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희 아나운서 ▶ 쿠키뉴스 지영의 기자가 준비하는 G 기자의 시시각각 시작합니다. 지영의 기자. 안녕하세요.
지영의 기자 ▶ 네. 안녕하세요. 쿠키뉴스 지영의 기자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오늘은 어떤 이야기 나눠볼까요?
지영의 기자 ▶낙태를 택하는 게 처벌받을 일일까요? 지난 달 7일 입법 예고한 이른바 '낙태죄 개정안'을 두고 다시금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관련 법을 손보라고 한 취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퇴보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고요, 낙태죄를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에서 모두 거세게 비판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오늘 자세한 관련 상황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태아의 생명권이냐, 여성의 자기결정권이냐 이 두 가지를 놓고 해묵은 논쟁을 이어오던 낙태죄 폐지를 두고 다시 한 번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입법 예고된 '낙태죄 개정안'에 논란이 일고 있는 건데요, 이에 관련된 이야기 지영의 기자와 함께 나눠볼게요. 지기자, 정부가 낙태죄 관련 법률 개정 절차에 착수한 건데요. 배경이 뭔지 먼저 짚어볼까요?
지영의 기자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 결정이 배경입니다. 당시 헌재는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헌재는 위헌 결정을 내릴 경우 입법 부재로 혼란이 우려된다며 올해 말까지 관련 법 조항을 개정하라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런 헌재 주문에 따라 정부가 여러 논의를 거쳐 1년 6개월 만에 입법 작업에 나선 겁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헌재가 정한 시기까지 입법부가 관련 입법을 하지 않을 경우 낙태죄는 2021년 1월1일부로 효력을 상실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10월7일 입법예고안을 내놓은 것인데요, 정부가 낙태를 처벌하는 조항을 손보는 건가요?
지영의 기자 ▶ 형법에 규정된 '낙태죄'가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형법은 낙태한 여성을 1년 이하 징역이나 2백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고요. 낙태수술을 집도한 의사도 처벌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들은 그대로 남겨두기로 했습니다. 다만 '낙태의 허용요건'을 정한 조항을 신설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형법상 낙태죄를 유지하되 그 ‘허용조건’이 변경된 건데요, 어떤 내용인지 살펴볼까요.
지영의 기자 ▶ 임신 초기인 14주까지는 임신 중절을 전면 허용하고 14주 이내에 의학적으로 이뤄진 낙태는 처벌하지 않고요, 또, 24주까지는 성폭행 피해로 인한 임신 등에 대한 낙태를 허용하고, 사회적·경제적 이유로 임신을 지속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상담과 24시간 숙려기간을 거쳐 낙태를 결정했다면 처벌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임신 14주까지 낙태가 전면 허용되고 24주까지는 조건부 허용된다는 게 핵심인데 14주, 24주를 어떤 기준으로 정한 것인지 궁금하네요. 먼저 14주의 기준부터 살펴보죠.
지영의 기자 ▶ 임신 14주는 헌재가 낙태죄 조항을 판단하면서 임신 중단을 허용해야 한다고 언급한 기간 가운데 하나입니다. 태아가 덜 발달하고, 안전한 낙태수술이 가능하며, 여성이 낙태 여부를 숙고해 결정하기에 필요한 기간인 임신 제1/3분기에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입장인 것이죠. 정부 역시 '실제적 조화의 원칙'을 언급했습니다. 태아의 생명권과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실현을 최적화하는 방안을 고민했다는 겁니다. 14주까지는 태아가 사고를 하거나 자아를 인식할 수 없다는 세계보건기구 등의 여러 연구 결과도 참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렇다면, 조건부 허용되는 24주는 어떤 기준일까요.
지영의 기자 ▶ 쟁점은 모체를 떠나 태아가 생존할 수 있냐인데요. 세계보건기구 자료를 살펴보면, 태아가 22주 이상, 체중 500g 이상이어야 독자적 생존할 수 있다 보고 있습니다. 이미 현행법엔 유전적 문제나 성범죄 등 있었다면 24주 이내에서 낙태 허용하고 있는데요. 개정안엔 여기에 사회·경제적 사유가 추가된 겁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낙태와 관련해서 정부가 모자보건법 개정도 동시에 추진하는데요. 어떤 내용들이 있는지 하나씩 살펴볼까요.
지영의 기자 ▶ 정부는 원치 않는 임신을 막고 낙태를 감소시킬 수 있는 사회적·제도적 여건을 모자보건법 개정을 통해 구체적으로 정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우선 현행법에 '수술'만 규정했던 임신중절 방법을 '약물이나 수술 등 의학적 방법으로 임신을 종결하는 행위'로 바꿨습니다. 낙태 시술 방법을 구체화해서 임신부의 선택권을 늘렸다는 설명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렇군요. 낙태는 수술로도 이루어지기는 하지만 약물을 쓰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데 이제 이것도 법에서 허용되는 건가요?
