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KBL)가 9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서울 SK와 울산 현대모비스의 경기로 대장정의 막을 연다. 다음해 4월 6일까지 약 6개월 동안 6라운드로 10개 팀이 54경기씩, 총 270경기의 정규리그를 치른다. 이후 상위 6개 팀이 플레이오프로 우승팀을 가린다.
지난 시즌 프로농구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유행 탓에 한 시즌을 온전히 마치지 못하고 종료됐다. 정규리그가 중단된 올해 2월 말 나란히 28승 15패를 기록한 SK와 원주 DB를 공동 1위로 결정한 뒤 포스트시즌 무대 없이 시즌을 마무리했다.
때문에 올 시즌을 통해 지난번의 아쉬움을 털어놓겠다는 10개 구단의 각오가 크다.
쿠키뉴스가 프로농구 개막을 맞아 10개 구단의 간략한 전력 분석 및 주요 관전 포인트, 지난 시즌과 달라진 리그 규정 등을 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올해도 SK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올 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는 문경은 감독이 이끄는 SK 나이츠다. 6일 열린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무려 7개 팀 사령탑이 SK를 지목했다.
SK는 지난달 열린 KBL 컵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주요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져 백업멤버들이 대회에 나섰지만 놀라운 기량과 탄탄한 조직력으로 관계자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문 감독은 “‘우승 후보’라고들 하는데 부담이 상당하다”면서 “개막전부터 치고 나갈까 했지만 부상 선수가 많아 10월만 잘 버텨보겠다”고 밝혔다.
강력한 라이벌은 지난 시즌 SK와 공동 1위로 시즌을 마무리한 DB다.
외곽에 두경민과 허웅, 골밑에는 김종규가 건재하고 KBL 1호 아시아 쿼터제 선수인 나카무라 타이치(일본)도 가세한 DB 역시 여전히 우승권이라는 시각이다.
다크호스로는 안양KGC가 거론된다. 오세근과 양희종, 전성현, 이재도와 변준형 등이 자리한 두터운 선수층에, NBA 출신인 클락과 라타비우스 윌리엄스를 외국인 선수로 영입한 KGC는 SK의 독주를 견제할 강력한 대항마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잦은 부상에 시달리는 오세근의 건강 상태는 변수다. 무릎 부상에서 회복 중인 오세근이 어떤 몸 상태와 경기력으로 시즌을 치르느냐가 올 시즌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이밖에 이대성을 영입해 KBL 컵대회 챔피언에 오른 고양 오리온, 라건아와 이정현, 송교창 등이 버티는 전주 KCC도 상위권에 자리할 팀으로 언급된다.
새 사령탑 맞은 오리온과 LG, 올 시즌 성적은?
강을준 감독은 지난 시즌 최하위에 그쳤던 오리온의 지휘봉을 잡았다. 9년 7개월 만에 KBL로 복귀한 그는 이번 컵대회에서 오리온과 함께 우승을 차지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외국인 선수 제프 위디가 부상으로 뛰지 못하는 가운데서 이뤄낸 값진 성과였다.
오리온은 5명의 선수 모두가 득점을 노리고 빠르게 공수 전환을 하는, ‘토털 바스켓’을 펼쳤다. 빠르고 재밌는 경기에 팬들의 기대감도 부풀어 올랐다.
강 감독은 “정규시즌에도 지금처럼 빠른 농구로 고득점 환경을 만들겠다”면서 “우리 선수들모두가 공격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새 시즌에 드러낼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시즌 9위에 머물렀던 LG도 명지대 감독으로 있던 조성원 감독을 맞이했다.
현역 시절 화끈한 공격력으로 주목받았던 조 감독은 올 시즌 LG의 팀컬러를 ‘공격 농구’로 규정했다. 실제로 LG는 현대 모비스와의 컵대회 개막전에서 3쿼터 막판까지 13점 차로 뒤졌으나, 이후 득점을 몰아치며 역전에 성공했고 결국 승리까지 거머쥐었다. KGC와의 경기에서는 비록 패했지만 4쿼터 막바지 3점차까지 추격하는 등 불꽃 튀는 공격력을 보여줬다.
