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오후 방문한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강남점보다는 상황이 나았지만, 중국 보따리상인(따이궁)으로 보이는 몇몇을 제외하곤 방문객을 찾기 힘들었다. 시내 면세점 특성상 ‘무착륙 국제 관광비행’에 따른 방문객 증가도 크지 않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한 매장 직원은 “관련 뉴스도 많이 나오지만, 실제로 무착륙 관광비행을 위해 시내 면세점을 방문하는 고객들은 거의 없고, 지금 방문객은 100% 따이궁들”이라고 평했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시내 면세점들이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백화점과 아웃렛 등은 백신 접종 효과 기대에 날씨까지 풀리며 점차 활기를 띠고 있지만, 코로나19에 하늘길이 막힌 면세점들은 여전히 추운 겨울을 보내는 중이다. 그동안 시내 면세점 매출의 70%를 차지하던 따이궁들도 자국 내 하이난 면세점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어 전망은 더 어둡다.
신세계면세점은 오는 7월 17일 이후 강남점 영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시내 면세점의 고난의 시기가 언제 끝날지 예측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신세계면세점은 그동안 강남점의 임대료로 연간 150억원 가량을 내고 있었다. 업계는 신세계면세점이 코로나19로 방문객이 급감하면서 더 이상 이를 부담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한다. 실제로 지닌해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는 426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다.
현장 근무 직원들은 불안감을 내비친다. 현재 신세계면세점은 입점 협력업체를 포함, 강남점 근무자들을 명동점 등으로 옮겨 고용 위기가 없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현장 직원들은 ‘회사에 문의해보라’ 면서도 “아직까지 어떤 소식도 전해들은 바 없다”라고 했다. 다른 곳으로 옮겨도 문제라는 게 이들의 우려다. 한 A 브랜드 직원은 ”다른 지점도 다 어려운 상황일텐데, 옮겨도 늘 불안한 상황이 이어지지 않겠나”라고 걱정했다.
최근에는 서울 삼성동 롯데면세점 코엑스점도 문을 닫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다. 롯데면세점 코엑스점은 내년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다. 롯데면세점 측은 철수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지만, 코로나19가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사업 축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롯데‧신라면세점은 지난달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철수했다.
밑바닥은 찍고 반등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기대지만 여전히 회복 속도는 잰걸음이다. 지난 3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국내 면세점 매출은 1조4347억원을 기록했다. 이용객 역시 내국인 50만7246명, 외국인 5만1282명으로 총 55만8528명이었다. 이는 코로나19의 본격적인 영향에 들기 전인 지난해 1월(2조248억원, 384만명)과 비교시 각각 35%, 85%가량 급감한 수치다.
업계에선 중장기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낸다. 코로나19가 종식된다 해도 회복 속도가 더딜 것이라는 우려다. 유엔 세계관광기구는 코로나19 백신‧치료제가 상용화해도 전 세계 여행객이 과거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 최소 2년 6개월에서 최대 4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장기적으론 무섭게 커진 중국의 면세산업이 국내 업계를 위협하리란 우려도 나온다. 중국은 하이난을 면세특구로 지정해 한국 등으로 외화가 반출되는 걸 막으려 하고 있다.
면세업계의 한 관계자는 “재고품 내수 판매 허용과 무착륙 국제 관광비행 등 지원책은 코로나19 이후까지 생각한다면 장기적 대책으로 보기 힘들다”면서 “현행 600달러인 면세점 구매 한도 인상 등 업계 전반에 활기를 돌게 할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특허수수료 역시 다른 국가에 비해 과도한 측면이 있는데 이를 개선할 필요도 있다”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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