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간호사들이 간호사 유연근무제 도입은 개악이라며 규탄하고 나섰다.
간호사 단체 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이하 행간)는 국회의원과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참석한 국회 토론회에서 간호사 유연근무제를 도입이 언급된 것과 관련해 ‘간호사를 저임금 소모품으로 쓰겠다는 병원경영진 입맛에 맞춘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국회에서는 지난 16일 대한간호협회(이하 간협)와 대한병원협회(이하 병협)가 주관하고, 강병원·허종식·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최연숙 국민의당 의원이 주최한 '일·가정 양립을 위한 다양한 간호사 근무 형태 도입‘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 참석한 송영조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현재 국회에서 간호사 유연근무제 관련 예산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으며, 시범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복지부 계획을 밝혔다.
유연근무제는 근로자와 사용자가 협의해 근로 시간이나 장소를 선택·조정하는 제도다. 근무 시간을 조율하는 시간선택제, 근무 시간과 장소를 근로자 재량에 맡기는 재량근무제 등이 대표적이다. 직장으로 출근하지 않는 재택근무제나 원격근무제도 한 유형이다. 유연근무제는 인력활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지만, 비정규직 고용을 확대하고 일자리의 안정성과 질을 저하한다는 지적도 꾸준했다.
간호사는 근무지가 대부분 의료기관으로 고정된다. 따라서 간호사 유연근무제는 시간선택제로 이뤄진다. 하루 12시간씩 근무하는 2교대제, 8시간 근무하는 3교대제가 대표적이다. 통상근무자와는 다른 시간대에 주 40시간 근무하는 고정근무제, 통상 근무자보다 적게 근무하는 단시간근무제도 있다. 야간전담제·휴일전담제 간호사의 경우 야간이나 휴일에만 근무한다. 즉, 간호사 유연근무제가 확대되면 의료기관에서 업무집중시간에 많은 간호사를 투입하고, 그렇지 않은 시간에는 필수 인원만 유지할 수 있다.
행간은 간호사 유연근무제 확대 논의가 의료 현장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탁상공론이라고 비판했다. 병원은 언제 응급상황이 닥칠지 예측할 수 없는 장소로, 매 순간이 업무집중시간이라는 것이다.
유연근무제 확대가 환자의 건강권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행간은 2교대 근무가 시행되면 시간외 노동과 장시간 노동으로 간호사들의 체력이 더 빨리 소진되고, 안전사고 발생 확률도 올라간다고 강조했다. 또 간호사들이 단축시간제와 시간제 파트타임으로 근무하게 될 시, 업무의 연속성이 떨어져 환자파악이 어렵고 간호 업무가 단순 처치로 한정된다고 분석했다. 이는 결국 투약오류를 비롯한 안전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행간의 시각이다.
복지부는 현장의 간호사들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우려를 최소화 하겠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간호정책TF 관계자는 “당장 유연근무제를 확대한다는 방침이 아니다”라며 “우선 국회에서 시범사업을 위한 예산이 확보되면, 일선 간호사와 의료계·병원계 전문가들과 견해를 공유하는 단계를 거쳐 실행 계획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막 논의가 시작된 사안인 만큼, 종합적으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 당 의료기관 활동 간호사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 7.2명의 절반 수준인 3.5명이다. 전체 면허소지자는 37만5000여명이지만, 실제 의료기관 활동자는 18만6000여명이다. 간호사 면허소지자의 임상 활동 비율은 약 49.6%로, 이직과 퇴직률이 높고 근속 연수가 짧아 과반이 유휴 인력이다. 이는 3교대·야간근무 등에 따른 과중한 업무부담과 열악한 처우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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