지영의 기자 ▶ 그렇습니다. 이전까지는 낙태를 하기 위해서 먹는 약물에 대한 것들은 수입이 전면적으로 금지됐었습니다. 미프진이라는 약물인데요, 다른 나라에서는 전반적으로 허용은 됐었습니다. 지금 문제는 어떤 시술이라든가 수술을 통해서 하는 인공중절 낙태에 대해서는 주수로 제한을 뒀는데. 지금 약품에 대해서는 또 제한없이 수입을 해서 들어오고 이걸 살 수 있고 하는 상황이 생긴 거죠. 그래서 일각에서는 결론적으로는 낙태 관련 약물에 대한 허용만 이루어진 법안이냐는 비판도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또 이전부터 지적돼 왔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있었던 게 낙태 시 배우자의 동의가 있어야 된다는 조항이었거든요. 이번 모자 보건법 개정안에서는 이 부분은 빠졌다고요?
지영의 기자 ▶ 네.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일었던 배우자 동의 요건도 삭제됐습니다. 다만, 의사는 본인의 신념에 따라 인공임신중절 요청을 거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이게 여성의 권리 혹은 여성의 결정권이라는 측면들이 보강된, 보완된 개정인 거죠.
김민희 아나운서 ▶ 모자보건법 개정안, 그 밖에 눈에 띄는 부분, 어떤 게 있을까요
지영의 기자 ▶ 중앙 임신·출산 지원기관을 설치해 긴급전화나 온라인 상담을 제공하고, 보건소에도 상담기관을 둬서 임신으로 인한 위기·갈등 상황에 대한 사회·심리적 상담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상담 절차를 거치면 임신의 유지·종결에 관한 상담사실확인서를 발급받게 됩니다. 심신장애인은 법정대리인 동의로, 미성년자는 보호자 동의 대신 상담사실확인서 등으로 낙태시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추가됐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임신 24주 이내 임산부가 상담 이후 24시간 숙려기간이 지나면 낙태로 처벌받지 않도록 한다는 겁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런데 각 개정 법안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잖아요. 어떤 부분 때문인 건가요.
지영의 기자 ▶ 먼저 14주 이내 낙태허용안에 대해서는 이유도 묻지 않고 임의로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특히 “임신 14주이내 제한 없는 낙태는 원치 않는 성별 등의 사유로 아이가 낙태되는 위험을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24주 이내 조건부 허용과 관련해서는 헌법재판소 판결에서 태아가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임신 22주에 도달하기 전에 ‘결정 가능기간’을 정하도록 한 판결을 넘어서는 것으로 부당하다는 지적입니다. 사회적 경제적 사유에 대해서는 추상적인데다 명확성이 없어 무제한 낙태의 허용으로 갈 수 밖에 없는 부당한 입법이라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또 약물낙태허용과 관련해 약물낙태의 위험성이나 도입의 필요성 등에 대한 의학적, 사실적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요 이외에도 미성년자 낙태와 숙려기간, 상담기관과 상담원 자격 등의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어쨌든 사실상 ‘낙태죄’가 다시 부활이 된 것인데요, 이렇게 임신 기간에 따라서 처벌을 유지하겠다는 정부쪽의 입장은 무엇인가요?
지영의 기자 ▶ 법무부는 일종의 절충을 했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여기에는 헌법재판소 판단도 영향을 미쳤는데요. 2012년 헌재는 임신 기간, 즉 태아의 성장 상태와 관계없이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 낙태죄 필요하다, 합헌이다, 이렇게 봤습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태아가 엄마 뱃속을 떠나서 생존할 수 있는 임신 22주가 되기 전에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더 보장받아야 한다, 이렇게 봤습니다. 위헌이니까 기한 내에 법을 고치라고 했죠. 정부로서는 이렇게 헌재가 판단한 범위 안에서 법 개정을 했다, 이런 입장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런데 정부의 이런 절충에 대해서 여전히 위헌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지금 나오고 있는 거잖아요.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조항이 그대로 남게 돼 그 자체로 위헌이란 주장인건데요.
