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은 올 시즌 팀을 과감하게 갈아엎었다. 기존의 베테랑 선수들과 대거 작별을 고하고 젊은 유망주들을 중심으로 리빌딩 단계를 거치고 있다.
최 감독이 집중적으로 조련하던 세터 이승원(삼성화재)을 떠나보낸 데 이어, 국가대표 센터 신영석을 시즌 초반에 한국 전력으로 트레이드 했다. 이밖에 김재휘(KB손해보험)도 내보내면서 지명권을 얻어냈다.
현대캐피탈은 주축 선수들을 떠보내는 대신 세터 김명관(23), 레프트 이승준(20)과 다수의 신인 드래프트 지명권을 획득했다.
하지만 대가는 혹독했다. 프로리그 출범 후 4차례의 우승과 7차례 준우승 등 항상 최상위권에 있던 현대캐피탈은 출범 후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최하위 위기에 몰렸다. 미래를 도모하는 과정 중 뒤따르는 전력 누수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전력과 트레이드 당시 “팀 창단에 맞먹는 수준의 리빌딩으로 변화를 꾀하려고 한다”고 했지만, 최하위는 익숙하지 않은 분위기다.
대형 트레이드 맞상대였던 한국전력과 맞대결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최 감독이 이끄는 현대캐피탈은 15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프로배구 남자부’ 한국전력과 시즌 3번째 맞대결에서 0대 3으로 패배했다. 경기 승리 시 최하위 탈출도 가능했지만, 4연패 수렁에 빠졌다.
다우디 홀로 15득점을 올렸지만 그를 보좌할 선수가 없었다. 국내 선수들 중 이날 10득점 이상 올린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2·3세트에서는 세트 중반까지 팽팽하게 경기를 끌고가다가 어이없는 실책을 계기로 경기를 내주기도 했다.
경기가 끝나고 2년차 세터 김명관에 대해 최 감독은 “본인보다 어린 선수가 4명이나 뛰고 있다. 그 어린 선수들을 악랄하게 끌고가기 힘들다면 프로 무대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며 “좋은 리시브를 바탕으로 세터가 요리할 줄 알아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강하게 질책했다.
또한 주장 최민호에 대해선 “경기장에 들어가면 냉정하게 판단해야 하는데 본인이 잡지 않아도 되는 공을 잡으려 하고 급해진다”고 언급했다. 최 감독은 주장 최민호가 흔들리자 2세트에 빼고 길게 얘기를 주고받기도 했다.
평소 기자회견에서 최 감독은 선수들을 감싸는 스타일이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선수를 향한 진심 어린 충고처럼 느껴졌다.
리빌딩은 단기간에 완성되지 않는다. 최 감독도 흔들리지 않고 최대한 냉정하게 선수단을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선수들이 발전하지 못한다면 최 감독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제는 조금씩 선수들이 응답해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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