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한지민 “‘조제’는 모험이고 도전… 많이 덜어내는 작업이었어요”

[쿠키인터뷰] 한지민 “‘조제’는 모험이고 도전… 많이 덜어내는 작업이었어요”

기사승인 2020-12-09 06:07:01
▲사진=배우 한지민. BH엔터테인먼트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자신만의 세계를 짓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조제(한지민)는 감정을 표정이나 목소리로 잘 드러내지 않는다. 나지막한 목소리에 담긴 말과 행동으로 그의 기분과 마음을 유추할 뿐이다. 자신의 세계에서 영석(남주혁)을 통해 조금씩 밖으로 나아가는 조제를 연기한 배우 한지민은 낯설고 불안한 마음을 담담하게 표현한다.

배우 한지민은 최근 온라인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조제’는 배우로서 성장통을 줬던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월 영화 ‘조제’(감독 김종관)의 촬영을 마친 후 여러 상황으로 혼자 있는 시간을 많아지며 조제에 관한 생각을 더 많이 했다. 한지민은 “연인간의 사랑이야기지만, 관계에 의해 변화하고 끝이 아닌 또 하나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에 끌려서 선택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원작인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저도 좋아했던 작품이에요. 김종관 감독님의 정서로 이뤄진 작품을 좋아해서 꼭 같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몇 번 이야기를 나눴어요. ‘조제’ 얘기를 들었을 땐 감독님의 감성과 원작의 정서, 스토리 라인을 재해석하면 좋은 결과물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죠. 시나리오 보고 조제 캐릭터가 원작의 느낌과 차별점이 있다고 생각 했어요. 제가 새롭게 만들 부분이 있겠다는 기대감이 생기더라고요. 처음 ‘조제’를 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도 부담감보다는 기대와 설렘으로 시작했어요. 조제의 세계와 언어, 여러 감정을 다 표현하지 않고 눈빛과 영화의 공간과 음악, 시선들로 전해주기 때문에 어렵고 힘들었지만 배우로서 흥미로운 작업이었습니다.”

▲사진=영화 '조제' 스틸컷
한지민은 원작 영화를 지인들의 추천으로 2012년쯤 봤다고 했다. 꾸미지 않은 모습에서 나오는 조제만의 사랑스러움이 인상적이었다. 여운이 강했기 때문에 겨울이 되면 한번쯤 생각나는 멜로 영화이기도 하다. 조제 역을 맡으며 “전혀 다른 캐릭터 연기한다는 생각으로 만들어가려”고 노력했다.

“그동안 제가 연기한 캐릭터들을 생각해보면 감정을 드러내는 데 익숙해져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 ‘조제’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밑그림만 있는 느낌이었어요. 조제의 세계가 독특하고 감정과 관련된 지문이 많지 않다보니까 배우로서 채워갈 지점이 많겠다고 생각했죠. 그 지점이 제겐 모험이었고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했어요. 고민하고 숙제처럼 느껴지는 과정이 배우에겐 특별한 기회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사전에 대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리딩하면서 많은 단계를 거쳤지만, ‘이것이 정답’이라거나 ‘이 장면에서 이렇게 말해야지’ 하는 건 느끼지 못했어요. ‘여기서 이렇게 하는 게 좋을까’, ‘저렇게 해볼까’ 하고 생각하는 과정이 길었죠. 눈빛으로 보여줘야 하는 장면이 많았어요. 아무리 표현한다 해도 제 눈빛에 여러 감정이 다 담겨 있는 걸까 하는 불안감은 항상 있더라고요. 늘 연기할 때 ‘이게 맞다’는 확신을 갖고 해왔다면, ‘조제’는 많이 덜어내는 작업이었어요.”

한지민은 ‘조제’ 이후 배우로서 휴식기를 보내고 있다. 새롭게 다른 역할을 맡았다면 이전 인물을 비워내고 새롭게 채워 넣는 작업을 해야 하겠지만, ‘조제’ 이후엔 애써 나오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그만큼 그에게 조제는 여운이 긴 캐릭터다.

▲사진=배우 한지민. BH엔터테인먼트
“‘조제’를 찍을 때는 배우로서, ‘조제’를 찍고 나선 인간 한지민으로서 성장통을 겪고 있는 시기 같아요. ‘조제’ 촬영을 마치고 혼자 있는 시간을 많아지니까 조제가 계속 떠올랐어요. 그래서 조제는 세상 밖으로 나와서 그가 말하는 가장 먼 곳 어디까지 가봤을까 생각했고, 또 다른 사랑을 시작할 땐 좀 더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익숙하게 표현하는 데 적응 했으려나 생각도 했어요. 조제처럼 저도 할머니를 떠나보내게 됐는데, 그 순간에도 조제가 많이 떠오르더라고요. 전 슬픔을 가족들, 지인들과 나누며 위로받을 수 있었는데 조제는 그 순간이 얼마나 어려웠을까 싶었죠. 그런 조제가 안쓰러웠고 영석이가 그에게 엄청 컸겠구나 생각했어요.”

한지민은 매번 새로운 역할을 맡아 연기할 때만큼은 “그 캐릭터로 살아가고자 노력한다”고 했다. 지금 휴식기를 갖는 중엔 인간 한지민에 집중하고 있다. 항상 “지금 현재, 여기를 살자가 목표”라고 했다.

“올해도 끊임없는 고민을 하며 저에 대해 알고자 노력했어요. 저도 많이 변했고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지 생각했죠. 예전엔 (변하는 것에 대해) 겁도 나고, 두려움도 많았어요. 하지만 사람이 변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잖아요. 사실 과거에 집착하고 ‘돌이켜보면 그때가 좋았다’고 생각하는 성격이었어요. 어제도 인터뷰를 마치고 감독님이 남주혁씨와 함께 있는 채팅방에 저희가 스코틀랜드에서 찍은 사진들을 올려주시는 거예요. 코로나19로 해외를 못가니까 스코틀랜드가 마지막 해외여행으로 남아있거든요. ‘나중에 지나고 보면 소중해질 우리의 지금을 즐겨보아요’라고 적었어요. 지나고 없어진 뒤에 소중함을 많이 느끼다보니까, 저 역시 (바뀌려고) 노력하지만 잘 되진 않아요. 그렇지만 놓치고 싶지 않아요.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고 있거든요.”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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