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지난 11일 오전 9시 30분(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오프닝 벨 행사에 참여했다. 행사에는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 거라브 아난드(Gaurav Anand) 쿠팡 CFO 등 주요 경영진이 참석했다.
쿠팡 주가는 상장 첫날 공모가(35달러)보다 14.25달러(40.71%) 오른 49.25달러로 장을 마쳤다. 거래량은 9158만여주에 달했다. 쿠팡은 이번 상장으로 4조645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전망이다.
쿠팡은 상장 신청서류에서 조달 자금으로 향후 물류센터 건립과 신규 고용, 새로운 사업 확장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시금 쿠팡의 공세가 예상되면서 온라인 쇼핑 시장 경쟁은 더 격화될 전망이다.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도 속속 상장을 추진 중이다. '실탄' 확보가 절실하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마켓컬리가 쿠팡에 이어 미국 증시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1조원대의 거래액을 기록 중인 마켓컬리는 쿠팡에 비해 몸집은 작지만, 신선식품 새벽 배송에 있어서는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티몬도 하반기 국내 상장을 추진 중이다. 티몬은 이미 지난해 미래에셋대우를 기업공개(IPO) 주관사로 선정하면서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이외에도 11번가와 신세계그룹의 SSG닷컴도 상장 가능성이 있는 업체로 거론된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쿠팡 상장이 온라인 유통업계 전망에 대한 시각을 호의적으로 변화시킨 것은 확실해 보인다"면서 "앞으로 관련 기업 상장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쪽에서는 쿠팡을 견제하기 위한 반(反) 쿠팡 동맹이 결성되고 있다. 온라인몰로 확장을 꾀하는 네이버가 맹주 역할을 하며 이마트와 CJ대한통운 등이 손을 잡고 있는 모양새다.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와 네이버가 전자상거래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분 교환 등 사업 제휴를 추진 중이다. 양사의 이번 결정은 지난 1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만난 이후 본격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성남시 분당 네이버 사옥을 방문했고, 이 자리엔 강희석 이마트 대표와 한성숙 네이버 대표도 배석했다. 양사의 제휴 배경엔 쿠팡의 상장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CJ와도 전방위 협력을 약속했다. CJ대한통운과 포털사인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3000억 규모의 지분을 맞바꾸고 협력 체계를 구축한바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됐던 물류 서비스를 보완해 쿠팡의 최종 대항마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네이버는 지난해 거래액 기준 쿠팡을 앞섰다. 최근 애플리케이션 분석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가장 많은 결제가 이뤄진 온라인 쇼핑 서비스는 네이버로 나타났다. 약 21조원으로 17조원인 쿠팡을 넘어섰다.
코로나19와 쿠팡 상장 등 여러 이유로 유통업계의 지각변동은 불가피 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예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그동안의 소비 트렌드가 완전히 뒤 바뀌고 있다”면서 “여기에 쿠팡의 투자가 기름까지 붓고 있는 꼴”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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