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는다’가 맞는다? 알쏭달쏭 우리말 표현

‘맞는다’가 맞는다? 알쏭달쏭 우리말 표현

기사승인 2020-10-09 05:00:14
▲사진=지난 5월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의 한 장면과 함께 '맞는다' 표현에 관한 글이 올라왔다/커뮤니티 사이트 캡쳐

[쿠키뉴스] 정유진 인턴 기자 =“바보 같지만, 저 자막이 맞는다”

최근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맞는다’와 ‘맞다’를 두고 갑론을박이 일고 있습니다. 시작은 넷플릭스 자막이었습니다. 한 네티즌은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에서 배우의 대사와 한글 자막이 다르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배우의 대사는 맞다인데 한글 자막은 맞는다로 나온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자막이 틀렸다는 반응도 더러 있었습니다.

제보도 이어졌습니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주인공 덕선의 대사 역시 ‘아 맞는다, 도시락(깜빡했다)’이라는 자막이라고 합니다. 어색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입니다. 한 네티즌은 ‘두들겨 맞는다’와 같은 느낌이 든다고도 합니다.

▲사진=tvN드라마 '응답하라 1988' 주인공 덕선의 대사가 '맞는다'는 자막으로 나온다/넷플릭스 캡쳐.

하지만, 맞는다는 옳은 표현입니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이지 않아 어색하게 느껴질 뿐입니다. 맞다는 ‘맞는데, 맞는’ 등으로 활용하는 동사입니다. 따라서 현재형은 ‘-는다’가 쓰여 맞는다로 사용해야 합니다.

맞는다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표현이 언어 규칙과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강물이 불기 전에 대피하세요’가 그 사례입니다. 언어규범 상 ‘강물이 붇기 전에’가 맞습니다. ‘붇다’는 뒤에 오는 어미에 따라 형태가 바뀌는 불규칙 용언입니다. ‘붇-’은 뒤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올 경우 ‘불-’ 형태로 바뀝니다. ‘불어, 불었다’처럼 말입니다. 반면, 자음 어미 앞에서는 ‘붇-’이 그대로 쓰입니다. 앞선 문장은 ‘-기’라는 자음 어미가 붙었기 때문에 강물이 붇기 전이라고 쓰는 것이 적절합니다.

또 다른 예로 ‘매무시’가 있습니다. 흔히 사람들은 ‘거울을 보고 매무새를 다시 했다’고 말하지만, 이는 잘못된 표현입니다. 매무새는 옷, 머리 등을 수습해 입거나 손질한 ‘모양새’를 뜻합니다. 반면 매무시는 옷을 입을 때 매고 여미는 ‘뒷단속’입니다. 국립국어원은 뒷단속의 행위는 다시 할 수 있지만, 모양새는 다시 할 수 없기 때문에 ‘매무시’가 맞는다고 설명합니다.

▲사진=작년 10월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글날 시민 꽃 바치기 행사가 열렸다/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

사람들은 왜 언어 규범과 다르게 쓸까요. 전문가는 사람들이 단어의 성격을 ‘유추’하기 때문이라고 봤습니다. 신지영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맞다는 ‘먹다, 예쁘다’처럼 동사와 형용사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며 “사람들이 동사와 형용사 사이 회색지대에 있는 단어를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따라 언어 규범과 다르게 쓸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비슷한 사례로 ‘바래’가 있습니다. 흔히 사람들은 ‘바라다’에 ‘-아’가 붙은 ‘바라’를 바래로 잘못 씁니다. 신 교수는 한글에서 ‘라’로 끝나는 어간이 ‘노랗다, 파랗다’ 정도로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는 “사람들이 파랗다가 ‘파래’로 활용하는 방식을 따라 하다 보니 바라가 바래로 쓰인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언어 규칙에 어긋나는 걸 알더라도 한 번 입에 붙은 표현은 쉽게 바꾸기 어렵죠. 일상에서 쓰는 표현이 굳어진다면 어떨까요. 향후 언어 규범이 바뀔 가능성도 있습니다. ‘잘생기다’의 품사가 형용사에서 동사로 바뀐 사례가 근거입니다. 신 교수는 “잘생기다는 ‘잘’과 ‘생기다’가 결합해 새로운 말이 만들어진 것”이라며 “사람들이 ‘생기다’라는 동사의 활용을 기억해 잘생기다를 동사처럼 쓰다 보니 품사가 바뀌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ujiniej@kukinews.com
정유진 기자
ujiniej@kukinews.com
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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