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금융그룹은 올 시즌 1라운드 6경기 전승을 거두며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지난 2월 송명근과 신경섭이 학창 시절 폭력 사실이 드러나 전력에서 이탈한 데다, 6라운드 맞대결을 펼친 KB손해보험에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면서 2주간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이로 인해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하면서 시즌 재개 후 1승 4패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하지만 5위 한국전력이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우리카드에 0대 3으로 지면서 마지막 한 자리를 거머쥐었다.다. 2015~2016시즌 정규리그 2위로 챔피언결정전에 올라 우승컵을 들어 올린 이후 5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이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KB손해보험을 3대 1로 꺾으면서 기분 좋게 플레이오프에 올랐지만, 우리카드는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1차전에서 1대 3으로 완패를 당했다. 특히 외국인 선수 펠리페는 10득점에 그쳤다. 우리카드의 높은 벽에 가로막혔다. 4일간 3경기라는 계속된 강행군에 체력이 방전된 모습이었다.
2차전을 앞두고 석진욱 OK금융그룹 감독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이제 지면 정말 끝이다. 체력 등은 생각하지 않고 베스트로 들어갈 것”이라며 “펠리페는 안 되면 교체를 해야 하겠지만, 시작부터 뺄 생각은 없다”라고 필사의 각오를 밝혔다.
석 감독의 의지는 선수단에게도 퍼졌다. 리시브가 흔들리면서 끌려가는 상황 속에서도 선수들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블로킹에 성공하면 웜업존에 있는 선수들까지 구호를 같이 외치면서 사기를 끌어올렸다. 우리카드도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었다.
1세트는 역전에 역전을 주고받는 승부 끝에 우리카드가 가져갔지만, 2세트는 OK금융그룹이 잡았다. 특히 2세트에는 이선규의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와 선수들의 호쾌한 스파이크가 터지는 등 이대로 집에 가지 않겠다는 선수단의 의지가 보였다.
3세트를 일방적으로 내준 상황에서 맞이한 4세트. 어쩌면 올 시즌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OK금융그룹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박빙의 승부가 펼쳐졌다. 4세트 중반까지 어느 팀도 앞서가질 못했다.
하지만 승부의 여신은 OK금융그룹을 외면했다. 20-20으로 팽팽한 상황에서 우리카드의 높은 벽을 넘질 못했다. 3번의 공격이 모두 우리카드에 가로막혔다. 패배가 OK금융그룹에 스며들었다. 전진선이 서브까지 실패했고, 우리카드의 마지막 공격을 저지하지 못하면서 고개를 떨궜다.
OK금융그룹의 5년 만에 플레이오프는 이대로 막이 내렸지만, 젊은 선수들의 성장과 더불어 위기 속의 선수단의 단합력이 돋보였던 시즌이었다. 짙은 아쉬움 속에서도 석 감독은 미소를 잃지 않았던 이유다.
석 감독은 경기 후 “아쉬운 시즌이다. 계획대로 끝까지 못했던 아쉬움도 있다.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했다. 3위라는 성적도 아쉬우면서도 만족하고 있다”라며 “젊은 선수들이 시즌 중반에 큰 힘이 됐다. 이 선수들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못 왔다. 경험을 쌓으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선수들을 향해 격려의 박수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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