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 작곡자 안익태의 친일 주장은 역사왜곡"

"애국가 작곡자 안익태의 친일 주장은 역사왜곡"

안용환 안양대 석좌교수, ‘안익태 애국가 유산- 친일·친나치·표절 아니다!’ 출간

기사승인 2020-12-10 12:26:24


[쿠키뉴스 정수익 기자] 애국가 작곡자 안익태 선생의 친일 논란을 누그러뜨릴 만한 의미 있는 책자가 발간됐다.

한국역사학자인 안용환 안양대학교 석좌교수는 최근 ‘안익태 애국가 유산- 친일·친나치·표절 아니다!’(디자인그루)라는 책을 출간, 안익태 친일 주장의 부당함을 설명하는 다양한 연구결과와 자료를 제시했다.

특히 지난 8·15 광복절 기념식 때 김원웅 광복회장의 안익태 친일과 애국가 폐기 주장이 나온 이후 안익태 선생 유족을 비롯한 순흥안씨대종회, 안익태기념사업회 등의 반발이 그치지 않는 중에 나온 이 책자는 이들의 활동에 더욱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책자의 저자 안용환 교수는 오랫동안 애국가 작사자와 작곡자 연구에 천착하면서 깊은 지식과 안목을 가진 학자로 알려져 있다.

‘애국가 작사자 도산 안창호’를 뒷받침하는 다양한 자료를 여러 경로를 통해 발표해온 그는 지난해 11월 안양대 인문과학연구소 논문집을 통해 안익태의 친일 주장이 근본적으로 잘못됐음을 규명하고 애국가는 통일 전까지 존속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익태는 애국자이며 민족주의자였다

100여 쪽짜리인 이번 책자는 그 논문집의 내용을 보완·보강하면서 몇 가지 새로운 추가 내용을 싣고 있다.

책자에서는 무엇보다 안익태 선생의 애국자이면서 민족주의자임을 드러내는 여러 행적을 통해 “안익태의 친일 논란은 역사왜곡”이라고 설명하는 내용이 두드러져 보인다.

안익태 선생이 3·1운동에 가담해 숭실학교 2학년 때 퇴교처분을 당했을 뿐 아니라 끝까지 창씨개명을 거부한 내용이 잘 기술돼 있다. 일제의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1936년 베를린올림픽 때 손기정을 비롯한 조선 선수들을 찾아가 애국가 악보를 보여주면서 목청껏 애국가를 불렀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만든 ‘한국환상곡’(코리아환타지)을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 처음 연주한 뒤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 내용도 있다. 안익태 선생은 당시 “아일랜드와 조선은 외국의 침략으로 고통 받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면서 “우리 2000만 동포의 독립을 위한 투쟁이 매일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신한민보’에 실린 안익태 선생의 기고문을 ‘애국선언문’임을 천명하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기고문에는 ‘애국적 정신’이라는 표현을 거듭하는 등 애국가를 부르는 마음자세와 부르는 방법이 자세히 설명돼 있다.

‘만주국축전곡’은 ‘한국환상곡’을 생존시키기 위한 방편

책자에서 또 하나 눈길을 끄는 부분은 안익태 선생이 ‘한국환상곡’을 작곡한 과정과 배경, 내용과 변천사 등에 대한 기술이다.

걸작으로 평가받는 ‘한국환상곡’은 양산도 아리랑, 방아타령 등 민요와 세종대왕의 혼이 깃든 아악을 반영하고 애국가를 주요 소재로 만들어졌다는 내용이 잘 설명돼 있는 것이다. 우리 민족의 역사와 발자취, 일제의 침략에 항거해 광복과 독립을 쟁취하는 역사적 대서사시가 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설명이다.

또 안익태 선생에 대한 주요 시빗거리인 ‘만주국축전곡’은 일제 치하에서 ‘한국환상곡’을 생존시키기 위한 방편이었다는 설명도 들어 있다. ‘한국환상곡’에서 ‘교쿠토 극동’으로, ‘만주국축전곡’으로 재탄생했다는 것이다.

저명 음악가들과 정부 기관들도 표절설 일축

책자에는 일부에서 제기되는 애국가의 표절 주장에 대한 반박도 잘 기술돼 있다. 불가리아 지휘자 페터 니콜로프에 의해 처음 제기된 표절 시비의 오류에서부터 유수의 저명 음악인들뿐 아니라 한국음악협회 등의 표절설 부인 등도 설득력 있게 설명돼 있다.

특히 1976년 당시 연세대 음악대학장이던 공석준 교수와 안익태의 미국유학 음악선배인 박태준 교수 등이 애국가에 대해 독창적이고 위대한 국가임을 인정한 내용도 들어 있다. 또한 1977년 문화공보부와 국회사무처, 한국음악협회 등에서도 표절설은 잘못됐다고 인정했음을 밝히고 있다.



책자에서는 애국가의 정통성과 역사적 의의 등도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다. 상해임시정부 때 제창되기 시작해 중경임시정부 시절 김구 선생에 의해 ‘한국 애국가’라는 이름으로 공식 채택된 과정이 기술돼 있다. 김구 선생이 직접 ‘한국 애국가’라는 제호(題號)까지 붙여 광복군과 함께 활발히 보급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해방 이후 역대 정부에서도 새 애국가 제정을 반대해온 과정도 설명되고 있다.

애국가 바꾸기 프로젝트 진행될까 우려

책자에는 도입부에 안익태 선생의 유족이자 조카인 안경용(미국이름 데이브드 안)씨의 증언도 담았다. 안씨는 자신의 큰아버지인 안익태 선생의 친일과 표절 논란에 대해 논리적으로 반박하고 있다. 그는 안 선생의 친일·친나치 의혹을 제기한 김원웅 광복회장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자 안용환 교수는 책자의 서두에 “안익태는 우리 국가에 외국의 이별노래 곡조로 붙여 부르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5년여 동안 각고의 노력 끝에 현재의 애국가를 작곡했다”면서 “그로부터 85년이 흐른 지금 그의 친일·친나치·표절설을 제기하며 애국가의 존폐 여부까지 거론하는 현실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 교수는 결론 부분에서 “잘 짜인 각본에 따라 애국가 바꾸기 프로젝트가 가동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면서 “잘못된 인식을 지닌 사람들의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에 대한 걱정으로 용기를 내 책자를 냈다”고 강조했다.

sagu@kukinews.com
정수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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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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