조 감독은 “코로나19 때문에 팬들이 집에서 중계로 보실텐데 시원한 농구로 기분 좋은 농구를 보여드리겠다. 선수들과도 그런 농구를 잘 맞춰왔다”고 각오했다.
KBL 찾은 NBA 선수들, 누가 최고일까
코로나19로 인해 올 시즌 KBL엔 이색 풍경이 펼쳐진다. 수준급 선수들이 코로나19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한 한국행을 택했고, 8명의 NBA 출신 선수들이 코트를 누비게 됐다. 지난 시즌 서울 SK에서 활약한 자밀 워니 외에 7명의 새로운 선수들이 가세했다.
아이제아 힉스(삼성), 제프 위디(오리온), 헨리 심스(전자랜드), 타일러 데이비스(KCC), 얼 클락(KGC), 마커스 데릭슨(KT), 숀 롱(현대모비스)가 그 주인공이다.
힉스와 데릭슨은 득점력을 뽐내는 스코어러, 위디는 2m13cm에 달하는 리그 최장신으로 골밑에 강점이 있다. 심스와 롱은 다재다능한 선수로 알려졌다. 클락은 연습 경기와 컵 대회를 통해 제 기량을 발휘하며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물론 NBA 출신 선수들이라고 해도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다. 이국의 환경, 리그 분위기 등 적응해야 될 부분이 여럿이다. 실제로 조쉬 파월, 알 쏜튼 등 NBA 리거들이 KBL을 거쳤지만 활약은 미미했다. 오히려 NBA 경험이 없는 라건아(KCC)가 오랜 시간 리그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군림했고, 능력을 인정받아 특별 귀화까지 성공했다.
전자랜드의 마지막 시즌도 감동일까
인천 전자랜드의 이번 시즌은 더욱 각별하다.
지난 8월 모기업인 전자랜드가 이번 시즌까지만 팀을 운영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인천 전자랜드라는 이름은 다음 시즌부터 KBL에서 볼 수 없다.
그런 만큼 전자랜드를 10년간 이끈 유도훈 감독의 출사표도 비장했다. 미디어데이에서 밝힌 다섯 글자 출사표는 ‘인생을걸고’였다.
전자랜드의 올 시즌 슬로건 역시 ‘내 인생의 모든 것’이다. 전자랜드는 “팬 여러분들이 저희 농구 인생의 모든 것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며 “팬들을 위해 뛰겠다는 뜻을 슬로건으로 정한만큼 이번 시즌 우리 팀의 모든 것을 보여드리겠다”고 밝혔다.
한편 유 감독 재임 기간 전자랜드가 플레이오프에 나가지 못한 적은 10년간 단 차례에 불과하다. 우승은 없었으나 정규리그 2위 두 번에 챔피언결정전 준우승 1회 등을 달성했다. 이 과정에서 드라마와 같은 성장 스토리로 팬들로부터 ‘감동랜드’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전자랜드의 올 시즌이 아름다운 이별, 그 이상의 감동을 선사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KBL, 월요일 경기로 흥행 잡을까
올 시즌 가장 굵직한 변화는 월요일 경기 부활과 아시아쿼터제 도입이다. 농구 인기를 되살리기 위해 다방면으로 변화를 주고 있는 KBL은 올해도 변화를 시도했다.
월요일 경기가 지난 2014~2015시즌 이후 6년 만에 부활한다. 국내 겨울 실내스포츠 중 월요일에 경기를 치르는 종목은 농구뿐이다. 자연스레 스포츠팬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 시즌 KBL은 주말 경기(토요일 3경기, 일요일 4경기)를 대폭 늘려 시즌 평균 관중 증대 효과를 봤다. 올해도 월요일 경기 부활을 통해 시청률과 관중의 동반 상승을 노린다.
이번 시즌 처음으로 도입된 아시아쿼터제도 농구팬들의 이목을 모은다. KBL은 지난 5월 말 선수 육성과 리그 경쟁력 강화, 글로벌 시장 확대와 마케팅 활성화 토대를 구축하기 위해 아시아쿼터제를 도입했다. 이에 D가 일본 B리그에서 활약한 나카무라 타이치를 영입하며 1호 선수가 탄생했다. 타이치가 성공적으로 KBL 무대에 안착한다면 아시아쿼터를 활용하는 팀들도 늘어날 전망이다.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