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디는 올 시즌 KBL에서 기대를 받는 외국인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올 시즌 KBL의 최장신 외국인 선수(211㎝)이자 경력이 제일 화려한 선수이기 때문. 과거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남자 농구 디비전 1에서 결승전 무대를 밟을 정도로 기대를 받던 유망주였다. NBA에서도 4시즌을 뛰었다. 이후 터키, 그리스, 이스라엘 등에서 커리어를 이어갔다.
강을준 오리온 감독은 위디의 높이를 활용해 골밑을 사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높이가 좋은 위디는 상대팀에게 충분히 위협이 될 것으로 보였고, 국가대표 가드 이대성까지 FA로 잡으면서 오리온은 강력한 우승후보로 부상했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되고 위디의 활약은 어디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9월 시즌 개막 전 열린 KBL 컵대회에서 위디가 부상을 당하면서 아직까지 정상 컨디션을 찾지 못했다. 위디는 현재 9경기에 출전해 평균 6.7득점 6.6리바운드를 올리는 데 그쳤다. 아무리 부상으로 폼이 떨어졌다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이다. 한 경기 최다 득점이 11점에 그친다. 외국 선수라고 하기엔 너무나 초라한 성적이다.
기대한 수비력도 딱히 눈에 띄지 않는다. 위디는 블록 부분에서 1.44개(리그 6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자신보다 작은 선수들과 매치업에서 밀리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현재 상대하는 외국 선수들에게 평균 20점 가까이 내줬다.
팀원들의 호흡도 아쉽다. 부상으로 인해 팀원들과 손발이 맞출 시간이 적었다지만, 본인이 해결하려는 욕심에 공격을 그르치기 일쑤였다. 빅맨인데도 야투율이 고 48.1%에 불과하다. 스크리너 역할도 충실하지 않는다. 2대 2 플레이도 원할히 흘러가는 모습을 찾기 힘들다.
오리온에게 더 큰 문제는 다른 팀원들에게 흘러가는 부담이 더욱 커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위디가 부진하면서 이승현이 집중 견제를 당하고 있다. 장신 포워드 최진수가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위디마저 흔들리며 이승현이 홀로 버티고 있는 셈이다.
오리온은 위디의 출전 시간까지 조절하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릴 계획을 세웠지만, 이마저도 무너졌다.
지난 8일 위디는 LG전에서 KBL 무대를 밟은 뒤 최악의 경기를 치렀다. 12분32초를 뛰며 2득점 4리바운드 2어시스트로 저조한 성적을 냈다. 상대한 케디 라렌에게 23득점 13리바운드를 허용했다. 무기력 그 자체였다.
매번 선수들을 감쌌던 강 감독도 이제는 지친 모양새다. 그동안 위디의 부상 회복과 KBL 무대 적응을 참고 기다렸지만, 인내심의 한계가 온 것으로 보인다.
강 감독은 LG전이 끝난 뒤 “위디의 위력이 나오지 않은 탓에, LG 선수들의 기세만 높아졌다”라며 “오늘 위디의 플레이에 불만이 있다”라고 노골적으로 감정을 표출했다.
시즌 초 우승 후보에 이름을 올렸던 오리온은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위디의 부진이 겹치면서 6위까지 추락했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서 과감한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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