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가 브랜드 루이비통은 지난해 국내에서 1조원 넘는 매출을 올렸다. 루이비통코리아유한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1조467억원으로 전년(7846억원)보다 33.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519억원으로 176.7%, 순이익은 703억원으로 284.6% 급증했다. 루이비통코리아의 매출액은 2011년(4973억원)에서 9년 만에 2배로 뛰었다.
같은 고가 브랜드인 에르메스의 지난해 매출 역시 4190억원으로 전년보다 15.8%, 영업이익은 1333억원으로 15.9% 증가했다. 순이익은 985억원으로 15.8% 늘었다. 샤넬코리아도 면세사업 부진의 여파로 매출이 감소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34, 32% 올랐다.
이 같은 배경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억눌려왔던 소비 심리가 명품 구매로 이어지는 ‘보복 소비’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여행이 막힌 상황에서 그 돈을 명품을 구매하는데 썼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들 3대 명품 매장에는 매장 문이 열자마자 구매를 위해 뛰어가는 일명 ‘오픈런’이 일어나기도 했다.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루이비통‧에르메스‧샤넬이 모두 입점한 롯데백화점 본점과 잠실점, 신세계 강남점 앞에는 평일에도 불구하고 개장 시간 전부터 줄을 늘어서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과거에는 일부 브랜드가 가격 인상을 예고할 당시에만 ‘오픈런’이 나타났지만 이제는 일상이 되고 있다.
실제로 롯데백화점의 지난달 명품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62% 급증했다. 신세계백화점의 지난달 정기세일 기간 중 명품 매출 역시 79% 폭증했다. 현대백화점도 지난 봄 정기세일에서 명품의 매출이 76.9% 증가했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명품의 매출 증가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골프 관련 매출 확대 등도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반면 대형마트에서는 1원이라도 싸게 생필품을 팔려는 최저가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8일부터 이마트는 경쟁사(쿠팡, 롯데마트, 홈플러스)보다 가격이 높으면 차액을 돌려주는 ‘최저가격 보상 적립제’를 시행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롯데마트 등 경쟁업체가 반격에 나서면서 업계에선 10여년 전 사라졌던 ‘최저가 경쟁’이 다시 불붙는 중이다. 최근에는 마켓컬리와 편의점 업계까지 뛰어들며 업계 전반이 휘말려 드는 모양새다.
백화점이 명품을 통한 고급화 전략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다면, 마트와 이커머스는 초저가 생필품으로 고객을 붙들고 있다. 마켓컬리는 60여종 장보기 필수상품을 중심으로 최저가 경쟁에 참전했다. GS리테일도 자사 쇼핑몰인 ‘GS프레시몰’에서 파, 양파 등 채소 50여종을 쿠팡·이마트몰·오아시스마켓보다 싸게 파는 ‘채소 초저가 전용관’을 상시 운영 중이다.
코로나19에 따른 소득 양극화가 이같은 소비 양극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연간 지출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식료품 지출 비중이 큰 저소득층 가구는 총지출이 늘었지만, 대부분 가계는 지출을 줄였다. 그럼에도 소득 상위 20%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하위 20%의 4배가 될 정도로 소비 양극화가 심각했다.
실제 저소득층인 1분위 소비지출에서 식료품·비주류음료가 차지 비중은 22.3%로, 전체 평균(15.9%)보다 6.4% 포인트 높았다. 반면 고소득층인 5분위 가구는 지난해 자동차 구입이 증가한 영향으로 교통(18.2%) 지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 저소득층은 저가격의 식료품 등의 지출 비중이 증가한 반면, 고소득층은 자동차 등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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