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제 46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을 확정지으면서 북미 스포츠계에는 당분간 평화가 깃들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동안 스포츠계와 날선 대립각을 세웠다.
2017년 NFL(미식축구)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쿼터백인 콜린 캐퍼닉이 경찰의 소수인종 폭행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국가연주 때 무릎을 꿇은 채로 앉은 것이 발단이 됐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공화당 상원의원 지원 유세에서 “국기에 무례를 범하는 선수들을 NFL에서 쫓아내야 한다”고 이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구단주들에게 ‘지금 당장 저런 개XX들을 경기장에서 쫓아내라’고 말하자”고 외쳤다. 대다수를 이루고 있던 백인 참석자들은 열렬히 호응했다.
이는 NFL의 단체 반발을 불렀다.
NFL의 커미셔너인 로저 구델은 성명을 통해 “사회통합을 분열 시키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후 NFL에선 선수들의 무릎 꿇기 시위가 확산됐다.
본래 트럼프 선거캠프에 두둑하게 자금을 지원한 ‘친(親) 트럼프파’ NFL 구단주들마저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등을 돌렸다. 100만 달러를 지원한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구단주 로버트 크래프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깊이 실망했다”고 말했고, NFL팀 클리블랜드 브라운스 구단주 지미 해슬램도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분열적’이라고 비판하는 데 가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프로농구(NBA)와도 마찰을 빚었다.
2016-2017시즌 우승팀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테판 커리가 우승팀이 백안관에 방문하는 관례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 트위터에 “백악관 방문은 큰 영광이어야 하는데 커리가 관심 없다니 초청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2020시즌 코트 바닥에 ‘흑인 목숨이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라는 문구를 새기고, 선수들 유니폼에 사회적 메시지를 적을 수 있도록 한 NBA에 대한 반감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스포츠에 정치를 개입시키는 행위들은 농구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며 “사람들은 그런 행위에 분노하고 있고, 농구 시청률은 계속 하락세”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아메리카대륙 원주민을 비하하는 인종차별적인 팀 이름을 바꾸려는 NFL 구단 워싱턴 레드스킨스와 미국프로야구(MLB) 구단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레드스킨스와 인디언스는 (인디언이) 나약하지 않고 강하다고 (생각해) 정한 이름인데 이제는 정치적으로 올바르고자 이름을 바꾸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엘리자베스 워런을 비롯한 인디언들이 매우 화내야 한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디언 혈통임을 주장해온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을 ‘포카혼타스’라고 부르며 여러 번 조롱한 바 있다.
반면 바이든은 NFL, 프로농구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었다. 바이든 지지자인 패트릭 마홈스(NFL), 제임스의 독려 하에 양대 리그 선수들 90%가 선거인 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2016년 미국프로농구 선수들 20%만이 투표에 참여한 것과 대조적이다.
메이저리그의 워싱턴 내셔널스는 바이든에게 2021년 정규시즌 개막전 시구를 요청하기도 했다. 미국 대통령이 수도 워싱턴의 연고 팀의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시구하는 행사는 전통으로 자리 잡아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단 한 차례도 시구를 하지 않았다.
물론 바이든 정권 하에서는 다른 형태의 잡음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바이든은 앞서 ‘남녀 동일 임금’ 소송에서 패소한 미국 여자축구 대표팀을 지지하고 나서며 “(미국축구연맹은) 당장 (남녀) 동일 임금을 지급하라. 그러지 않으면 만약 내가 대통령이 됐을 때 월드컵 출전 지원금을 다른 곳에 가서 받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청률‧광고 등 복잡한 문제가 얽힌 남녀 동일 임금 문제는 스포츠 업계의 쟁점 중 하나다. 관계자, 선수들의 입장이 엇갈리는 만큼 논쟁이 예상된다.
이밖에도 ‘친 트럼프’인 종합격투기(UFC), 골프 업계와의 관계도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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