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있었는데도 안전은 ‘뒷전’” 기업 무책임이 가습기살균제 피해 키웠다

“기준 있었는데도 안전은 ‘뒷전’” 기업 무책임이 가습기살균제 피해 키웠다

기사승인 2020-11-18 15:27:57
▲ 최예용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1990년대 국내 가습기 살균제 개발 및 출시 상황과 시장형성 과정'에 대한 조사결과 발표 및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국내에서 최초로 가습기살균제가 개발될 당시, 흡입 독성 시험에 대한 기준이 있었음에도 기업들이 이를 모두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18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사참위 대회의실에서 ‘1990년대 국내 가습기살균제 개발 및 출시 상황과 시장형성 과정’에 대한 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햇다. 

사참위에 따르면 지난 1994년 국내 최초 가습기살균제인 ‘유공 가습기메이트’가 안전성 검토를 거치지 않은 채 출시됐다. 인체에 해가 없다는 허위광고도 함께였다. 가습기메이트 출시 후, 국내에 가습기살균제 시장이 형성됐다. 2020년 현재까지 총 48종의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문제는 유공 가습기메이트 출시 이후, 옥시와 LG생활건강, 애경산업 등도 이를 벤치마킹해 가습기살균제 원료를 결정해 제품을 출시했다는 점이다. 사참위는 “그 어느 기업에서도 제대로 된 안전성 검증과정을 거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며 “이들 기업에서는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미국 연구소 등에 제품 관련 안전성 의뢰를 했으나 그 어느 것도 제대로 된 검증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공과 옥시, LG생활건강은 해당 시험 결과가 도출되기도 전에 제품부터 먼저 출시했다”는 내용도 공개됐다. 

당시 흡입 독성 시험 기준이 있었음에도 기업들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립환경연구원은 지난 9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시험지침 및 각국의 시험 방법을 비교·검토해 시험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하고 시험 방법을 마련했다. 급성 흡입 독성 시험 등에 대한 시험 방법 원리와 시험보고서 작성방법 등이 제시됐다. 당시 미국과 일본 등의 흡입 독성 시험 기관에서 화학물질 흡입과 관련 다양한 연구도 수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기업들은 명확한 안전성 검증 없이 제품을 판매했다. 유공 가습기메이트를 포함해 총 19개 제품의 라벨에 “인체에는 전해 해가 없다” “인체에 안전한” “인체 무해” 등의 문구가 표기됐다. 

최예용 가습기살균제사건진상규명소위원장은 “기업들은 ‘제품 개발 당시 국내에 제대로 된 기준이 없었다, 당시 과학기술 수준에 비추어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하지만 90년대 이미 흡입 독성 실험 기준이 마련돼 있었다. 해외에서는 관련 실험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다”며 “90년대 안전성 검증을 하지 않아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손해도 입지 않는다는 잘못된 경험이 결국 2000년대까지도 이어져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기업들은 이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사참위는 2000년대 이후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이 가습기살균제를 개발·판매한 과정 등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지난 13일 기준, 정부에 접수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6923명이다. 이중 사망자는 1577명에 달한다. 사참위는 600만명 이상의 국민이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으며 피해자 규모는 67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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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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