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모든 노동자에게 교사·공무원처럼 3년의 육아휴직을 보장하라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모든 양육자에게 평등한 돌봄권을 보장하라”는 헌법소원심판청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무원과 비공무원의 육아 휴직 차별은 헌법상 평등권·양육권 침해라는 지적이다. 해당 헌법소원에는 지난 10월부터 지난 15일까지 총 111명이 공동청구인으로 참여 의사를 밝혔다. 

남녀고용평등법 제71조에 따르면 모든 노동자는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1년 이내의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 다만 교사와 공무원은 예외다. 이들은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3년 이내의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 국가공무원법은 개정을 통해 육아휴직의 기간과 사용 사유를 확대해왔지만, 남녀고용평등법은 지난 1987년 제정 당시에 머물러 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공무원의 육아휴직이 ‘3년 이내’인 것에 반해 일반 노동자의 육아휴직이 ‘1년 이내’인 점은 합리적 이유를 찾기 어렵다”며 “일반 노동자에게 양육에 불충분한 1년 이내의 기간만을 허용해 충분한 양육의무를 이행할 기회를 원천봉쇄하고 있다. 국가가 양육권 보장을 위해 객관적으로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를 다 했다고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체에 따르면 헌법소원에 참여한 청구인들은 현재 임신 중이거나 육아휴직을 사용·사용 예정인 ‘워킹맘’이 다수다. 충분한 육아휴직을 보장받았다면 고용단절을 겪지 않았을 이들도 청구인으로 참여했다. 청구인으로 나선 박민아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공무원과 비공무원 모두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야 모두 같다”면서 “그에 대한 처우는 너무나도 달랐다. 육아휴직 1년은 양육자에게 너무나도 부족한 시간이다. 걸음마도 못 뗀 아이가 다치지는 않을지 일터에 나와도 늘 불안과 걱정이 앞섰다”고 토로했다.

아이 셋을 키우며 직장에 다니고 있는 구모(여)씨는 “단순히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일·가정 양립이 가능하고 반대로 비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일·가정 양립이 불가능한 사회가 정상적이냐”면서 “직업에 상관없이 돌봐야 할 가족이 있다면 누구나 돌볼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민간기업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공무원에 비해 턱없이 낮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공무원연금 가입자 121만9000여명 중 육아휴직 근로자는 5만4811명이다. 전체의 4.5% 수준이다. 반면 같은 기간 고용보험 가입자 1389만9000여명 중 육아휴직 근로자는 5만8750명에 그쳤다. 전체 고용보험 가입자의 0.42%에 불과하다. 

짧은 육아휴직 기간은 여성의 경력 단절을 불러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016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첫째 아이 출산 후 경력단절 된 여성 노동자는 49.8%에 육박했다. 공무원·교사는 11.2%였다. 경력단절의 위협은 ‘비출산’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육아휴직 개선 법안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정은혜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했던 ‘라떼파파법’이 대표적이다. 라떼파파법은 육아휴직 대상 자녀의 나이 제한을 8세에서 10세로 연장하고, 육아휴직 기간을 3년 이내로 늘리는 것이 골자였다. 라떼파파는 한 손에 카페라떼를 들고 한 손으로 유모차를 미는 육아에 적극적인 북유럽 남성을 뜻하는 단어다.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21대 국회에서도 꾸준히 나온다.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월 근로자의 육아휴직 기간을 최대 3년으로 확대하고 육아휴직 대상 자녀 연령을 ‘만 10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4학년 이하’로 확대하는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남성 근로자가 100일 이상 육아휴직을 의무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