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으로 iOS14 업데이트된 기기는 앱스토어의 모든 앱에서 알림창을 통해 다운로드한 앱의 추적 기능을 알려주고, 사용자가 이를 옵트인(허용)하지 않는 경우 해당 앱이 개인 특정 데이터를 수집하고 공유하는 것이 금지된다.
자사 생태계를 강조하고 있는 애플이 소비자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페이스북이나 구글 등 경쟁사를 견제하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프라이버시 정책으로 해당 경쟁사들은 타격을 받게 됐다.
개인소비자 vs 소상공인? 애플과 페이스북의 상반된 입장
애플은 개인정보 보호의 날(data privacy day)를 맞아 앱 추적 투명성(AppTracking Transparency) 프레임워크에 따라 모든 앱에서 사용자에게 추적 관련 알림창이 표시되도록 했다. 소비자들은 앱이 추적을 할 때마다 알림창에서 정보를 제공할지, 아닐지에 대해 선택할 수 있다.
애플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앱 하나에는 6개의 '트래커'가 포함된다. 사용자와 그 개인정보를 수집, 추적하기 위한 추적 장치다. 이 트래커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는 광고 등 비즈니스 목적으로 거래되고 연간 2270억달러(253조원)에 달하는 산업의 기초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소상공인들에게 소비자 정보를 바탕으로 타깃형 광고를 받는 페이스북과 같은 사업자들이 큰 타격을 받게 됐다. 기존에 페이스북이 사용자로부터 게재 및 행동 분석 데이터(연령, 성별, 지역, 노출 위치 등)이 지원되지 않기 때문이다. 애플은 데이터 최소화, 사용자 투명성 및 통제, 온디바이스 프로세싱(서버 전송 금지), 보안 등 4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특히 이 같은 조치에는 지난 2018년 초 케임브리지 애털리티카 회사가 수백만 페이스북 가입자의 프로필을 수거해 특정한 정치적 선전을 하려는 데 동원한 것이 밝혀지면서, 개인정보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분위기도 반영됐다.
애플은 '소비자 프라이버시의 강화'를 강조했다. 크레이그 페더러기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담당 수석부사장은 "애플은 프라이버시가 모두가 누려야 할 '기본적 인권'이라고 굳게 믿으며 모든 제품과 서비스에 이러한 신념을 반영하겠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애플의 이 같은 조치에 "모바일 앱을 광고하는 비즈니스와 페이스북 비즈니스 도구에서 웹 전환 이벤트를 대상으로 최적화, 타게팅 및 보고하는 비즈니스가 영향을 받게 됐다"고 분석했다.
페이스북은 지난달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3대 신문에 애플을 비난하는 광고를 내고 "세계 모든 곳의 소상공인을 위해 애플과 맞서겠다"고 강조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7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애플의 개인정보 보호 강화 조치가 수백만 소상공인에게 타격을 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 다음날 Apple CEO 인 팀 쿡은 다음날 브뤼셀에서 열린 데이터 프라이버시 컨퍼런스에서 페이스북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정보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한 사용자와, 데이터의 부당한 이용, 그리고 사실상 선택권이 없는 선택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는 칭찬받을 수 없으며 개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테크기업, 경계 없는 경쟁 중...프라이버시 강화·새로운 기술 각축전
이 같은 문제의 뒷면에는 점차 경계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테크기업들간의 점유율 다툼이 있다. 테크기업들이 미래의 신기술을 선점하는 데 있어서 '무한 경쟁'이 벌이지기 때문이다.
우선 페이스북이 점차 가상 및 증강현실 헤드셋 등을 내놓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페이스북이 내놓은 VR기기인 오큘러스 퀘스트 헤드셋은 이미 광범한 사용층을 얻고 있다. 최근 페이스북은 오큘러스 퀘스트2를 내놓은 바 있다.
이는 올해 초 애플이 내놓을 가상현실 기기와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의 VR 헤드셋 가격은 약 3000달러(약 330만원)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페이스북은 '포털 TV(portal tv)'라는 이름의 TV용 셋톱박스, 홈팟스피커, 영상통화(페이스타임) 등 애플과 경쟁하는 스마트홈 장치를 보유하고 있다.
또 페이스북은 애플의 아이메시지(imassage)와 경쟁하는 왓츠앱, 페이스북 메신저, 인스타그램 등 10억명 이상 사용자를 보유한 3개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다.
iOS14용 프라이버시 강화 조치는 애플이 자사 생태계를 더 공고히 하고, 경쟁자와의 격차를 벌리기 위해 이 같은 카드를 갖고 나섰다는 분석이다.
이는 페이스북은 물론 안드로이드 진영의 구글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오픈 생태계를 추구하는 구글과는 달리 애플은 자사의 배타적인 생태계를 추구하고 있어 이 같은 움직임이 더욱 두드러지게 보이고 있다.
구글의 경우는 구글이나 유튜브 등의 앱에서 자사 역시 개인정보를 이용해 소상공인을 위한 비즈니스를 하고 있어 이 같은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모바일 장치의 데이터는 보통 구글 서버로 전송되고, 타깃형 광고를 제공한다.
구글의 정책과 정반대로 가는 이 같은 정책은 애플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를 더 높일 수 있다. 안드로이드 진영이 애플보다 상대적으로 고객 프라이버시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줌으로써 미래 잠재고객에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이에 따라 '프라이버시 샌드박스'라는 프라이버시 보호 정책을 통해 브라우저인 크롬에서 타사 쿠키를 단계적으로 제거 하는 조치를 취하고, 광고주가 개인을 직접 타깃팅하는 대신 사용자 그룹을 타깃팅하도록 하는 방안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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