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KGC가 프로농구에서 2차례 우승을 차지했을 때 가장 큰 장점은 높이였다. 2011~2012시즌과 2016~2017시즌 우승을 차지했을 때의 주역은 오세근이었다. 오세근과 외국인 선수의 강력한 높이를 이용해 고공 농구를 펼쳐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KGC의 농구 스타일은 확연히 달라졌다. 가드진이 빠르게 적극적으로 상대에게 달려들어 상대의 실책을 유도하고, 속공을 만들어내는 것이 현재 KGC의 컬러다. 현재 리그에서 스틸 1위, 속공 1위다. ‘대도 군단’이라는 별칭도 붙었다.
4일 열린 부산 KT와 4라운드 맞대결. 전반전까지 팽팽하게 맞서던 KGC는 KT의 외국인 선수 클리프 알렉산더에게 덩크슛 2방을 내주면서 급격하게 분위기를 내줬다. 분위기가 가라앉은 KGC는 상대의 공격을 제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점수차는 14점차까지 벌어졌다. 3쿼터 종료 당시 패색이 짙었다.
위기를 맞은 KGC는 4쿼터 외국인 선수 라타비우스 윌리엄스가 골밑에서 분투하면서 일단 점수차를 한 자릿수 까지 좁혔다. 경기 종료까지 4분26초. 시간은 충분했다.
KGC의 김승기 감독은 승부수를 띄웠다. 풀코트 프레스(전방 압박 수비)를 작전을 시도했다. 이미 체력 소모가 심한 상태였다. 자칫 한 번의 실수로 게임이 끝날 수 있는 상황.
KGC의 가드진들은 죽을힘을 다해 뛰었다. 그리고 결과를 만들어냈다. 73대 81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이재도가 3점슛을 성공하며 일단 5점차로 점수차를 좁혔다. 곧이어 가드진이 거세게 압박을 껄며 KT의 양홍석의 실책을 끌어내는 데 성공, 곧바로 상대 코트로 넘어간 뒤 박형철이 3점슛을 성공했다. 16초 만에 6점을 뽑아내며 2점차까지 따라갔다.
KGC가 끝내 역전에 성공했다. KT는 브라운이 골밑슛에 실패하면서 득점 기회를 놓쳤다. KGC가 기회를 잡았다. 맨 처음 우동현의 3점슛은 실패했지만, 박형철이 공격 리바운드를 잡으면서 다시 공격권을 가져왔다. 천천히 공을 돌리던 KGC는 이재도가 침착하게 3점슛을 시도했고, 림을 깔끔하게 갈랐다. 82대 81, 극적인 역전이었다.
이후 파울 작전을 통해 이재도가 자유투 2구를 모두 성공하며 3점차까지 벌렸지만 경기 종료 0.5초를 남기고 허훈이 3점슛을 꽂으며 84대 84 동점으로 마무리되면서 승부는 연장으로 이어졌다.
연장전에서도 KGC 가드진의 저력이 돋보였다. 이재도와 박형철, 전성현까지 계속해서 트랩 수비를 오가면서 KT의 저력을 막았다. 경기 막바지 행운까지 따르면서 99대 95 역전승을 일궈냈다. 5위 KT와 승차도 2경기차 까지 벌리면서 중요한 위치에 섰다.
경기 후 김 감독은 “선수들이 오늘 너무 잘 해줬다. 이런 모습 볼 때마다 감동적이고,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라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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