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학생 시절 폭력 사실을 인정한 당사자는 여자부 흥국생명 이재영과 이다영, 남자부 OK금융그룹 송명근과 심경섭이다. 현재 가해자로 지목된 선수들은 올 시즌 잔여일정 동안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이들은 올 시즌 팀 내에서 주전급 선수인 만큼 해당 팀은 전력 하락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나머지 팀들에게는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다.
◇ 여자부, ‘어우흥’은 깨졌다
이번 논란으로 가장 타격을 입은 팀은 여자부의 흥국생명이다.
시즌 초반부터 ‘1강 체제’를 굳힌 흥국생명은 3라운드에 불화설로 잠시 흔들렸지만 빠르게 분위기 수습에 성공했다. 지난 1월까지 압도적인 1위를 달렸다. 정규리그 우승을 빠르게 굳히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2월 들어 위기를 맞았다. 지난 5일 GS칼텍스전에서 패배하며 2연패에 빠진 흥국생명은 지난 11일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시즌 V리그 여자부’ 한국도로공사와 원정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0대 3으로 패배하며 연패 탈출에 실패했다.
이재영과 이다영의 빈자리가 너무 컸다. 이재영은 올 시즌 473점을 기록하며 리그 전체 득점 7위, 국내 선수 2위를 기록 중이었다. 팀 내 공격비중률이 35.28%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은 선수다. 이다영 역시 팀의 주전 세터로 팀 내 세트 점유율은 무려 63.84%에 달한다.
두 선수가 빠지면서 흥국생명의 경기력은 이전만 하지 못했다. 흥국생명은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1시간8분 만에 패배했는데, 이는 올 시즌 남녀부 통틀어 최단 시간 경기였다. 흥국생명이 3세트 동안 얻은 점수는 42점에 불과했다.
흥국생명은 남은 5경기서 승점 1점만 추가해도 플레이오프 진출을 할 수 있지만,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배구에서 가장 필요한 포지션인 세터와 레프트가 빠진 상황에서 김연경 홀로 버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흥국생명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최근 GS칼텍스가 급부상 중이다. 지난 14일 대전 KGC인삼공사를 3대 0으로 완파한 뒤 흥국생명과 승점차를 5점차까지 좁혔다. 현재 GS 칼텍스가 흥국생명보다 한 경기를 더 치렀지만, 충분히 뒤집을 수 있는 상황이다.
GS칼텍스는 레프트 강소휘가 부상에서 복귀하는 등 완전체 전력을 갖췄다. 러츠-강소휘-이소영으로 이어지는 ‘삼각 편대’의 힘이 살아나면서 흥국생명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한편 이다영과 이재영 외에도 여자 배구를 향한 학교 폭력 추가 폭로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모든 팀들이 아직까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 남자부 중위권, 이보다 혼전일 수 없다
남자부는 여자부보다 순위 경쟁이 더 치열한 상황이다.
학교 폭력 논란에 휘말린 송명근은 OK금융그룹의 토종 에이스다. 과거에 비해 기량이 다소 하락했지만 OK금융그룹의 국내 선수 1옵션 선수다. 팀내 공격 점유율은 19.86%이며, 올 시즌 올린 득점은 366점(전체 12위)에 달한다.
OK금융그룹은 송명근을 대체할 만한 국내 선수가 없다. 외국 선수 펠리페의 비중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현재 펠리페가 체력 저하를 겪고 있어 OK금융그룹은 잔여 경기를 치르는 데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3위인 OK금융그룹(승점 48점)은 4위 우리카드(승점 48점)에 세트 득실차만 앞선 상황이다. 5위 한국전력(승점 46점)과 3위 그룹의 승점 차이가 단 2점차 밖에 나지 않아 언제든지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 2위 KB손해보험(승점 50점)도 안심할 수 없다.
한편 남자부의 경우 3위와 4위의 승점이 3점 이내면 단판 준플레이오프가 열린다. 가장 최근 준플레이오프가 열린 것은 2015~2016시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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