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지원단체 및 공동변호인단은 18일 피해자 A씨와 A씨 가족의 입장문을 공개했다.
A씨는 “남 의원님, ‘그날의 잘못’에 책임지는 행동을 촉구한다”며 “‘피해호소인’이라는 말도 안 되는 신조어를 만들어 저의 명예를 훼손시켰고 더욱 심각한 2차 가해가 벌어지도록 환경을 조성했다”고 밝혔다.
A씨는 “이제라도 본인이 알고 있던 사실에 대해 은폐했던 잘못을 인정하고 저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의원직을 내려놓으라”며 “국회의원은 자기 진영을 보호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 당신의 지난 인생 전체를 부정하는 행동을 이제 그만 멈추라”고 강조했다.
김영순 전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와 임순영 전 서울시 젠더특보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이들 또한 남 의원과 함께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 유출에 책임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A씨는 “세 사람에 의해 7월의 참담함이 발생했고 오늘까지 그 괴로움이 지속되고 있다”며 “세 분의 잘못된 행동의 피해자는 저뿐만이 아니다. 여성운동과 인권운동에 헌신하던 사람들에게는 충격이 됐고 여성단체의 도움을 받았던 저와 같이 연약한 피해자에게는 두려움과 공포가 됐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계획대로 압수수색이 이뤄졌다면 법적인 절차를 밟아 잘못된 행위에 대한 사과를 받고 상대방을 용서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그 모든 기회를 세 분이 박탈했다”고 토로했다.
피해자 가족도 이날 입장문을 발표했다. A씨의 동생은 2차 가해를 비판하며 가족들이 겪고 있는 피해에 대해 전했다. 그는 “지난 6개월간 저희 가족은 말 그대로 죽지 못해 살고 있다”며 “끊임없이 지속되는 피해 사실 부정 및 은폐를 위한 일련의 과정, 2차 가해로 인해 누나는 삶의 의욕이 점점 더 희미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박 전 시장 장례식 후 어떤 기관장은 누나에게 살의를 느낀다고 했다. 누나의 신상이 여기저기 노출되고 있어 신변의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정치에 뜻이 있거나 영향력 있는 분들이 누나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부정하는 말을 할 때마다 누나와 가족들이 흘린 피눈물이 바다를 이룰 지경”이라고 전했다.
A씨의 아버지는 “박 전 시장 재직 중 영상물이 송출되는 방송을 중지해달라”며 “열성 지지자들의 악성 댓글이 도를 지나치고 있다. 우리 가족은 그가 재직 중 활동하던 영상 등이 TV에 나오면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A씨의 어머니도 “딸은 하루에도 몇 번씩 ‘엄마 내가 죽으면 인정할까’라는 말을 한다. 자기의 모든 비밀번호를 가르쳐주며 만일을 위해 기억하고 있으라고 한다”며 “딸 앞에서 지난 6개월 동안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피해자가 다시금 제자리로 돌아가 평범한 일상을 살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지난해 7월 A씨는 박 전 시장을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박 전 시장은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는 메모를 남긴 채 자취를 감췄다. 박 전 시장은 이튿날 북악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조사했으나 명확한 결론 없이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마무리했다. 피의자인 박 전 시장이 사망해 사실관계 확인에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찰은 사망 경위 등에 대해 “고인과 유족의 명예를 고려해 이야기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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