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 메이저리그에 스며든다

김하성, 메이저리그에 스며든다

기사승인 2021-05-27 18:02:01
지난 22일 시애틀 매리너스와 경기에서 타격을 시도하는 김하성. 사진=로이터 연합
[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김하성(26·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메이저리그(MLB)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2014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 입단한 김하성은 KBO리그에서 7시즌을 뛰며 타율 0.294, 133홈런, 575타점을 올렸다. 2020년에는 타율 0.306, 30홈런, 109타점, 23도루를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3년 연속 골든 글러브를 수상할 정도로 리그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이 같은 활약에 김하성은 지난 1월 1일(한국시간) 포스팅 시스템으로 샌디에이고와 4+1년 최대 3900만 달러(약 430억원)에 계약을 맺으며 미국 진출에 성공했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KBO리그 소속 한국인 타자 중 가장 많은 금액과 가장 긴 계약 기간이었다.

하지만 김하성은 메이저리그의 높은 벽을 빠르게 실감했다. 시범 경기에서 29타수 3안타 타율 0.103으로 최악의 성적을 남겼다. KBO리그 보다 훨씬 빠른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구속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부진했다.

정규리그가 개막한 이후 대타로 주로 출전하던 김하성에게 예상보다 이른 기회가 찾아왔다. 개막한 지 10경기도 되지 않아 샌디에이고의 주전 유격수인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스윙을 하다 왼팔이 꺾여 왼쪽 어깨 탈구로 관절 와순이 살짝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본 포지션이 유격수인 김하성이 타티스 주니어를 대신해 선발 출전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기회는 만족스럽지 못하게 끝났다. 타티스 주니어가 빠져있는 동안 8경기에 선발 출전했는데 27타수 5안타 타율 0.185 1홈런 1타점에 그쳤다. 특히 타티스 주니어의 복귀 전 마지막 경기인 지난달 16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전에선 5타수 무안타로 아쉬움을 삼켰다.

이후에도 김하성은 좀처럼 타격 부진에서 헤어나오질 못하면서 1할 타율에 머물렀다. 당장 마이너리그로 강등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제이스 팅글러 샌디에이고 감독은 김하성에게 꾸준한 출전 기회를 줬다. 팅글러 감독은 “타격은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이제 100타수에 가까워지고 있고, 상대 투수들과 2~3차례 맞붙기 시작하면 공격에서도 적응이 이뤄질 것”이라며 김하성이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대타 요원으로 전락한 김하성에게 두 번째 기회가 왔다. 지난 12일 타티스 주니어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확진으로 전력에서 재이탈하면서 다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김하성은 두 번째 기회는 놓치지 않았다. 지난 13일부터 약 2주 동안 46타수 11안타 타율 0.239 1홈런 7타점을 기록하며 우려를 씻어냈다. 최근 7경기에서는 6타점을 쓸어담았다. 타티스 주니어가 돌아온 뒤에는 어깨 부상으로 빠진 매니 마차도를 대신해 3루수로 선발 출전하고 있다. 사령탑의 믿음에 조금씩 보답하기 시작한 김하성이다.

이 중 눈에 띄는 점은 장타다. 김하성은 해당 기간 동안 홈런 1개, 2루타 4개, 3루타 2개 등 총 7개의 장타를 올렸다. 장타율이 0.250에서 0.342까지 늘었다. 점점 메이저리그의 빠른 공에도 적응해 나가는 모습이다.

5월 27일 밀워키 브루어스전에서 송구를 시도하고 있는 김하성. 사진=로이터 연합
수비에서의 활약상은 공격 때 보다 더욱 안정적이다. 내야 유틸리티 자원인 김하성은 2루수, 3루수, 유격수 등 다양한 내야 포지션을 골고루 소화하고 있다. 현재 41경기를 소화한 가운데 김하성이 범한 실책은 4개에 불과하다. 수비율은 무려 0.944에 달한다. 샌디에이고는 구단 유튜브에 5분에 달하는 김하성의 수비 하이라이트 영상을 올릴 정도다.

팅글러 감독은 “김하성은 수비 위치를 잘 찾아간다. 포구가 안정적이며, 송구 능력도 뛰어나다. 또한 그가 보여준 호수비도 팀에 도움이 된다”고 김하성의 수비 능력에 엄지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김하성의 활약을 메이저리그 측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27일 지난 2주간 뜨거웠던 신인 10명을 발표했는데 김하성을 9위로 선정했다. MLB닷컴은 “김하성이 견고한 활약을 한 덕에 샌디에이고는 2주 동안 10승 2패를 거뒀다”라며 “김하성은 스피드와 다양한 재능으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 싸움을 하는 샌디에이고에 공헌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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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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