지영의 기자 ▶ 네. 이런 정부안에 대해 여성 인권을 퇴행시킨 위헌적, 기만적 법안이라는 비판이 각계에서 쏟아졌고 전국적인 항의 행동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초, 천주교 여성 신자 1015명의 낙태죄 폐지선언이 있었고 한국여성민우회는 낙태죄 폐지 필리버스터를 열었는데요 참여자가 많아 6시간 동안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그 밖에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민주노총 등 23개 단체 모임 역시 정부의 이런 결정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이번 개정안. 낙태를 찬성하는 쪽은 물론, 반대하는 측까지도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반대하는 쪽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지영의 기자 ▶ 한편 낙태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생명보호단체에서는 태아의 생명 보호를 주장하며 정부의 개정안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14주 이내에 모든 낙태를 아무런 조건 없이 임부의 요청만으로 허용한다는 것은 사실상 낙태를 전면 허용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24주까지는 사회·경제적 사유를 두기는 했지만 사회·경제적 사유라는 것에 해당하지 않는 사유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또 일부 종교계에서도 "태아는 별개의 생명체"라며 정부안에 반대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고요 전국 여성 대학교수 174명도 개정안이 태아 살인을 정당화하고 태아의 생명권을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라고 강조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런가하면 정치권 내부에서도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지영의 기자 ▶ 국회 여성가족위 여당 간사인 권인숙 의원은 SNS를 통해 "명백한 역사적 퇴행"이라고 비판하며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대안 입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법사위 소속 박주민 의원도 낙태죄를 삭제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의당 역시 임신 주수 같은 낙태 허용 요건을 아예 없애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이번 개정안에 대한 비판들을 살펴보면 여성의 자기 결정권 존중이라는 법 개정 취지에 반하는 명백한 후퇴라는 주장이 많은데요, 사실 처벌을 한다고 해서 낙태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음성화된다, 이런 비판도 계속 나왔잖아요. 그동안 낙태죄로 인해 생겨났던 부작용들, 어떤 것들이 있는지 짚어볼까요.
지영의 기자 ▶ 그동안 여성들은 ‘낙태죄’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임신중단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하고, 비싼 수술비를 내고 불법적인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수술 전후에 적절한 의료서비스나 상담, 돌봄 등을 받을 수 없었고 의료사고나 후유증이 발생해도 법적 구제를 받지 못했고요 수술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청소년이나 저소득 여성들은 적절한 시기에 임신중단을 못하고 끝내 시기를 놓쳐 출산하는 경우 영아 유기 내지 살해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여성만을 처벌하는 차별적인 법은 남성의 복수나 괴롭힘의 수단이 되기도 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이번엔 해외의 사례들도 살펴볼게요. 현재 다른 나라 같은 경우에는
임신 주 수 제한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지영의 기자 ▶ 낙태 문제를 둘러싼 찬반 논란은 해외에서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전 세계 67개 나라가 본인 요청에 따라서 낙태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는데 낙태죄 자체가 없는 극소수 나라를 빼면 평균 12주 정도로 시기적인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미국은 주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임신 24주 이전의 낙태를 허용합니다. 50개 주 가운데
43개의 주가 임신 20주에서 24주 이전의 낙태를 조건부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유럽도 낙태를 금지해온 기독교 근본주의에서 벗어나 낙태를 허용하고 있는데요. 아이슬란드는 임신 16주까지, 스웨덴은 18주, 네덜란드는 22주까지 낙태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는 여성이 '곤궁한 상황'에 처했을 경우 12주 이전 낙태를 허용하고, 독일도 임신 12주 이전에 대해서만 허용하고 있고요. 영국은 의사 2명의 동의를 얻은 경우, 임신 24주까지 낙태 수술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주 수의 차이만 있을뿐, 대부분 주 수 제한을 어기고 낙태를 하면 처벌받긴 하는거네요. 그러면 낙태를 완전한 비범죄화 이렇게 한 사례도 있습니까?
지영의 기자 ▶ 아주 최근에 뉴질랜드 사례가 있습니다. 올해 3월에 법 개정을 통해서 낙태에 따른 처벌조항을 아예 완전히 없앴습니다. 임신 주 수에 따른 제한이 남아 있기는 한데 20주가 넘으면 2명 이상의 전문가가 여성의 건강 상태, 행복, 임신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을 해서 낙태시술을 할 수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국내외 여러 인권기구의 권고사항은 어떤가요?
지영의 기자 ▶ UN여성차별철폐위원회, 또 국가인권위원회,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원회는 줄곧 어떤 경우에도 낙태는 범죄로 간주되어서는 안 된다, 전면 폐지를 촉구해 왔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렇군요. 전세계적으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냐, 태아의 생명권이냐. 좀처럼 결판이 나지 않는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 헌재가 주문한 입법 기한은 연말까지죠? 앞으로 입법 절차가 어떻게 되는건가요.
지영의 기자 ▶ 입법예고 기간은 이번 달 16일까지 40일입니다. 정부는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등을 거쳐 최종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이후 국회에서의 원활한 논의가 이뤄지도록 지원해 올해 안에 법 개정이 완료되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헌재가 위헌 판단한 낙태 처벌 조항은 그대로 남겨둔 만큼 법안이 최종 공포될 때까지도 낙태죄 전면 폐지를 주장해 온 여성단체들의 반발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정부의 개정안에 대해 각계각층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관련 법 개정은 올해 연말까지 마련돼야 하는 상황입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 어느 하나 포기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들인데요.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절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충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해 보입니다. 시시각각 마칩니다. 지영의 기자였습니다.
지영의 기자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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