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토끼 빼앗길라”…백화점, VIP 확보에 목매는 이유는

“집토끼 빼앗길라”…백화점, VIP 확보에 목매는 이유는

기사승인 2021-06-04 05:05:01
서울 시내의 한 백화점  사진=쿠키뉴스DB
[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백화점 업계가 VIP 고객 확대를 위해 물밑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고소득 VIP 고객들의 구매력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불황에서도 오히려 커지고 있어서다. 업계는 다양한 멤버십과 혜택 등을 앞세워 이들에게 당근을 흔드는 모습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이달부터 아웃렛 전용 VIP 멤버십인 '현대아웃렛 프리미엄클럽' 운영을 시작했다. 기존 아웃렛 업계에서 특정 점포를 대상으로 한 VIP 멤버십은 있지만, 모든 아웃렛 점포를 대상으로 VIP 멤버십을 도입해 운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누적 1000만원 이상 구매한 고객 6000여명과 각 점포별로 직전 3개월 동안 누적 구매 금액이 상위 20%인 고객 1만2000명 등 총 1만8000여명이 대상이다. 현대백화점 측은 이들을 대상으로 전용 라운지‧주차장 등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동안 VIP 멤버십은 백화점 위주였지만 아웃렛에서 연간 수천만원을 구매하는 큰 손 고객들이 늘면서 이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현대아웃렛 전체 고객 가운데 지난해 연간 1000만원 이상 구매한 고객 수는 2018년 대비 137.1%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고객 증가율(83%)보다 1.6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들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8년 9.3%에서 2019년 10.7%, 2020년 13.2%로 늘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고정 고객을 확보하는 ‘록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VIP 멤버십 프로그램뿐 아니라 고객들을 지속적으로 유입시킬 수 있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이달까지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전용 유료 멤버십 서비스를 시범 운영 중이다. 기존 백화점 VIP 서비스가 구매액 기준으로 등급을 나눴다면 본 서비스는 가입비를 받고 연령제한을 뒀다. 구매력이 높은 MZ세대를 끌어오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가입비는 10만원이지만 그 이상 혜택을 받는다. 일단 가입 즉시 롯데호텔 애프터눈 2인 티세트 바우처(1매)를 포함한 6개 혜택 중 1개를 택할 수 있다. 여기에 백화점 10% 할인쿠폰과 커피 월16잔의 무료 혜택도 얻는다. 무료 주차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부터 VIP 고객을 대상으로 명품 매장에 대기 없이 들어갈 수 있는 ‘명품 패스트트랙 서비스’를 지난달부터 개시했다. 이 서비스는 VIP 중에서도 연 구매금이 1억 이상인 다이아몬드 회원과 최상위 999명인 트리니티 회원만 이용할 수 있다. 

패스트트랙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타임스퀘어점, 경기점, 대구점, 광주점에서 이용할 수 있으며 신청은 신세계백화점 모바일 앱을 통해 가능하다.

명품이 VIP의 인기를 끌며 매출 효자 노릇을 하자 이런 서비스를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장기화 속에 나타난 '보복 소비' 트렌드도 한몫했다. 실제로 신세계백화점의 지난 정기세일 기간 명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9% 뛰었다. 롯데백화점도 62% 증가했다. 현대백화점도 지난 봄 정기세일에서 명품 매출이 76.9% 증가했다. 

업계의 VIP 확보전은 앞으로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에 따른 소비 양극화가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5월 최근경제동향’의 내수 지표에 따르면, 지난달 백화점 매출액은 전년 대비 26.8% 증가했다.

특히 명품 소비와 백화점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등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소비 욕구가 터져 나왔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루이비통·샤넬·에르메스 3개 브랜드 매출은 2조5000억원으로, 15~33% 증가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해외여행이 막히면서 면세점에 대한 수요가 백화점 등으로 옮겨간 측면이 있었다”면서 “백신 접종 효과 기대에 소비심리 회복도 예상되는 만큼, 구매력이 높은 고객을 확보하고 잘 지키는 것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전했다. 

재고 면세품 명품 등을 사기 위해 백화점 입구에 운집한 사람들 / 사진=쿠키뉴스DB
ist1076@kukinews.com
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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