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이야기] ‘패밀리 비지니스(Family Business, 1989)' … 가족기업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이야기] ‘패밀리 비지니스(Family Business, 1989)' … 가족기업

정동운(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기사승인 2021-03-10 18:17:07
정동운 전 대전과기대 교수
철학자 윌 뒤랑(Will Durant, 1885~1981)은 현대 사회를 지탱하는 두 개의 기둥은 ‘가정’과 ‘국가’인데, “만일 이 두개의 기둥 중에서 국가라는 기둥을 뽑아버린다면 가정으로 그 사회를 지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가정이라는 기둥을 뽑아버린다면 그 사회는 아무 것도 남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기본적인 구성요소는 가정이며, 그 구성원인 가족은 이 사회를 지탱하는 마지막 보루라는 뜻이다. 이러한 가족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기업형태가 가족기업이다. 영화에서도 가족기업의 이야기를 나타낸 경우로, 할아버지, 아버지, 손자의 도둑 3대의 이야기를 다룬 <패밀리 비즈니스(Family Business, 1989)>를 들 수 있다.

이 영화는 ‘도둑 유전자’를 이어받은 할아버지, 아들, 손자 3대가 벌이는 ‘가족의 사업’을 담고 있다. 할아버지 제시(숀 코네리)는 미국에 이민 온 아일랜드인으로 평생 도둑질로 살아왔다. 아들 비토(더스틴 호프만)는 가난한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도둑질을 했으나, 똑똑한 부인을 만난 후 좀도둑으로서의 삶을 정리하고 20여 년간을 고기 도매상 사업을 하여 탈세로 부자가 되었다. 손자 아담(매튜 브로데릭)은 유전공학박사로서 앞날이 보장되었지만, 낭만적인 도둑 할아버지와 시실리 출신 할머니의 범죄자 친척들의 피까지 물려받아 하는 일이 지겹기만 하다.

비토는 어릴 적부터 자기를 나쁜 짓을 하는데 끌고 다닌 제시가 혐오스럽기만 하고, 아담은 속물과도 같은 아버지를 ‘인간쓰레기’라고까지 부른다. 그러나 제시와 아담 사이의 관계만은 아주 원만하다. 이 가족 간의 갈등은, ‘가족사업’(도둑질)이 성공하지 못하고 아담이 감옥에 갈 상황에 이르자, 비토가 아들을 위해 경찰에 자수함으로써 ‘전적이 화려한’ 제시만 무거운 형량을 받게 된다. 그러자 아담은 비토와의 관계를 끊어버린다. 그리고 그 때문에 결국 제시는 죽게 되고 그들의 ‘가족기업’은 무너지고 만다.

비로소 비토와 아담은 자신들이 화합했을 때는 ‘도둑질 계획’을 할 때뿐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화해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시가 활동하던 거리의 한 옥상에서 장례식이 거행되어 한 줌의 가루가 된 제시의 유골은 거리에 뿌려진다.


영화 제목 ‘Family Business’는 글자 그대로 ‘가족기업’을 뜻하며, 이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그러나 사실 가업(가족기업)이니 가문이니 하는 영예로운 말은 이 영화 속의 가업(범죄)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가족기업은 적어도 기업의 지분 중 51% 이상을 단일가족이 소유하고, 기업경영에 따른 주된 의사결정권이 가족구성원에게 있으며, 최소한 두 사람 이상의 가족구성원이 기업경영 및 관리활동에 전적으로 참여하며, 다음 세대의 가족구성원에게 기업의 소유권과 경영권이 승계되는 기업을 말한다. 이러한 가족기업은 비가족기업에 비해 가족구성원의 기업 지배권과 소유권 보유 정도가 높고, 가족구성원의 경영참여, 권한의 세대 간 승계 가능성 등에 있어서 차별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족기업은 가족 전통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리더십, 신속한 의사결정, 오너의 확고한 주인의식, 안정감 있는 경영, 종업원들의 강한 애사심,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과감한 투자, 기업에 대한 신뢰감, 효율적인 분업 등의 장점으로 인하여 고용창출, 투자유치 등에 큰 역할을 한다. 반면에 가족 내 책임 회피나 다툼으로 인한 갈등, 기업가 정신 약화, 외부인력 활용 미흡, 경영권 승계 문제 등의 단점도 있다. 이 가족기업은 단점도 있지만 장점이 더 많다. 그것은 미쉐린, 리바이스, 뉴욕타임스 등의 가족기업이 장수기업들이라는 것으로도 증명된다.

“온가족의 화합을 위해 ‘그짓’(가족기업)만큼 좋은 스포츠는 없다”는 사실을 영화에서 엿볼 수 있다.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최문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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