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서울 종각역 인근의 한 식당에서 만난 사장 A씨는 “매일 확진자 수를 확인하며 마음을 졸인다”며 한숨 섞인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이날 600명을 넘어서는 등 확산세가 날로 강해지고 있다.
점심시간을 조금 넘겼지만 30평 남짓한 식당에는 손님이 3분의 1도 차있지 않았다. 예년 같으면 근처 직장인들이 점심 식사를 위해 줄까지 서던 곳이다. A씨는 “재택근무에 들어가는 회사들이 많아지고, 사무실에서 배달음식을 먹는 직장인도 늘어난 것 같다”면서 “이 근처 식당가 모두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특히 수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저녁 매출이 급감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코로나19에 기업의 ‘회식’ 자체가 금기시되면서 12월 연말 대목을 고스란히 놓치게 된 것이다. 실제로 이날이 금요일임에도 가게의 직장인 회식 예약은 하나도 없었다.
A씨의 말처럼 종각에서 종로3가로 이어지는 거리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곳은 주요 기업들의 사무실이 밀집해 흔히 ‘넥타이’ 상권으로 불린다. 하지만 과거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식당을 기웃거리던 예전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식당을 이용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근처 주민들이거나, 현장 공사 등 작업을 위한 인부들이었다. 매장 취식은 금지됐지만 테이크아웃을 위해 직장인들이 몰리던 인근 카페도 이날은 한산했다. 카페 내 테이블의 의자는 모두 뒤집어져 있었다.
젊음의거리’ 인근에서 해물요리점을 열고 있는 점주 B씨는 기자를 향해 “바쁘다”며 연신 손사래를 쳤다. B씨는 “어렵고 힘들다. 뭐 더 할 말이 있겠는가”라며 “손님이 많아 바쁜 것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이 둘 뿐이라 그런 것”이라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확진자가 급증해 방역단계가 올라갈 것이라는 기자의 말에 B씨는 “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30석 남짓한 가게 안에는 다섯 테이블 정도에만 손님이 있었다. 그러나 B씨는 점원 1명과 홀과 주방을 모두 담당하느라 매우 바빠 보였다. 울며 겨자 먹기로 종업원 수를 줄여 ‘버티기’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서울시는 5일부터 오후 9시 이후 대중교통의 30%를 줄이고, 마트 백화점의 문도 닫도록 하는 사실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하기로 했다. 이에 주요 기업들의 회식, 미팅 금지 등 조치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직장인 상권엔 큰 악재다.
B씨는 “이대로 가다간 가게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직장인 상권 특성상 배달 매출로는 도저히 살아남을 수가 없다”라고 하소연했다. 임대료와 고정비 등을 묻는 기자의 물음에는 “빚까지 내서 버티고 있는 상태”라고 한숨 쉬며 말했다. 주변 어학원들까지 문을 닫고 있어 학생 손님도 크게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인한 폐업 공포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외식산업중앙회에 따르면, 전국 42만개의 회원 업소 중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폐업한 곳은 2만9903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업에 들어간 업소의 수도 3919개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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