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공천 위해 당헌 바꾼다

민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공천 위해 당헌 바꾼다

당헌당규 배치된 ‘책임정치’에도 당원 86.6% 공감대… 보궐 유발한 책임은?

기사승인 2020-11-02 11:31:10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권리당원 투표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4월 치러질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공천을 위한 당헌개정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성추문에 휘말리며 직을 내려놓은 오거돈 전 부산시장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뒤를 잇기 위한 내년 4월 보궐선거에 더불어민주당도 출사표를 던질 후보를 공천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지난 29일 의원총회를 열고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공천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을 표결에 붙이기로 했다. 5년 전 개정한 민주당 당헌·당규에서는 ‘당 소속 선출직 부정부패 등 중대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을 실시할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어 공천을 하기 위해서는 당헌·당규를 개정해야하기 때문이다.

이에 이낙연 대표는 “오래 당 안팎의 의견을 들었다. 후보자를 내지 않는 것만이 책임 있는 선택이 아니며 오히려 공천으로 심판을 받는 것이 책임 있는 도리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순수한 의도와 달리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은 유권자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약한다는 지적도 있었다”면서 ‘책임정치’를 강조하며 후보공천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리고 민주당 권리당원들도 지도부와 뜻을 같이하는 결과를 2일 내놨다. 민주당에 따르면 지난달 31일과 지난 1일 이틀간 진행된 권리당원투표에서 전체 권리당원 80만3959명 중 21만1804명(26.35%)이 참여해  86.64%가 찬성, 13.36%가 반대 의사를 표했다. 지난 3월 이뤄진 비례연합정당 출범투표 당시 찬성률(74.1%, 투표율 30%)보다 높았다.

이와 관련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86.6%라는 압도적 찬성률은 재보선에서 공천해야 한다는 당원의 의지 표출”이라며 “재보선에서 후보를 공천해 시민의 선택을 받는 것이 책임정치에 더 부합한다는 지도부 결단에 대한 전폭적 지지”라고 풀이했다.

이낙연 대표도 투표결과가 공유된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울·부산 시민, 성추문 피해 여성에게 거듭 사과의 말을 전하며 “유권자 선택권을 존중하는 것이 공당의 책임 있는 자세다. 철저한 검증과 공정한 경선으로 가장 도덕적이고 유능한 후보를 찾아 유권자 앞에 세울 것”이라고 약속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일 더불어민주당의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공천 방침이 확정되자 귀책사유자 책임원칙에 따라 보궐선거 비용 전액의 부담과 전국민 대상 공식적인 사과를 촉구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이날 공개된 투표결과에 따라 민주당은 2015년 문재인 당 대표 체제 당시 정치혁신의 일환으로 도입한 ‘귀책에 따른 무공천 원칙’을 5년 만에 폐기하기 위한 당헌개정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민주당은 오늘(2일) 당무위원회를 연 후 내일(3일) 중앙위원회에서 최종 개정안을 확정해 발표할 방침이다.

아울러 민주당은 자정노력의 일환으로 ‘윤리신고센터’와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를 열고 성인지 교육을 강화하는 등 성비위 문제나 부정부패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이 대표는 “성인지 교육도 강화했고 더 강화하겠다. 그런 잘못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당헌개정을 지켜보는 시선이 곱지는 않다. 책임의 범위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다.

당장 야권은 ‘책임정치’를 위해 무공천 원칙을 세운 후 ‘책임정치’를 다시 내세워 손바닥 뒤집듯 뒤집는 것은 공당의 태도가 아니라는 비판부터, 비례연합정당 참여결정 등 중요한 결정을 당원투표라는 방식으로 처리하며 책임을 회피한다는 지적까지 쏟아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중국집 사장들 모셔놓고 중식과 일식 중 뭐가 낫냐고 물어본 뻔한 결과다. 당원 속에 숨었고 공당으로서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혹평하며 “기어이 후보를 내겠다면 민주당 때문에 써야할 선거비용 838억원 전액을 민주당이 내고 민주당 지도부와 공천 받은 후보는 국민 앞에 석고대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또한 연일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이날 결과가 발표된 후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오늘 민주당은 후안무치의 극치를 공개 인증했다. ‘스스로 귀책사유가 있을 때는 공직 후보자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을 전당원 투표라는 방법으로 뭉개 버렸다. 무려 86%라니 집단최면이라도 걸린 것이냐”면서 “목적을 위한 ‘N차 가해’의 종착지는 과연 어디냐”고 꼬집었다.

이어 ‘무공천 원칙’을 만든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무엄하게도’ 문재인 대통령의 뜻을 뒤집은 것인가. 문 대통령이 이른바 ‘문재인 조항’을 뒤집는 일련의 조치를 승인한 것이 아니라면 유감을 표명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한 후 “이제 국민은, 시민은, 심판을 해야 한다”고 민주당에게 결과로 책임을 물어야 할 때가 도래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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