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검찰 내부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배제가 부당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법과 절차에 따라 징계를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향후 반발이 더 커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평검사들은 26일 저녁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법무부 장관의 조치는 법률로 보장된 검찰총장 임기제의 취지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있다”며 “헌법 이념인 적법 절차 원칙과 법치주의에 중대하게 반하는 것으로서 그 목적과 절차의 정당성이 없어 위법·부당하다”고 성토했다.
같은 날 오전 중앙지검 부부장 검사들도 이프로스에 윤 총장 직무집행 정지 관련 성명을 올렸다. 이들은 “충분한 사실관계 확인 없이 이뤄져 절차적 정의에 반하고 검찰 개혁 정신에도 역행한다”고 쓴소리를 내놨다.
부산지검 동부지청을 비롯해 광주지검, 대구지검, 대전지검, 대전지검 천안지청, 수원지검, 울산지검, 의정부지검, 청주지검, 춘천지검 등의 평검사들도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가 불합리하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검찰 고위직도 나섰다. 전국 고등검사장 9명 중 6명은 “일부 감찰 지시사항의 경우 구체적 사건 수사와 재판에 관여할 목적으로 진행된다는 논란이 있고, 감찰 지시사항과 징계 청구 사유가 대부분 불일치한다는 점에서도 절차와 방식, 내용의 적정성에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선 지검과 고검에 근무하는 검사장 17명도 “검찰개혁의 목표가 왜곡되거나 그 진정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정지와 징계 청구를 냉철하게 재고해 바로잡아 달라”고 촉구했다. 대검찰청 중간간부 27명도 비판 행렬에 동참했다.
일각에서는 평검사뿐만 아니라 간부들까지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에서 과거 ‘검란’과는 다르다고 평가했다. 평검사들만 목소리를 내던 구조에서 벗어나 검찰 구성원 모두가 단체 행동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다만 추 장관은 검찰의 집단 반발에도 ‘절차’에 따라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추 장관은 27일 입장문을 통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 및 직무배제로 검찰조직이 받았을 충격과 당혹스러움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앞으로 대내외의 다양한 의견들을 충분히 참고해 법과 절차에 따라 징계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의 집단 성명에 대한 우회적 질타도 있었다. 추 장관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정보기관의 불법사찰과 아무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려워 감찰결과를 보고받고 형언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다”면서 검사들이 입장을 발표하는 가운데 이번 판사 불법사찰 문건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고 당연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고 또 다른 충격을 받았다. 국민들과 함께 해 온 검찰개혁 노력이 모두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심한 자괴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지난 24일 오후 직접 브리핑을 열고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배제를 발표했다. 추 장관이 이날 밝힌 비위 윤 총장의 혐의는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에 대한 불법사찰 ▲채널A 사건 및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관련 측근 비호를 위한 감찰 방해 및 수사 방해, 언론과의 감찰 관련 정보 거래 ▲검찰총장 대면 조사 과정에서 협조의무 위반 및 감찰방해 ▲정치적 중립에 관한 검찰총장으로서의 위엄과 신망 손상 등이다.
윤 총장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그동안 한 점 부끄럼 없이 총장 소임을 다해왔다”며 즉각 반발했다. 그는 추 장관의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한 데 이어 직무배제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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