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감독은 12일 KB손해보험을 통해 “다시 한 번 12년 전 본인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박철우 선수와 배구 팬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자숙의 시간을 갖기 위해 사임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감독은 지난달 20일 올 시즌 잔여 경기 자진 출전 포기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 감독은 끝내 자진의사 사퇴를 밝혔다. KB손해보험 구단은 이 감독의 사의를 수용하고, 2020~2021시즌 종료까지 이경수 코치에게 감독 대행직을 맡겼다.
이 감독은 “이번 시즌 저를 믿고 따라와준 선수와 스태프에게 정말 고맙고 미안하다. 시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주기를 바란다”며 “출신 팀에서 잠시나마 감독을 할 수 있어서 행복했고 지금처럼 KB배구단을 항상 사랑으로 응원하겠다”고 했다.
KB손해보험 구단은 “이 감독이 짧은 시간임에도 항상 솔선수범하며 선수 눈높이에 맞춰 같이 고민하고 배려하며 편안한 분위기에서 소통을 했다”라며 “이를 기반으로 선수에게 프로선수로 자세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자율과 권한 부여를 통해 선수 중심의 긍정적이고 재미있는 배구 토대를 만들어준 것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의 자진사퇴 이유는 2009년 국가대표팀 폭행 사건 때문이다.
한국전력의 박철우는 지난 2009년 국가대표팀 소집 기간 중 당시 코치였던 이상열 KB손해보험 감독에게 폭행을 당했다. 박철우는 당시 국가대표팀의 에이스였는데, 훈련 중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감독에게 얻어맞았다. 박철우는 얼굴과 몸에 멍이 남아 있는 상태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사실을 세상에 알렸다.
이후 박철우가 고소를 취하하면서 갈등이 조용히 끝나는 듯 했지만, 최근 이 감독의 인터뷰가 사건 재점화의 도화선이 됐다. 이 감독은 지난달 17일 최근 배구계를 시끄럽게 하고 있는 '학폭 사태'와 관련한 질문을 받은 뒤 "과거 폭력 논란의 중심에 있던 당사자로서 선수들에게 더 잘해주려 노력하고 있다"는 취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러자 박철우는 지난달 18일 자신의 SNS에 "정말 '피꺼솟'이네.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느낌이 이런 것인가"라는 글을 올렸다. 당시 박철우가 특정 대상을 지칭하진 않았지만, 이상열 KB손해보험 감독을 겨냥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같은 날 박철우는 OK금융그룹과 경기가 끝난 뒤 자진해 인터뷰실에 들어와 "기사를 보고 나니 하루종일 손이 떨렸다. 그 분이 감독이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너무 힘들었다. 경기장에서 지나가다, 마주칠 때마다 정말 쉽지 않았다"며 "그래도 조용히 참으면서 지내고 싶었는데 기사를 보니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 감독과 관련한 폭로를 이어갔다.
KB손해보험 선수들에게는 미안하지만 할 말은 꼭 해야겠다고 한 박철우는 “나는 사과를 바라지 않는다. 그 일이 있었을 때도 고소를 취하했다. 정말로 반성하고 좋은 분이 되시길 기대했다. 그런데 다른 선수들한테 ‘박철우가 아니었으면 너도 맞았을 것’이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몇 년 전까지 내 귀에 들어오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이상열 감독은) 이미 고등학교 때부터 유명하신 분이었다. 지고 있을 때면 (라커룸에서 맞아서) 얼굴이 붉어져 돌아오는 선수가 허다했다. 다 내 친구이고 동기들이다. 몇몇은 기절했고 몇몇은 고막이 나갔다”면서 “그런데 그게 과연 한 번의 실수인가? 한 번의 감정에 의해 한 번 그랬다는 것인가?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성토했다.
이 감독은 박철우에게 몇 차례 사과 의사를 밝혔지만, 박철우는 이에 대해 불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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