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구현화 기자 = 직장인 익명 어플리케이션(앱) 블라인드에 카카오 인사평가의 불합리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해당 게시글은 카카오 내부 직원들로 추정되는 이용자들이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카카오 직원으로 추정되는 직장인이 직장 내 괴롭힘(왕따)과 이에 따른 인사고과 불이익으로 괴로워하는 심경을 담은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의 작성자는 "나를 집요하게 괴롭힌 XX셀장, 파트장에겐 안좋은 피드백만 골라서 하고 동료들에게 내 험담하던 셀장과 셀장을 불러 내가 썼다는 걸 알려준 팀장을 지옥에서도 용서하지 못한다"라고 쓰며 집단 괴롭힘을 호소했다.
이어 "회사도 용서할 수 없다"라며 "톡테라스에서 울면서 상담했지만 대수롭지 않다는 듯 쏘아붙이던 당신도, 동료들의 감정을 담은 피드백에 평가와 인센을 그렇게 준 당신들도 공범"이라고 적었다.
이 글은 곧 삭제됐지만, 카카오에 근무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직원들이 자사 인사평가에 대한 비판글을 올려 가세했다.
'용기내 폭로합니다. 카카오의 인사평가는 살인입니다'라는 게시글에서 직원으로 추정되는 한 이용자는 "카카오는 평가결과에 '이 사람과 일하기 싫습니다'라는 평가 항목을 수집한다"라고 적었다. 이어 그는 "전사 퍼센테이지와 비교까지 해주며 당신은 바닥이라고 짓누른다"라고 호소했다.
이 직원은 "360도 다면평가를 하나 조직장은 그 내용을 참고만 할 뿐 본인이 원하는 대로 평가 결과를 산정할 수 있다"라며 "조직장 눈 밖에 나면 그 순간부터 지옥이 시작된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런 불만사항을 평가에 적으면 오히려 누가 그런 내용을 적었는지 해당 조직장에게 알려주는 상사도 있다"라고 폭로했다.
해당 글 작성자는 "난 조직장의 괴롭힘을 상위평가에 적었고 그 내용을 상위조직장이 공유해 투명인간 취급을 받았다"라며 "그 상처로 중증의 우울증을 얻었고 자해시도만 수차례 했다"라며 자신이 처방받은 정신과 처방전의 약 목록을 공유했다.
이후 '카카오 인사평가 시즌에 유서가 올라오는 이유'라는 글에서는 평가결과지 일부도 공유됐다. 카카오 직원은 "평가결과지의 일부이지만 이렇게 바로 보여준다"며 "유서가 안 나오는게 이상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직원이 공유한 결과지는 2020년 평가에 '당신과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가 몇명인지를 알 수 있고, 전체 평균과 비교할 수 있도록 나와 있다.
해당 작성글의 댓글에는 "일 잘하고 말고와도 상관 없고 복불복"이라며 "해당 평가에 대한 후속조치 없이 숫자만 공개해 동료간 화합, 신뢰, 협업이 아닌 불신과 의심, 그리고 칼 끝을 겨누게끔 설계해 둔, 인간의 자존감을 바닥까지 떨어뜨려 짓밟는 잔인하고 악마같은 평가제도"라는 의견도 올라왔다.
카카오가 도입한 360도 다면평가는 이론적으로 상사뿐 아니라 함께 일하는 팀원, 관련 부서의 동료 혹은 고객과 파트너사에도 평가를 받는 방식을 의미한다. 직원은 상사도 자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업무 애로사항을 어필할 수도 있다.
일견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이 제도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고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경우다. 상사 중심의 한국 기업문화에서 다면적인 평가 제도가 갖춰져 있어도 조직장이 원하는 대로 평가결과를 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심지어 기밀로 되어 있는 상사평가 내용이 외부로 유출될 경우 직원에 대한 집단 괴롭힘까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카카오 직원들이 한목소리로 피어리뷰, 즉 동료평가에 대한 비판을 제기한 점은 의미심장하다. 자신에 대한 부정평가를 가감없이 받아들이도록 해 오히려 일에 대한 사기를 떨어뜨리고 자괴감에 휩싸이도록 하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카카오는 인사평가에 '리뷰대상과 같이 일하시겠습니까?'라는 항목이 있는 것은 맞지만 해당 문항은 인사평가제도 개선 시 피드백과 평가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직원들이 먼저 아이디어를 내 만든 문항이라고 설명했다.
이 질문은 자신이 모르는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평가 당사자인 자신이 지정한 사람만이 응답할 수 있다. 카카오는 성과평가와 관련해 변경사항이 발생할 시 전 직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며 수시로 개선의견을 받고 반영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평가는 동료 리뷰와 상향 리뷰를 모두 진행하는 다면평가로 진행하고 있지만, 조직장이 평가책임자로 평가를 내린다고 설명했다. 평가가 끝난 뒤 직원들이 작성한 평가 설문에도 동료나 조직장 대상 피드백 효용성이 가장 높다고 응답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 내 괴롭힘 관련해서는 전직원 관련 교육을 정례 운영하고 있고, 익명의 핫라인 제보 채널이 있어 직원을 대상으로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상임윤리위원회가 있어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사항에 대한 조치를 카카오 전 직원에게 공유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 강화를 위해 평가 책임자에게 평가 대상자에 대한 동료나 상향 리뷰 내용이 제공되는 것"이라며 "인사 결과에 대해서도 소명이나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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