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의료 현장에 전공의를 참여시키는 방안을 두고 의료계와 정부가 마찰을 빚고 있다.
의사 단체들은 전공의 업무가 지나치게 가중되는 상황을 우려하며 날을 세웠다. 정부는 아직까지 확정된 방안이 아니며, 의료계와 충분히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창준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지난 13일 복지부 브리핑에서 올해 전문의 시험을 면제하고, 전공의를 코로나19 대응에 활용하는 논의가 진행 중인지 묻는 질문에 “의료 인력이 가급적 현장에 빠르게 지원될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면허를 따서 전문의 시험에 응시 예정인 전공의는 전문의 수련 과정을 다 마쳤기 때문에 전문 의사로 활동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그런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공의는 의사면허를 취득한 일반의다. 이들은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일선 병원에서 인턴·레지던트 등의 지위로 근무하며 수련 과정을 거친다. 레지던트 과정을 마치면 전문의 자격 시험을 응시하는데, 시험은 매년 2월 1차와 2차에 걸쳐 진행된다.
복지부의 이 같은 언급에 의료계는 반발했다. 15일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는 성명서를 내고 정부가 실현할 수 없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비판했다. 대전협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전공의들을 차출하는 것은, 가혹한 환경에서 수련중인 전공의들에게 짐을 더 얹는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병원의 중요한 인력을 차출해 코로나19 방역에 투입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공의들의 업무 가중 문제도 제기했다. 대전협은 “전공의들은 주 52시간 규정 대신 ‘전공의 특별법’을 적용받아 주 88시간까지 근무한다”며 “6일 내내 거의 15시간씩 일을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서 이미 마른 수건 짜듯 일하며 자신들의 위치를 지키고 있는 전공의들은 정부가 아무 때나 부른다고 달려갈 수 있는 노예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전문의 시험 기회를 자발적으로 포기할 전공의는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행동하는여의사회는 “(전문의 시험은) 평생 사용할 지식을 정리하는 기회인데, 누가 면제를 원하겠는가”라며 “당사자들이 원하지 않는데 무슨 자원이며 면제인가”라고 의문을 표했다. 이어 코로나19 대응 현장에 참여할 의사들에게 명확한 근로조건을 정할 것을 당부했다. 여의사회는 “자원을 하실 분들은 변호사와 상의해서 근무 조건과 기간에 대해 명백해 계약서를 작성하고 갈 것”이라며 “3월이면 근무가 끌날 것이라는 기대는 말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김현숙 복지부 의료인력정책과장은 “레지던트 3~4년차에 대한 전문의 자격시험 면제는 대한의학회와 전공의 수련병원, 레지던트 등과 논의 후 의견수렴을 거쳐야 할 사항으로, 확정된 내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전문의 시험 면제가 언급된 자초지종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병원계는 코로나19 중환자 치료를 위한 병원 의료인력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 전문의 시험이 내년 1~2월로 예정되면서 일정이 맞물려 어려움이 가중됐다. 이 같은 의견을 병원계 간담회를 통해 파악한 복지부가 대안을 검토하게 된 것이다. 단, 전문의 시험 면제를 조건으로 걸고 전공의를 의무적으로 코로나19 대응에 동원한다는 계획은 전무하다는 것이 복지부 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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