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피해자들은 묻는다…교도소서 ‘새사람’ 되는 거 맞나요 ② 

범죄 피해자들은 묻는다…교도소서 ‘새사람’ 되는 거 맞나요 ② 

기사승인 2020-12-12 06:15:01
▲등촌동의 한 아파트에서 전처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김모씨가 서울 양천구 양천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우리는 사형을 원했는데 검찰은 무기징역을 구형했습니다. 결국 30년 형이 선고됐습니다. 재범이 두려워 최고형을 원한 것이었는데 형이 낮춰져 아쉽습니다” 

법원은 지난해 1월 이혼한 전 부인을 지하주차장에서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모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재판이 끝난 후 김씨의 딸들은 판결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딸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 온라인에 김씨의 사형을 촉구하는 글을 공개적으로 올렸다. 김씨가 심신미약으로 풀려날 시 보복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들은 국정감사에서도 “아버지가 출소 후 보복할 것이 두렵다”며 “더이상 피해자가 없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교도소 내부 모습. 연합뉴스 
범죄 피해자들은 가해자가 감옥에 갇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가해자가 출소한 후, 다시 자신의 일상을 침범할까 두려워한다. 다시금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일부 피해자에게 보복 범죄의 위협은 ‘기우’가 아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범죄 피해자에 대한 보복 범죄는 2017년 257건, 2018년 267건, 2019년 292건 발생했다.
 
경찰의 ‘신변보호 조치’도 증가하는 추세다. 2017년 6889건, 2018년 9442건, 2019년 1만3686건, 지난 1월부터 8월까지는 9898건이 집계됐다.

▲미성년자 성폭행범 조두순 출소를 이틀 앞둔 10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의 한 방범초소 주변에서 경찰들이 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는 없을까. 국회는 지난 9일 본회의에서 아동 성범죄로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받은 사람에게 외출·접근 금지 명령을 추가로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재범의 위험성이 인정되는 경우, 접근금지 등 준수사항을 별도로 부과하거나 추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아동 성범죄자인 조두순이 12일 출두하면서 피해자가 사는 지역으로 가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일며 법안이 개정됐다. 

공소장 등에서 범죄 피해자의 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신상 정보 기재 방식도 개선됐다. 형사소송절차 내에서는 피해자의 이름과 주소, 직업, 근무처 등 신상을 가명으로 적거나 미기재할 수 있다.  

그러나 ‘구멍’은 있다. 손해배상을 위한 민사소송 과정에서는 피해자의 정보가 그대로 노출된다. 피해자의 이름과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이 필수적으로 기재돼야 한다. 이를 정확히 기재하지 않으면 소송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가해자가 법원에 소송기록 열람·등사 신청을 하면 피해자의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공탁금을 찾아가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피해자와 합의에 이르지 못했을 때, 가해자는 형량 감경을 위해 금액을 공탁하기도 한다. 피해자가 이후 공탁금을 찾으려 한다면 이름과 주소 등의 신상정보를 모두 적어야 한다. 

송귀채 서울북부범죄피해자지원센터 사무처장은 “피해자에게는 가해자가 자신의 신상정보를 알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공포이자 엄청난 심리적 부담”이라며 “손해배상 청구는 피해자의 당연한 권리지만 제도의 허점 때문에 자신들의 권리를 찾지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민사소송 등에서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코드화해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공탁금을 찾을 때도 당사자 특별 식별 번호를 부여하는 등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항교도소에서 열린 2017학년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학위수여식. 법무부 제공=연합뉴스
가해자의 ‘개과천선’은 기대하기 힘들까. 교정기관에서는 지난 2015년부터 전체 신입 수형자를 대상으로 ‘집중인성교육’을 진행한다. 잔여형기 형기 3개월 이상의 수형자들은 헌법가치와 인문학, 동기부여, 분노조절, 가족·대인관계, 의사소통기술 등의 프로그램을 70시간 교육받는다. 

출소 후에도 재사회화를 위한 지원책이 마련돼 있다.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주거지원과 창업지원, 직업훈련 및 취업 지원, 심리상담 및 치료, 사후 관리 등이 이뤄진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에서 이를 담당한다. 공단 관계자는 “범죄 전력자의 재범을 방지하고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범죄 전력자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곽대경 동국대학교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형기를 마친 출소자를 위한 인성교육 프로그램 등은 거의 없다”며 “교정기관 내에서 정서를 순화시키거나 잘못된 행동·생각을 바꾸는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출소 후에도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지속된 관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교도소 내에서는 규칙을 잘 따르다가도 사회에 나와서 다시 마음대로 행동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며 “가족과 이웃, 주변인 등이 관심을 갖고 꾸준히 격려해주고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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