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정치권이 때 아닌 드라마 논쟁을 벌이고 있다. 도마에 오른 건 JTBC가 내년 1월 방영예정인 ‘언더커버’다. 드라마는 ‘오랫동안 정체를 숨기고 살아온 안기부 요원과 정의를 위해 최초의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된 인권 변호사의 이야기’로 꾸려질 예정이다.
발단은 드라마에 ‘공수처’라는 조직이 등장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지난 24일 JTBC를 “정권 추종방송 1위”라고 규정하며 드라마를 “공수처 홍보물”이라고 못 박았다.
문재인 정부가 검찰개혁의 상징으로 삼은 공수처를 미화하고, 마치 나치의 선동가 괴벨스처럼 드라마라는 매체를 통해 국민의 감성적 영역에까지 공수처를 ‘정의와 인권, 여성’으로 포장해 선전과 선동의 도구로 이용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배경에는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연출하고 KBS가 생중계한 문재인 대통령의 ‘탄소중립선언’ 흑백방송에 대한 논란이 자리했다. 앞서 KBS공영노조와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의 중계방송이 탁 비서관이 정한 방송지침에 따라 이뤄진 엄연한 방송법 위반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리고 이번 JTBC의 드라마 역시 탁 비서관을 필두로 문재인 정부가 방송에 간섭해 여론을 움직이려했던 행태와 친정부여당적 성향을 보인 방송사의 논조가 반영된 기획‧편성이란 판단이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프로그램의 철회를 요구했다.
나아가 “JTBC가 향후 방송 편성과 보도에서 중립성을 훼손하고 용비어천가를 부르며 정권에 잘 보이려는 방송사가 되기를 고집한다면 법적인 수단을 비롯한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를 향해서도 방송사 길들이기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에 여권이 산발적 반발에 이어 집단규탄에 나섰다. 유정주 의원을 비롯해 정청래‧신동근‧장경태‧최혜영‧한준호 의원 등 19명의 민주당 의원들은 29일 국민의힘의 주장을 ‘표현의 자유 침탈’이라고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문에서 의원들은 JTBC와 드라마 ‘언더커버’를 향한 국민의힘 과방위 위원들의 비판과 경고를 “숨길 수 없는 독재DNA가 작용한 일그러진 권력의 겁박”이라고 표현했다. 덧붙여 탁 비서관을 방송법 위반으로 대검찰청에 고발한 것을 “괴기하다”고 평했다.
시작도 하지 않은 드라마를 두고 소재가 자신들 입맛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생트집을 잡고, 과거 ‘블랙리스트’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박근혜 정권의 후신들이 미래를 예견하는 눈으로 ‘표현의 자유’, ‘창작의 자유’를 억압하고 방송에 간섭하려 한다는 질타도 더했다.
심지어 이들은 ‘도둑 제 발 저린다’는 속담을 인용하며 “공수처의 공(公)을 국민의힘은 ‘두려워할 공(恐)’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공직자로서 공직을 잘 이행하면 공수처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공수처’ 출범을 지속적으로 막아서는 국민의힘을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한편 JTBC가 1월 방영할 예정인 드라마 ‘언더커버’는 영국 BBC에서 방영된 원작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사랑과 정의를 지키려는 요원(지진희 분)과 공수처장(김현주 분) 두 사람이 거대한 세력에 맞서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모습을 담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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