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난소는 여성 호르몬을 관장하는 생식기관이다. 골반 인근 하복부에 위치해 난자를 만들어 내고, 정자와 만나 출생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난소는 이상이 생겨도 별다른 징후가 드러나지 않아 ‘침묵의 장기’로 불린다. 복막 뒤에 숨겨져 있어 종양이 생겨도 포착하기 어렵다.
5월10일 ‘여성 건강의 날’을 맞아 최민철 분당차여성병원 부인암센터 교수를 만나 난소암의 국내 환자 현황과 진단·치료 방법을 들었다. 최 교수는 난소암의 진단과 치료가 까다롭지만, 무조건 비관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희망을 잃지 않고 치료를 진행하다 보면, 완치의 길로 접어드는 소수의 환자들도 반드시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우리나라에서 난소암은 얼마나 발병하고 있나요?
다른 암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환자 수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절대적인 환자 수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지난 1999년 기준 신환자 수는 1200여명 정도였는데, 2015년 기준 2400여명으로 딱 두배가 됐습니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17년의 신환자를 확인해보니 2년 사이에 2700여명까지 늘어났습니다.
식습관이 서구화되고, 결혼 연령이 늦어지는 등의 변화가 난소암 환자 증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체중 변화, 임신과 출산 경험 여부가 난소암 발생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난소암의 원인이 궁금합니다.
난소암이 발생하는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난소암은 환자의 잘못된 생활 습관으로 인해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난소암은 10만명 당 10명가량에서 발생할 정도로 희귀암에 속합니다. 때문에 환자분의 생활 습관과 특별한 인과관계를 가진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환자들이 괜한 죄책감을 가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큽니다.
난소암의 조기진단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요?
난소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단이 없습니다. 2년에 한번 실시하는 국가건강검진에 자궁경부암 검사가 포함되는데, 이 검진으로는 자궁 경부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자궁 초음파 검사, 난소암 수치를 알아보는 CA-125(종양표지자 검사)를 통해 난소암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기적인 자궁 초음파와 CA-125검사로 난소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생존율을 높이는 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대규모 연구를 통해 확인됐습니다. 따라서 현재 난소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효과적인 선별검사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BRCA 유전자 검사가 난소암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BRCA 유전자는 고장 난 DNA를 고치기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전자 중 하나입니다.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으면 DNA가 고장 난 채 방치돼 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대표적으로 유방암과 난소암, 더 나아가 전립선암, 췌장암까지도 영향을 줍니다. BRCA 유전자 변이가 있다고 반드시 난소암이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난소암 환자가 BRCA 유전자 변이를 보이는 것도 아닙니다. 최근까지의 보고에 따르면 한국인 기준으로 난소암 환자 4명 중 1명이 BRCA 유전자 변이를 가집니다. 유방암은 100명 중 5명 수준입니다.
어떤 사람에게 BRCA 유전자 검사가 권장되나요?
모든 난소암 환자에게 권하고 있습니다. 환자가 아니고, 가족력도 없는 사람에게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BRCA 변이 검사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우선, 가족 내 유전성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모에서 돌연변이가 나타날 경우 자녀에서도 돌연변이가 나타날 확률이 50% 수준입니다. 또 치료적 의미도 큽니다. BRCA 돌연변이가 있는 난소암 환자에게 특정 치료제를 사용하면 효과가 매우 높다는 사실이 최근 연구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그래서 난소암과 유방암 환자의 BRCA 변이 검사는 건강보험 급여도 적용되고 있습니다.
진단이 늦어진 만큼, 난소암 치료가 까다로운 경우가 많겠군요.
축적된 연구 결과들을 보면, 난소암 환자의 70~80%가 재발을 경험합니다.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열심히 치료하면, 10명 중 2~3명가량은 완치의 길로 인도할 수 있는 셈입니다.
난소암이 상당히 진행되면 몇 가지 징후가 나타나는데, 그때 병원을 찾은 환자들에게서 대부분 3기 이상으로 진행된 난소암이 발견됩니다. 대표적인 징후는 복수가 차서 복부팽만이나 소화불량등의 증상을 보이거나, 암이 폐에 전이되어 흉수가 차 호흡 곤란 증상을 보이는 등입니다. 이때 환자는 배가 아프고 소화가 안 된다며 내과에 방문, CT촬영 후 난소암으로 진단되기도 합니다.
다만, 암의 종류에 따라 치료와 예후에 차이는 있습니다. 난소암은 암이 발생하는 조직에 따라 상피성 난소암, 생식세포 종양, 성삭기질종양 등으로 구분됩니다. 그 중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 상피성 난소암입니다. 60대에서 가장 호발하며, 암의 특성상 병기가 많이 진행된 후 발견돼 예후가 불량한 편입니다. 반면 10%가량에 해당하는 생식세포 종양은 10~20대에서 호발합니다. 생식세포 종양은 초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예후가 매우 좋으며, 90% 이상이 완치될 수 있습니다.
어떤 치료가 진행되나요?
눈에 보이는 암세포를 모두 떼어내는 종양 감축술을 진행한 이후, 항암치료에 돌입합니다. 치료제는 기본적으로 세포독성 항암제를 이용합니다. 또 BRCA 유전자와 관련된 표적치료제가 있고, 면역항암제도 등장하는 추세입니다.
참고로 난소는 위처럼 쉽게 내시경만으로 관찰하고 조직검사를 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사전 검사를 통해 조금이라도 악성이 의심되는 혹이 발견되면 수술을 시도하게 됩니다. 수술을 했을 때 암이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난소의 위치상 수술을 해야 조직검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암이 아닐 경우를 감안하고 수술을 시도하는 것입니다.
난소암 치료제로 알려진 PARP 저해제는 무엇인가요?
BRCA 유전자 변이를 가진 난소암 환자에 PARP 저해제를 사용했을 때 효과가 매우 높게 나타납니다. 최근에는 BRCA 유전자 변이가 없는 환자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적응증도 넓어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국내에서 처방할 수 있는 약제는 ‘올라파립’과 ‘니라파립’등이 있습니다. 대규모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술과 항암치료의 일차적 치료 종료 후 올라파립 복용군과 미복용군을 비교했을 때 복용군에서 미복용군에 비해 70% 가량 재발을 덜 일어났습니다. 최근에는 5년 이상 장기적인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도 발표됐습니다.
의료계에서는 이런 효과를 보이는 치료제는 지금까지 없었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난소암을 치료하는 의사가 BRCA 유전자 변이 검사에 의미를 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BRCA 유전자 변이 환자에는 필수적으로 PARP 저해제를 사용해야 된다는 판단이 뇌리에 박혀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난소암 발생 위험을 낮추기 위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명쾌한 답이 없는 질문입니다. 난소암의 발생 원인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진단을 앞당기려면 가족 중 유방암, 난소암, 전립선암, 췌장암의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BRCA 유전자 검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자녀도 해당 유전자 변이가 유전됐는지 확인하는 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가족력이 있는 사람에 한해 예방적으로 난소를 제거하는 방법도 있습니다만, 일반인에게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BRCA 변이가 있는 환자에게 난소암 예방을 위해 피임약 복용이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굳이 권장하지 않습니다.
산부인과에 내원해 기본적인 검사를 주기적으로 진행하시길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난소암 예방에 국한된 조언이 아닙니다. 자궁경부암, 자궁내막암 등 다른 여성암의 예방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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