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꺼낸 국조카드, 야당은 ‘환영’ vs 여당은 ‘불편’

이낙연 꺼낸 국조카드, 야당은 ‘환영’ vs 여당은 ‘불편’

야권, 추미애 국조와 연계 혹은 단독 추진 모두 긍정적… 여권선 ‘자충수’ 우려도

기사승인 2020-11-26 12:11:45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왼쪽부터)가 지난 19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 추천 무산에 따른 대책 논의를 위해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김태년 원내대표와 간담회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법무부가 밝힌 윤석열 총장의 혐의는 충격적이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판사 사찰이다. 법무부는 윤 총장에 대한 향후 절차를 엄정하고 신속하게 진행해주길 바란다. 다른 현안에 대해서도 신속히 진상조사로 밝히고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가 25일 쏘아올린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 관련 발언이다. 이에 대해 야권이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하고 나섰다. 반면 민주당은 오히려 불편해하는 반응들이 곳곳에서 관찰된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패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당장 25일 국민의힘 소속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이 윤 총장 직무배제 사태에 대한 진상파악을 위해 요구한 법사위 전체회의가 개의 15분 만에 산회됐다. 윤호중 법사위원장와 백혜련 민주당 간사는 윤 총장이 국회로 오고 있다는 전언에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심지어 윤 위원장은 “현안질의에 의해 법무부 장관이든 검찰총장이든 출석을 하라고 연락한 바도 없는데 누구하고 이야기해서 검찰총장이 멋대로 회의에 들어오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총장에 대한 현안질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백혜련 간사는 “곤란하다”고 했다.

윤 총장이 법사위에 출석해 공개적인 자리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지 알 수 없다는 불안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긴급하게 윤 총장의 직무정지 및 징계청구를 발표한 배경에는 법무부 특별활동비 유용논란을 방어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후문도 나돈다.

▲윤호중 법제사법위원장이 25일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전체회의를 15분만에 산회시켰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내에서도 국정조사에 대한 별다른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표가 검찰의 판사사찰 의혹은 그냥 넘길 수 없다는 의지를 표명한 만큼 검찰개혁이나 민주주의 완성을 위해 진실규명과 재발방지는 해야 한다는 입장은 분명하다.

다만 야당이 사안을 정쟁으로 끌고 가려한다는 우려를 표하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나 국조 시점 등에 대한 논의는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의 ‘자충수’ 혹은 ‘패착’이라는 평가들이 나온다.

이미 국민의힘 등에서 추미애 법무부장관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윤 총장에 대한 국조카드를 꺼내들어 야당에게 국조요구의 명분을 제공했다는 점, 윤 총장의 국조 가운데 추 장관 등의 문제도 함께 다뤄질 수 있다는 점, 국조 카드를 꺼내며 오히려 정쟁에 불을 붙였다는 점 등이 근거다.

이와 관련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정지 사유가 너무나 궁색하다는 지적이 많다. 기초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면서 “검찰총장 직무정지 사유와 함께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과 검찰권 남용, 과잉인사권 행사에도 문제가 없는지 포괄적인 국정조사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역으로 제안했다.

나아가 “권력기관의 법치가 아니라 완장 찬 정권 인사들의 일상화된 직권남용으로 헌법의 기본정신인 자유민주주의가 좌절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매우 높다”면서 “이 정부 들어서 사법 질서가 혼란에 빠지는 양상이다. 검찰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검찰의 질서를 파괴하는 일이 자행되고 있지 않나 (우려된다)”고 의혹의 시선을 증폭시키는 발언을 남겼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국정조사 수용 안해도 국민의힘은 윤석열 총장의 국정조사를 수용하는 것이 좋다. 어차피 추 장관이 주장한 윤총장 직무배제 이유들은 근거가 없기 때문에 윤 총장이 국정조사에 나와도 불리할 것이 없다”고 민주당의 윤 총장 국정조사를 수용하라는 입장을 표했다.

이어 “추 장관은 특기가 억지써서 시끄럽고 짜증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정조사에서 빼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다”거나 “오히려 추 장관은 국정조사에서 불러주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욕을 듣더라도 주목받기 좋아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추 장관 본인이 꼭 나오겠다면 윤 총장 국정조사에서 증인으로 부르면 되는 것”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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