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태 경총 산업안전팀장은 27일 오전 서울 여의공원로 국민일보빌딩 12층 컨벤션홀에서 ‘STOP 산업재해-현장에서 보는 중대재해처벌법’ 토론회에 참석해 “중대재해법의 목적은 근로자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지만 무턱대고 책임범위만 넓히고 처벌만 강화한다고 해서 재해가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 팀장은 “사업주와 원청의 책임을 강화한 전면개정 산안법(산업안전보건법)이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데, 사고사망자는 오히려 증가했다. 이는 기업의 책임을 강화한 입법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은 것”이라며 “그럼에도 국회와 정부는 특정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새로운 규제의 신설이나 처벌강화 입법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라고 했다.
해외에 비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졸속으로 처리된 면이 있다고도 봤다. 그는 “매우 강한 형벌책임을 규정한 특별법인 만큼, 충분한 검토와 논의과정을 통해 제정되었어야 하지만 단, 한차례의 공청회 개최 이후 법안심의 2주일 만에 국회를 통과했고, 여전히 모호한 내용과 처벌 등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어, 절차적으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중대재해법의 모델이 된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은 무려 13년에 걸친 심도 있는 사회·정치적 논의와 숙고를 통해 법률이 제정됐다”라고 강조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 범위를 더 명확하게 규정해야한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그는 “하나의 사업에서도 대표이사가 2명, 3명인 경우가 있으며, 한 사업장 내 인사노무관리가 구분되는 별도의 사업부가 존재하면서 대표이사가 여러 명인 경우도 있기 때문에, 누가 경영책임자가 되어야 하는지 모호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법률에 규정된 것처럼 사업대표로부터 권한과 책임을 위임받은 경우라면 사업장마다, 사업부마다 경영책임자를 둘 수 있도록 경영책임자의 범위를 시행령에 구체화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원청의 책임범위가 모호한 것도 문제다. 전 팀장은 “산안법과 달리 사업장 내외를 구분하지 않고 시설, 장비, 장소 등을 지배·운영·관리하는 경우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어, 원청이 관리해야 할 도급, 위탁, 용역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다”라며 “원청으로 하여금 하청을 잘 관리토록 하려면 법의 적용대상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중대재해법의 쟁점 중 하나는 직업성 질병의 인정 범위다. 노동계는 산재보험법에서 인정하는 모든 직업성질병 목록을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전 팀장은 “업무 관련성이 불명확한 만성질병까지 산재보험 대상으로 인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요구”라며 “직업병 인정을 두고 노사 간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내다봤다.
중대재해법이 당장 내년부터 시행되면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 팀장은 우려했다. 그는 “안전보건관리 체계를 구축하려면 전담조직과 인력의 확보가 필수적지만 중소규모 기업은 전문인력조차 갖추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며 “법이 산업현장에 안착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그는 “이를 위해선 법 시행 이후 최소 6개월 또는 1년 이내에 발생한 중대산업재해에 대해서는 경영책임자의 의무위반으로 보지 않는다는 특례규정을 마련해, 억울하게 처벌받는 경영책임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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