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싸움 번번이 밀린 野, 필리버스터는 언제까지?

수 싸움 번번이 밀린 野, 필리버스터는 언제까지?

與, 필리버스터 종결권 행사 거부에 30일간 무제한 토론 가능해져

기사승인 2020-12-10 19:20:12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임시회 첫 날인 10일 국가정보원법 전부개정법률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첫 주자로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제1야당이 집권여당을 상대로 한 힘과 수 싸움 모두에서 번번이 패하며 코너에 몰렸다. 최후의 카드라며 내놓은 ‘전원위원회’ 카드는 힘의 논리에 의해,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카드는 예상치 못한 ‘호응’에 정국의 주도권을 사실상 상실했다. 

실제 국민의힘은 10일 더불어민주당이 “필리버스터 법안에 대해 충분히 의사표시를 보장해 달라는 야당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다. 법안 처리는 충분히 토론하고 나서 할 예정”이라면서 예상됐던 필리버스터 종결권 발동을 포기하며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날 시작한 12월 임시회 일정이 향후 30일간 이어지는 만큼 이론적으로 30일간 반대토론을 이어갈 수 있지만 얻는 것 없이 잃기만 하는 상황에 빠졌기 때문이다. 필리버스터를 자체 종결할 경우에는 내홍이, 필리버스터 강행 시에는 피로도 증가 등에 따른 자멸이 예상돼서다.

실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의석수 열세로 거대 여당의 폭주를 막기는 역부족이었다”는 무력감과 “원내 전략이 미흡해 속수무책으로 밀리기만 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는 아쉬움이 교차하는 분위기가 흐른다. 필리버스터의 실효성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9일 국회 본회의 개의 전까지 로텐더홀에서 공수처법 개정 반대와 정부여당을 규탄하는 피켓시위를 이어갔다. 사진=오준엽 기자

반대로 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등 쟁점법안 다수를 처리한 상황에서 충분한 반대토론 기회를 제공해 절차적 정당성과 ‘폭주’·‘독재’라는 등 강한 반발을 일부 누그러뜨릴 수 있다. 나아가 숨고르기를 위한 시간도 벌 수 있어 토론이 길어질수록 득이다. 

더구나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찬성 토론’에도 나서겠다며 국민의힘의 무제한 토론을 돕겠다는 입장도 피력하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일단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며 정부여당을 향한 비난여론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상황을 타개할 묘수를 고민하겠다는 셈법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외부 시민단체들과의 연대를 통한 ‘장외투쟁’을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동력도 실현가능성도 크지 않아 보인다. 전문가들은 야당이 내놓을 추가 노림수가 마땅치 않다는 관측을 내놨다. 한 정치평론가는 “야당으로서는 여론전이 거의 유일하게 남은 방법”이라며 “당장 정부여당에서 부동산 급 사태가 터지지 않는 한 상황이 뒤집히긴 어려워 보인다. 내년 4월 재·보궐 선거승리를 위한 분위기 만들기가 그나마 최선일 것”이라고 했다.

한 진보논객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그는 “야당이 지금 할 수 있는게 뭐 있냐. 코로나(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3차 유행까지 겹쳐 민주당을 살려주고 있으니 그냥 반대만 하다 밀리면 밀리는 데로, 밀리고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면서 “반전은 내년 4월을 노리고 진보도 고개를 끄덕일 인물을 찾아 내세우는 수 말고는 없어 보인다”고 했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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