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금종 기자 // 안녕하세요. 훈훈한 경제 송금종 기자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훈훈한 경제를 통해 다양한 경제 정보 챙기고 있는데요. 오늘은 어떤 경제 정보 전해주시나요?
송금종 기자 // 40대 초반에 지금 하는 일 딱 그만두고,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렇게 하기 위해선 경제적 자립이 필수겠죠. 평범한 직장인들에게 조기 은퇴는 꿈같은 일인데요 그런데 이런 상상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일명 파이어족, 최근 20·30대 직장인을 중심으로 극단적인 절약을 하는 이른바 '파이어족(FIRE족)'이 급격히 늘고 있다고 하는데요, 젊은 층 사이에서 불고 있는 조기은퇴 열풍, 그 원인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런 조기은퇴를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한 것인지, 오늘 함께 알아보는 시간 갖겠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과거에는 은퇴 준비라고 하면 퇴직을 앞둔 50대 이후에 주로 시작을 했는데, 요즘에는 30대부터 은퇴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건데요, 이런 현상들이 왜 일어나는 것인지 송금종 기자와 자세히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먼저, 파이어족이라는 용어 정리부터 필요한 것 같은데요, 어떻게 생겨난 말인가요?
송금종 기자 // 네. 파이어족’(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은 30대 말이나 늦어도 40대 초반까지는 조기 은퇴하겠다는 목표로 회사 생활을 하고, 은퇴자금 마련을 위해 20대부터 은퇴 자금을 마련하는 이들을 일컫습니다. 영어로 경제적 자립을 뜻하는 'Financial Independence' 와 조기 은퇴를 뜻하는 'Retire Early'의 앞 글자를 딴 용어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전 세계적 젊은이들 사이에서 열풍이라는 파이어 운동, 이런 파이어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파이어족’이라고 부르는건데요, 파이어 운동 붐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해지네요. 처음 확산은 미국에서 부터였다고요.
송금종 기자 // 네. 파이어 운동은 1990년대 미국에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파이어 운동이 온라인을 통해 급속히 퍼지게 된 계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라고 하는데요, 이후 이어진 경기 침체기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밀레니얼 세대가 이에 주목하기 시작했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회의감, 직장에서의 성공보다 본인의 일상과 행복을 중요하게 여기는 밀레니얼 세대의 가치관이 주요 원인이 됐습니다. 이 현상을 두고 BBC방송에서는 "유례 없이 길고 지루한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파이어 운동이 영국과 호주, 네덜란드, 인도 등지로 확산했다"고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얘기를 듣다보니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이 파이어족이 확산됐다는 건데요, ‘밀레니얼 세대’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봐야겠습니다.
송금종 기자 // 밀레니얼 세대라고 하면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사이에 출생한 이들로, 지금 20~30대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들 중에는 이제 갓 경제활동을 시작한 이들도 있고, 직장생활을 오래했다고 해도 경력이 10년 남짓 정도인데요, 여태껏 일한 날보다는 앞으로 일할 날이 더 많은 젊은이들이기에 아직 은퇴 준비에는 별 관심이 없으리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 이들이 파이어 운동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현재를 즐기려고 소비하는 ‘욜로족’과 정반대의 소비 성향을 보이는 세대를 일컫는 말이군요. 아직 한참 젊은 나이인데, 벌써부터 허리띠를 졸라매고 돈을 모으는 이유가 궁금해지네요.
송금종 기자 // 앞서 언급하기도 했지만 이들은 늦어도 40대 초반에는 은퇴하겠다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일찌감치 경제적 자유를 획득하기 위해 더 적게 쓰고 더 많이 저축하고 투자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는 것이죠. 더 나아가 파이어족이 추구하는 최종 목표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할 필요가 없도록 가능하면 이른 시기에 ‘수동적 소득(passive income)’을 충분히 확보는 것입니다. 수동적 소득이란 이자, 배당, 임대료처럼 일하지 않고 생기는 소득을 말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그러니까 이들의 목표가 조기은퇴라는 건데요, 하지만 40대 초반이면 사실 한창 일할 나이잖아요. 어떻게 보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버리는 건데, 이처럼 빨리 은퇴하려는 이유가 뭔가요?
송금종 기자 // 가장 큰 이유는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말씀드렸다시피 파이어 운동은 특히 밀레니얼 세대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2,30대로 이전 세대보다 교육 수준이 훨씬 높죠.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사회생활을 시작, 취업난과 일자리 질 저하 등을 겪으며 평균 소득은 낮아졌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사회보장제도의 붕괴 그리고 안정된 삶에 대한 열망이 파이어 운동을 불러 일으켰다고 분석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렇군요. 어쨌든 파이어족이 열망하는 조기은퇴를 위해서는 '경제적 독립'이란 전제조건이 중요한 포인트 같아요. 그래서인지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짠테크', '노후대비', '소비 스트레스'가 젊은 세대들 사이 큰 이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데요, 이런 파이어 족이 우리나라에는 얼마나 많아지고 있는 건가요. 관련 조사가 이루어진 게 있을까요?
