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리누 “빤하지 않은 희망 노래 부르고 싶다”

[쿠키인터뷰] 리누 “빤하지 않은 희망 노래 부르고 싶다”

기사승인 2021-07-14 07:00:05
MBN ‘보이스킹’ 우승자 가수 리누가 지난 8일 오전 서울 상암동 쿠키뉴스 본사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MBN ‘보이스킹’, 최종 왕관의 주인공은…리누입니다!” 사회자가 외치자 가수 리누는 감정이 북받친 듯 고개를 숙였다. 목이 메 한동안 입을 떼지 못하던 그가 가장 먼저 찾은 이는 ‘엄마’였다. “엄마. 나 ‘보이스킹’ 됐어! 정말 감사합니다.” 세 달 간 그의 여정을 지켜봤던 가수 바다 등 심사위원들도 그와 함께 눈물을 훔쳤다.

리누는 암과 치매로 투병하던 어머니를 지난해 7월 여의었다. 20년 세월을 무명 가수로 보낸 그는 ‘큰 무대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어머니께 보여드리고 싶다’며 ‘보이스킹’에 도전장을 냈다. 첫 경연에서 부른 가수 조용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는 리누가 어머니에게 부치는 사모곡이었다. 음표와 박자, 작은 흐느낌마저 노래가 됐다. 심사위원들은 ‘마음을 울린 무대였다’며 만장일치로 리누를 합격시켰다.

처음 ‘보이스킹’ 제작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리누는 출연을 망설였다고 한다. 부담이 큰데다가 얻는 것보단 잃는 게 많을 거라고 생각해서였다. 그는 ‘한 곡만 제대로 부르자’며 마음을 다잡았다. “엄마에게 노래를 불러드리고, 저 또한 마음의 짐을 내려놓자며 출전한 프로그램이었는데…. 우승까지 할 줄은 몰랐습니다.” 최근 서울 월드컵북로 쿠키뉴스 사무실에서 만난 리누가 들려준 얘기다.

“저 같은 무명 가수부터 내로라하는 선배님들까지, 무대가 간절하지 않은 사람이 없더군요. 덕분에 많은 걸 배웠어요. 음악을 대하는 자세도 달라졌고요. 예전엔 기교나 가창력을 보여줄 수 있는 노래를 자주 불렀는데, 경연을 거치면서 기교나 가창력이 전부는 아니라는 걸 느꼈습니다. 음악에 내 이야기를 녹여내면, 듣는 사람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보이스킹’ 우승자 가수 리누가 지난 8일 오전 서울 상암동 쿠키뉴스 본사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효상 기자.
대학교에서 농구를 전공하던 리누는 우연히 참가한 가요제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음악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홍대 클럽과 가요제를 누비며 실력을 쌓다가, 기획사 오디션에 합격해 본격적으로 데뷔를 준비했다. 힘든 시간이었다.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홍보비용이 필요하다’는 기획사 사장에게 거금을 건네기도 했다. 뒤늦게 소속사를 나오고 나서야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연예계를 잘 몰랐던 그는 ‘음반을 내주겠다’는 이들에게 번번이 배신을 당했다. 여러 기획사를 전전하며 보낸 세월이 10여년. 리누는 ‘이대로 끝낼 수 없다’며 제 힘으로 싱글을 냈다. 2010년 발표한 ‘유 앤 미’(You & Me)였다.

리누는 포기를 몰랐다. “사람들에게 잊히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사비를 들여 음반을 내고 온라인에 노래 영상도 올렸다. 누군가는 ‘암흑’이라고 부를 시기가 그에겐 자산이 됐다. 여러 가요제에 출전한 경험은 그의 정신력을 단련시켰고, 온라인에 올린 동영상 덕분에 노래쟁이들 사이에서 입소문도 탔다. 아픈 만큼 강해진다고 했던가. 리누는 고난을 겪으며 성장했다. ‘보이스킹’ 경연 도중 발목 인대가 끊어져 극심한 우울감에 빠지기도 했지만, 그 경험을 통과하며 자책과 미련을 떨쳐내는 법을 배웠다.

처음 가수가 되고자 했을 때 리누는 알앤비(R&B)에 심취해 있었다. 성향이 비슷한 가수들끼리 모여 홍대 인근에서 소수 마니아들을 대상으로 공연도 곧잘 열었다. 하루는 재미 삼아 가요를 불렀다가 관객이 열광하는 광경을 보며 시야를 넓혔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고집하던 그에게 ‘모두가 좋아하는 노래’가 보이기 시작했다. ‘보이스킹’을 마친 지금, 리누는 자신의 이야기이되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

“언젠가는 희망에 관한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 빤하지 않은 희망 노래를요. 어쩌면 분위기가 어둡고 무거울 수도 있어요. 그렇더라도 제가 겪어온 일들과 그 안에서 붙잡았던 희망을 노래에 담아보고 싶습니다.”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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