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만원 파격 지원' 재난적 의료비제, 환자 관심 저조한 이유는?

'3000만원 파격 지원' 재난적 의료비제, 환자 관심 저조한 이유는?

'사랑의 리퀘스트' 방송 출연 지원금보다 높지만 실질 혜택 낮아 외면

기사승인 2021-01-22 04:30:03
환자들이 꼽은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 불만족 이유. 서울시 환자권리옴부즈만 제공.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매년 최대 3000만원씩 지원해주는 파격적인 제도인데 왜 환자들의 관심이 저조할까요." 

21일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 이용경험 실태조사와 개선방안'을 주제로 진행된 환자권리포럼에서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가 활성화되지 않아 안타깝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안 대표는 "예전에 환자들이 '사랑의 리퀘스트' 방송에 출연하면 의료비 2000만원이 지원됐었다. 그런데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를 활용하면 매년 최대 3000만원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음에도 환자들의 관심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는 과도한 의료비 지출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게 의료비 일부를 지원해 의료이용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로 2018년 본격 시행됐다. 그러나 겉으로 보면 최대 3000만원을 지원하는 파격적인 제도이지만 실제 환자들에게 돌아간 실질적인 혜택은 저조하다는 지적이 높다. 

특히 2018년 본격 제도화하면서 지원 대상이 4대 중증질환 환자에서 모든 질환의 입원환자와 6개 중증질환 외래진료까지 확대하고 예산도 늘렸음에도 실제 집행률은 낮은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 시행 첫해인 2018년에는 예산을 기존 3배 수준인 1504억 6000만원으로 늘렸지만 집행액은 이중 14%인 210억 9800만원에 그친 바 있다. 예산을 496억원으로 줄인 2019년에는 이중 54.3%인 270억원만 집행했고, 지난해인 2020년에는 예산 534억원 중 66%인 354억원을 집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제도화 이전 집행금액보다 낮은 수준이다. 2015년 집행 금액은 598억 6200만원, 2016년은 450억 9200만원, 2017년 327억  4900만원 수준이었다. 

또 최대 지원 금액이 3000만원이지만, 2000~3000만원 상당의 금액을 지원받은 수혜자 수는 2019년 기준 17명에 불과했고, 연간 평균 지원금도 233만원에 그치는 등 실질적인 의료비 사회안전망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 환자권리옴부즈만이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 이용 및 신청 경험이 있는 환자 3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를 통해 지원을 받았다고 응답한 인원은 전체 9.4%에 불과했다. 이들 화자들은 ▲제도 내용이 복잡해 이해하기 어렵다 ▲건강보험콜센터과 동주민센터 공무원 등 정부기관 직원들이 제도를 잘 모른다 ▲제출서류 발급과정이 복잡하다 등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안 대표는 "꼼꼼하게 뜯어보면 의료비를 지원해주려고 만든 제도가 아니라 안 주려고 만든 제도같다는 생각이 든다. 환자들은 제도가 있는 줄도 모르고, 지원을 받으려 공단을 찾았지만 문턱이 높아 포기하고, 서류를 작성하는데만 해도 수일이 걸린다고 토로한다"며 "제도 활성화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환자와 보호자가 병원 앞을 지나고 있다. 박효상 기자

환자들의 이용율을 높이기 위해 병원 내 의료사회복지사의 역할과 지원을 강화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김린아 대한의료사회복지사협회 회장은 "지원이 필요한 환자들을 선별해 도움을 주는 일은 의료사회복지사가 가장 적합한 인력이다. 다만 개인의 희생이나 노력에 기대야 한다면 지속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사회복지가가 경제적 문제가 있는 환자들에 개입하는 것에 대한 수가를 마련하고 인력을 지원한다며 제도를 알지 못해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환자들이 느끼는 지원 자체의 어려움 등의 문제는 해결 가능하다"며 "콜센터를 통한 제도 안내나 응대 직원의 친절한 태도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대상자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기반된 전문 인력을 활용해야만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상일 서울시환자권리옴부즈만위원장은 "특정 직종보다는 의료기관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책무 중 하나로 봐야할 것 같다. 수가를 정하더라도 상징적인 의미이지 실질적인 비용보전과는 거리가 있을 것"이라며 "평가나 인증 등에 포함시켜 의료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공인식 보건복지부 의료정책관리과장은 "재난적 의료비를 공적재원화해 안정적으로 집행하는 체계가 마련됐지만 제도 정착 과정에서 후퇴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고, 복잡한 체계로 명확하게 알기 어렵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있었다"며 "국민 누구라도 의료비의 재난적 발생 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보전하는 제도인만큼 지원속도와 지원규모를 보다 빠르게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하면 신청주의를 극복할수 있는지, 의료현장에 밀접하게 활성화할 수 있을지 개선방안을 모색해나가겠다"고 밝혔다.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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