송금종 기자 //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 6월, 직장인 8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27.4%가 '나는 파이어족'이라고 답했습니다. 23.8%를 차지한 여성보다 32.4%를 차지한 남성이, 21.3%를 차지한 20대 보다는 29.5%를 차지한 30대에서 긍정 응답 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우리나라 직장인 3명 중 1명은 자신이 '파이어족'이라고 답한 거네요. 은퇴 후, 이들이 바라는 점에 대해서도 조사가 됐다고요?
송금종 기자 // 네. 파이어족은 은퇴 후 아예 일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돈을 벌기 위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며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빠른 기간 안에 경제적 자유를 달성해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을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에 쓰겠다는 것인데요, 실제로 설문조사 결과 조기은퇴 이후의 목표 중 1순위는 사업·창업(33.1%)이었습니다. 특별한 계획 없음(23.8%), 부동산·주식 등 투자(20.6%), 인생 2모작·노후준비(20.0%)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기보다, 진정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조기은퇴를 희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조기 은퇴를 하기 위해선 자금이 어느 정도 필요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송금종 기자 // 파이어족 공식에 따르면 연 생활비의 25배를 모으면 경제적 자유가 가능하다고 하는데요, 예를 들어 1년 동안 생활비로 4000만원을 쓴다고 가정하면 10억원을 모으면 되는 것이죠. 이 돈을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해 연 5~6% 수익이 나면 매년 4% 정도만 생활비로 사용해도 물가상승률과 시장하락에 대비할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최근에는 투자가 쉽지 않은 저금리·저성장 시대를 고려해 25배 법칙이 아니라 33배의 법칙 또는 40배의 법칙이 적합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이를 위한 첫걸음은 '지출 최소화'겠죠. 목표한 금액을 모으고, 조기은퇴를 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수준의 절약이 필수겠어요.
송금종 기자 // 파이어족의 첫 번째 요건은 근검절약입니다. 이들은 소득의 70% 이상을 저축하기 위해 극도로 절약하고 절제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실천하는데요, 일부 전문가들은 파이어족이 되고 싶다면 가장 먼저 지출습관을 점검해볼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주요 지출항목을 살펴보고 지출의 우선순위를 정하면 불필요한 지출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즉, 극단적인 저축 성향과 소비 억제를 특징으로 잡고 살아야만 파이어족의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의미같은데요, 우리나라 2030 파이어족의 실제 소비생활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조사결과가 나와 있나요?
송금종 기자 // 조사결과를 보면 응답자들의 월평균 급여는 267만원. 파이어족은 이 중 41.4%를 저축하고 있는 것으로 응답했습니다. 반면 용돈비율은 월급여의 22.0%로 저축비율의 절반 수준이었습니다. 특히 이들은 코로나 이후 긴축강도를 더해 용돈비율을 30% 가량 감축했는데요, 경기침체를 예상하고 마른 수건 짜기에 돌입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런데 우리나라 파이어족이 비단 극단적 절약에만 몰두하는 것은 아니라고요. 절약과 함께 부업을 활용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고요.
송금종 기자 // 네. 본업 외 부업을 통한 추가 소득이 있다면 목표자금 달성을 앞당길 수 있는데요, 우리나라의 파이어족들은 지출을 통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투잡, 쓰리잡도 서슴치 않는다고 합니다. 부업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주말 아르바이트, 단기 배달·대리운전 서비스 등 같은 소액 벌기를 비롯해 부부창업, 지인 공동창업 등으로 사업체를 운영하는 N잡러도 등장했습니다. 실제 대다수 파이어족은 본업을 유지하면서 블로그나 유튜브를 통해 광고 수입을 얻거나 사업 또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N잡러’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현실적으로 30대까지 일을 하고 남은 삶을 영위할 자금을 확보하는 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송금종 기자 // 그렇기 때문에 절약이나 저축만큼이나 중요한 게 세분화된 재테크 전략입니다. 예컨대 30대 가구 평균소득(5982만원)의 70%를 저축(4187만원)해 목표자금 10억원을 준비한다고 가정할 때, 수익률이 0%라면 25.9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 그렇다면 투자를 통해 은퇴자금을 효과적으로 늘리는 방법도 고민해 봐야 할 것으로 보이네요.
