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흥국생명은 여자부 절대 1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비시즌에 FA였던 국가대표 세터 이다영을 잡는 데 성공했으며, 해외에서 활동했던 김연경이 임의 탈퇴 신분으로 11년 만에 국내로 복귀를 결정했다.
이재영-이다영-김연경으로 이어지는 국가대표 라인업이 완성되자 사람들은 흥국생명을 두고 ‘흥벤져스’라고 언급했다. 시즌 시작 전부터 ‘절대 1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무패 우승’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내기도 했다. 그 정도로 흥국생명의 전력은 다른 팀에 비해 압도적이었다.
KOVO컵에서 GS칼텍스에게 우승컵을 내줬지만 흥국생명은 시즌이 시작되면서 V-리그를 평정하기 시작했다. 개막전 포함 10연승을 내달리면서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쳤다. 조직력에서 다소 흔들리는 모습이 노출됐지만 개개인 선수들의 압도적인 기량으로 상대팀을 눌렀다. 2라운드까지 전승 레이스를 펼치며 ‘우승 후보’의 면모를 보였다.
하지만 3라운드 초반 악재가 연달아 터졌다.
외국인 선수 루시아가 지난 5일 GS칼텍스와 경기를 하던 도중 어개 부상을 입었다. 검진 결과 어깨 견관절 부위와 연결 근육 손상으로 4주간 안정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라이트인 루시아가 빠지면서 당시 흥국생명은 GS칼텍스와 경기에서 시즌 첫 패배를 당했다.
설상가상으로 흥국생명은 이재영·이다영 쌍둥이마저 13일 한국도로공사전에 결장했다. 당시 이재영이 고열을 호소했고, 이다영은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경기를 소화하지 못했다. 흥국생명은 도로공사를 상대로 0대 3 셧아웃 패배를 당했다. 시즌 첫 연패였다.
여기에 세터 이다영이 SNS에 선배 선수를 저격하는 듯한 이야기를 남기면서 불화설에 휘말렸다. 여러 악재들이 연달아 터지면서 흥국생명은 위기에 빠지는 듯 했다.
제기된 불화설은 선수들이 프로답게 우승에만 집중하기로 뜻을 모으면서 힘을 다시 합쳤지만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2연패에 빠졌던 흥국생명은 IBK기업은행과 KGC인삼공사를 연달아 잡으면서 연승궤도에 올랐지만, 29일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를 상대로 2대 3(25-27, 25-14, 25-20, 21-25, 10-15)으로 패배했다.
이날 경기에서 흥국생명은 주전 세터 이다영이 1세트만 소화하고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이다영을 대신해 투입된 김다솔은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불안한 토스로 공격 기회를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루시아의 공백도 여전했다. 루시아 대신 김미연이 라이트로 포지션을 옮기는 초강수를 뒀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9득점에 그쳤다.
자연스레 공격은 이재영과 김연경에게 몰렸다. 이날 김연경은 30득점(공격 성공률 40.57%), 이재영은 25득점(공격 성공률 40.32%)를 기록했지만 두 선수의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흥국생명은 외국인 교체 카드를 꺼내들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당장 선수 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루시아를 대체할 외국인 선수도 빨라야 다음해 2월이 되서야 합류할 예정이다. 박미희 감독에 따르면 현재 교체 선수 후보는 압축된 상황이며, 늦어도 다음달 중순까지 새 외인 계약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국내 입국 후 자가 격리에 2주가 더 소요되는 터라 새 외국인 선수가 팀에 합류하는 시기는 다음해 2월 중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환점을 돈 가운데, 흥국생명은 아직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현재 2위 GS칼텍스와 승점은 10점 차이다. 하지만 위기는 이제 시작이다. 흥국생명의 다음 상대는 GS칼텍스전(3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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