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수수료 깎아주자" 면세업계 곡소리에…정부는 '신중론'

"특허수수료 깎아주자" 면세업계 곡소리에…정부는 '신중론'

기사승인 2020-11-11 05:20:01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3층 출국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위기에 빠진 면세업계의 특허수수료를 감면해 주자는 법안이 나왔다. ‘특허수수료’란 정부가 면세점에 독점적 권리를 주는 대신, 행정 관리비용 징수 감면된 조세의 사회 환원 등을 목적으로 부과하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침체한 업계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지만 사실상 대기업을 위한 혜택인 만큼, 정부는 신중론을 펼치는 모양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여야는 코로나19 같은 재난 상황에서 특허수수료를 일시적으로 감면해줄 수 있는 관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재난으로 영업에 심대한 피해를 본 경우 특허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특허수수료를 감경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담고 있다.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도 “재난 등 특별한 상황에선 감면해줄 수 있는 법 규정이 필요하다”면서 “면세산업은 대규모 수출 유통산업으로서 일자리 창출 등 국민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국가산업인 만큼 지속해서 발전시켜야 한다”라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들은 기재위가 10일부터 가동하는 조세소위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특허수수료율은 매출액과 연동되는 구조다. 면세점 매장별로 연간 매출 2000억원 이하는 매출액의 0.1%, 2000억원 초과~1조원 이하는 2억원과 매출액의 0.5%, 1조원 초과는 42억원과 매출액의 0.1%의 특허수수료를 다음 연도 3월 말까지 납부해야 한다. 지난해의 경우 주요 면세업체는 특허수수료로 700여억원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타격을 고려해 올 한 해 동안 특허수수료를 유예 또는 분할납부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올해 안에 법안 처리가 이뤄질지 장담할 수 없는데다, 추가 유예 조치 등이 시행되지 않으면 올해는 물론 내년도 수수료까지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현재 면세점 업계는 '고사 위기'에 직면해 있다. 9일 통계청 '9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면세점 매출은 지난 2월 작년동월 대비 36.4% 감소했고, 지난 9월까지 마이너스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 8개월 연속으로 매출이 하락한 것은 2010년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역대 최장이다.

사진=박태현 기자
면세업계의 불황이 이어지자 지난 7월 중견 면세사업자인 SM면세점은 더는 버티지 못하고 인천국제공항 영업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 사업자 선정 역시 입찰에 나서는 면세점이 없어 난항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기획재정부는 추경호 의원에게 낸 서면 답변을 통해 “특허수수료가 특허권 부여의 반대급부로서 면세점 수익의 사회 환원 등을 고려해 설계된 점, 대기업에 대한 혜택 집중, 지난해 관세법 개정으로 실질적인 수수료 인하 요인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수수료 감면은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면세업계는 법안의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여전해 여행 수요가 살아나려면 5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라며 “개정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실제 수수료 인하까지 걸리는 시간은 더 지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전례 없는 위기에 처해있는 업계의 어려움을 알아줬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ist1076@kukinews.com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
한전진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