송금종 기자 // 네. 같은 금액을 저축하더라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은퇴자금을 마련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달라지는데요,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에 따르면 30대 가구 평균소득 5982만원의 70%인 4187만원을 저축한다고 가정했을 때 연평균 수익률이 3%면 18.3년, 4%면 17.1년, 5%면 16.1년으로 기간이 줄어든다고 합니다. 수익률이 1%p 높아지면, 은퇴가 1년 이상 빨라지게 되는 셈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 즉 수익률이 높아질수록 은퇴가 빨라진다는 말인데요, 다만 높은 기대수익은 그만큼의 높은 위험을 동반하는 만큼 사전에 충분히 리스크를 확인할 필요가 있겠어요.
송금종 기자 // 물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금융과 경제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요구됩니다. 높은 기대수익은 높은 위험을 동반하기 때문에 자신의 투자성향과 재무목표 수준에 맞게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했는데 금융시장이 악화하면 은퇴 후 생활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때문에 요즘처럼 투자가 쉽지 않은 고령화, 저금리, 저성장 시대에는 꾸준한 투자수익률이 전제되어야 하는 FIRE족보다 은퇴를 최대한 미뤄야 한다는 DIRE(Delay Inherit Retire Expire)족이 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그 밖에 또 파이어족들이 유의해야 할 점들이 있을까요?
송금종 기자 // 대부분 파이어족은 연 생활비의 25배를 은퇴 목표자금으로 설정합니다. 그러나 기대수명 증가에 따라 계획보다 더 많은 은퇴자금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는데요, 우리나라의 최빈사망연령은 88세로 사실상 100세 시대에 진입했습니다. 은퇴를 앞당길수록 은퇴 기간이 그만큼 증가한다는 사실도 기억하셔야 겠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무계획적인 소비를 지양하고, 의미 있게 소비하고 저축하는 파이어 운동의 확산이 긍정적으로 보이는 것이 사실인데요, 그런데 전세계적으로 열풍이 불고 있는 이 파이어 운동을 둘러싼 논란도 적지 않다고요?
송금종 기자 // 그렇습니다. 가디언지는 이 파이어 운동을 두고 고액의 연봉을 받는 일부 특권층의 전유물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평범한 사람이 마흔 전에 11억 원을 모은다는 건 꿈에 불과하다는 얘기입니다. 오히려 재무적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주식 수익률이 떨어지거나 물가 상승, 치료비 등 변수로 노후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블룸버그통신은 극단적으로 지출을 줄이는 삶이 과연 행복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파이어 운동이 처음 확산 된 미국에서는 이런 파이어족의 확산이 코로나19 이후 경제회복을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요.
송금종 기자 // 소비의 주축인 20·30대 젊은층이 갑자기 지갑을 열지 않으면 경기가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지난 2월 미 매체 '뉴욕타임스'(NYT)는 '밀레니얼 세대가 중앙은행을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파이어족에 대한 우려에 대해 전한 바 있는데요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최근 미국 24~39세 직장인 가운데 저축액이 10만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 1억2000만원 이상인 이들의 비율은 25%에 이르러, 지난 2018년 대비 9%포인트 상승했습니다. 문제는 저축률이 올라가면 그만큼 소비가 줄어 내수 산업에 악영향을 준다는 데 있습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미국의 내수산업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약 68%를 차지하는데요, 직장인들이 충분히 지출을 하지 않으면 수요가 줄면서 경제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이 동반 침체하는 '디플레이션'에 빠질 위험이 있는 셈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국내에서도 파이어족 등 이른바 극단적으로 저축하는 성향을 가진 사람들 뜻하는 '슈퍼세이버'들이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어요?
송금종 기자 // 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6월25일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극단적 위험회피 성향이 있는 이른바 '슈퍼세이버'가 증가하고 있다"며 "성장의 한 축을 담당하는 소비와 투자의 회복이 더뎌지면서 물가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를 전했습니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예금은행의 총예금 잔액은 지난해 말보다 5.8% 증가한 1603조4597억원에 달해 처음으로 1600조원을 돌파했습니다. 즉 가계·기업이 돈을 지출하기보다는 예금 형태로 쌓아두는 것을 더욱 선호한다는 뜻인데요, 전문가는 저축·소비·투자가 적절한 균형을 이룰 때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저축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경우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불안한 미래를 극복하기 위한 우리의 또 다른 모습이 파이어 운동의 열풍으로 나타난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무조건적인 절약으로 목적 없는 조기은퇴만을 꿈꾸기 보다는 각자의 상황에 맞는 인생설계를 통해 진정한 의미의 은퇴가 무엇인지 한 번 더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훈훈한 경제 마칩니다. 송금종 기자였습니다.
송금종 기자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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