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빼서 담백한…‘정승환 발라드’의 미학 [쿠키인터뷰]

2% 빼서 담백한…‘정승환 발라드’의 미학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1-05-27 07:00:02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말은 마음에만 오래도록 머물렀다. 머금은 적 없는 듯이 묻어둘 수만은 없어 시를 짓고 노래를 불렀다. 가수 정승환은 “음악은 말하지 못한 한 마디에서 시작해 확장된 세계”라고 봤다. 그래서 그는 26일 오후 6시 발매한 새 미니음반 제목을 ‘다섯 마디’로 지었다. 한 마디 말에서 시작한 다섯 세계를 음반에 담았다는 의미다.

“한 마디가 모여 한 곡이 되고, 그렇게 다섯 곡이 모여 다섯 마디가 된 음반이에요.” 최근 서울 도산대로37길 안테나 사옥에서 만난 정승환이 말했다. “열광을 불러일으키진 않더라도, 사람들 플레이리스트에 오래오래 머무르면서 언젠가 꺼내 듣는 음반이면 좋겠어요.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았으니 편하게 들어주세요.”

싱글과 OST를 내고 음악 예능 JTBC ‘비긴어게인 코리아’에 출연하며 2020년을 보낸 정승환은 올해 초 음반 작업을 시작했다. 머릿속에 ‘백 투 더 베이직’(Back to the basic·기본으로 돌아가자)이라는 문구가 새긴 채였다. 정승환은 “‘목소리로 설명되는 가수가 되자’는 포부로 데뷔 음반 ‘목소리’를 만들었다. 신보는 ‘목소리 2탄’ 같은 음반”이라며 “내가 잘할 수 있는 음악을 더 잘해보자는 마음으로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호소력이 탁월해 ‘발라드 세손(世孫)’으로도 불리는 그는 새 음반을 정통 발라드 5곡으로 채웠다. “지금 정승환을 설명하는 음악을 꼽자면 발라드”라고 답을 내린 결과다.

타이틀곡은 오랜 친구를 짝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한 ‘친구, 그 오랜시간’. 음반에 실린 노래 가운데 가장 애를 먹인 곡이라고 한다. 동갑내기 음악동료인 작곡가 서동환이 멜로디를 만들었고, 유희열·김이나·정승환이 노랫말을 붙였다. 처음엔 이별을 주제로 가사를 쓰다가 선율이 세레나데 같은 느낌을 줘서 짝사랑으로 테마를 바꿨다. “경험담이냐고요? 아뇨. 저는 고백하지 못해 끙끙대는 부류는 아니에요.”(웃음) 정동환은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주인공 정환(류준열)을 보며 감정을 상상했다. 정환은 소꿉친구 덕선(이혜리)을 짝사랑하지만 끝내 마음을 보여주지 못하는 인물이다.

가수 아이유가 작사·작곡한 ‘러브레터’도 눈에 띈다. 아이유가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불렀던 미발표곡인데, 정승환이 지난해 이를 커버했다가 연이 닿았다. 정승환과 아이유의 협업은 ‘눈사람’, ‘십이월 이십오일의 고백’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정승환은 “아이유 선배님을 비롯해 권순관 선배님, 서동환 등과는 이전에도 함께 작업한 적 있어 결이 잘 맞는다”며 만족스러워했다. ‘러브레터’ 기타 연주는 싱어송라이터 곽진언이 맡았다. “포크 음악 사운드를 내고 싶어서 고민하던 중 떠오른 인물”이란다. 정승환은 “세션 녹음은 30분~1시간 사이에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진언이 형은 3일 동안 몇 시간씩 녹음해줬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만 18세 때 SBS ‘K팝스타4’에 나가 준우승하며 가요계에 발을 들인 정승환은 “예전엔 노래 부르기를 마냥 좋아하기만 했는데, 안테나에 입사한 뒤 몰랐던 걸 알게 됐다”고 돌아봤다. “프로들과 함께 일하면서 음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세상에 어떻게 공개되는지 알게 됐어요. 들리지 않았던 소리도 들을 수 있게 됐고요.” 틀에 박힌 가르침이 싫어 음악 학원을 뛰쳐나갔던 10대 소년은 일터에서 오감으로 노래를 배우며 가수로 성장했다. 정승환은 “나름 (보컬을) 연마하는 시간이 있어서 섬세하게 부를 수 있었다”며 “음악은 혼자 만드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음반 작업 때마다 느낀다. 그러면서 겸손해진다”고 말했다.

정승환은 7년 전 ‘K팝스타4’에서 유희열이 강조했던 ‘한 끗 차이’를 아직도 기억한다. 자칫 상투적일 수 있는 발라드 음악을 새롭게 만드는 마법이 ‘한 끗 차이’에서 나온다고 그는 믿는다. “과거에 신승훈이 있었고, 이적이 있었고, 성시경이 있었다. 잘하면 정승환이 그들 뒤를 잇지 않을까”라던 유희열의 예언은 지금 현실이 되고 있다.

“유희열 선배님이 말씀하시길, 제가 어떤 기준치보다 덜 부르려는 경향이 있대요. 예를 들어 슬픔을 호소하는 구절이라면 대부분 온 힘을 실어서 부르는데, 저는 몇 % 힘을 뺀다고요. 담백하게 부르는 노래가 더욱 슬프다고 생각하기 때문인가 봐요. 그렇다고 신파를 피하려고 몸부림치는 건 아니에요. 신파가 진심이라면, 있는 그대로 불러도 된다고 생각해요. 발라드는 솔직하게 표현해도 민망하지 않은 장르니까요.”

wild37@kukinews.com / 사진=안테나 제공.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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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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