 정치평론가들은 국정 전반에 대한 조사와 감시, 건전한 비판이 이뤄져야할 국정감사가 야·야의 싸움판으로 전락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국정감사가 아니라 정쟁감사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평했다.

이어 “국감을 끝낸 후 정당이미지 조사를 하게 되면 비호감이 늘어나고 지지할 정당이 없다는 비호감 비율이 높아지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이번에도) 증인이 나오지 않거나, 나오더라도 실질적인 내용보다는 이전투구식 질문만 양산되는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법으로는 ▲증인 대상 및 자격에 대한 엄격한 기준 마련 ▲필수 증인에 대한 의무출석제도 도입 ▲대기업 총수의 습관적 신청 자제 ▲북한·정치인 등 논란에 따른 증인신청 최소화 ▲국정감사의 효용성을 높이기 위한 ‘국민모니터링제도’ 운영 및 결과발표 상설화 등을 제시했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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