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CJ는 지난 26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6000억원대 주식을 맞교환하며 문화콘텐츠와 물류 분야에서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기로 했다. CJ는 네이버 자사주 1.28%(6000억원)을 갖고, 네이버는 CJ대한통운 자사주 7.85%(3000억원), CJ ENM 자사주 4.99%(1500억원), 스튜디오드래곤 신주 6.26%(1500억원)를 갖는 구조다.
이를 두고 네이버가 날개를 달았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온라인쇼핑 시장의 강자로 떠오른 네이버가 CJ대한통운의 물류 시스템을 이용해 배송 경쟁력까지 강화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이미 네이버는 지난해 거래액 기준 쿠팡을 앞섰다. 최근 애플리케이션 분석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가장 많은 결제가 이뤄진 온라인 쇼핑 서비스는 네이버로 나타났다. 약 21조원으로 17조원인 쿠팡을 넘어섰다. 다만, 자체 물류 배송망이 없어 앞으로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 따라붙었다. 그러나 CJ와 손을 잡으면 이를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양사는 주문‧배송‧알림 전 과정을 디지털화하고 수요 예측, 물류 자동화, 자율주행, 로봇 등 스마트 물류 구축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아울러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 기술 등 분야에서도 공동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데도 힘을 모은다. 디지털 혁신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롯데와 신세계 등 유통사들도 이들의 사정권에 놓인 것이다.
물류뿐 아니라 콘텐츠 관련 사업도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쇼핑에 미디어 콘텐츠가 결합하고 있는 것이 현 추세다. 온라인 실시간 방송을 통한 ‘라이브 커머스’는 이커머스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여겨진다. 이에 앞으로 네이버가 CJE&M 등과 협력하면 콘텐츠 제작뿐만 아니라 플랫폼까지 장악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아마존 프라임'처럼 CJ의 콘텐츠와 네이버 멤버십을 결합할 것이란 예상도 가능하다. 유료 회원제인 아마존 프라임은 2일 무료 배송에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제공 등 콘텐츠와 쇼핑을 결합한 혜택을 제공한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컨슈머 인텔리전스 리서치 파트너스(CIRP)에 따르면 아마존 프라임 회원은 9월 현재 1억2600만명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움직임에 기존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일례로 쿠팡은 최근 다시 택배사업에 재도전했다. 쿠팡이 네이버와 CJ협력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들도 나오고 있다. 쿠팡의 물류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는 지난 14일 국토교통부에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자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지난해 8월 국토부에 택배 운송사업자 자격을 반납한지 1년 만이다.
아울러 쿠팡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 진출도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 7월 쿠팡은 싱가포르의 OTT 업체인 ‘훅’(Hooq)을 인수하면서 새로운 사업 진출을 준비해왔다. 이후 지난 13일 사업목적에 ‘온라인음악서비스제공업’과 ‘기타 부가통신서비스’(온라인 VOD 콘텐츠 서비스)를 추가했다. 특허청에도 쿠팡의 OTT 서비스 관련 상표가 출원됐다.
CJ와 손을 잡은 네이버에 쿠팡까지 확장을 예고하면서 온라인 시장 선점을 위한 업계의 각축전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쇼핑몰 업계 관계자는 “배송 분야에서 네이버와 CJ의 시너지가 날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미디어 콘텐츠에서는 상당한 파급력이 예상된다”면서 “어떤 사업모델이 나타날지 지켜본 뒤,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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