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유죄 확정’에 엇갈린 정치권… 與 “안타깝다” vs 野 “文 사과 필요해”

‘김경수 유죄 확정’에 엇갈린 정치권… 與 “안타깝다” vs 野 “文 사과 필요해”

野 “文 정통성 문제 있어”… 野 “확대 해석 말아야”
여야 대선후보들, 다양한 반응 보여
‘당 대표 토론회’에서도 화제에 올라

기사승인 2021-07-21 19:38:12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서울 목동 SBS에서 정치 현안을 놓고 당대표 토론 배틀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쿠키뉴스] 최기창 기자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대법원으로부터 이른바 드루킹 댓글 조작과 관련한 혐의를 인정받았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과 대선주자들의 반응이 사뭇 엇갈려 화제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1일 김 지사의 유죄 확정과 관련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통탄할 일”이라면서 “법원 판결이 너무 이해가 안 간다. 이번 판결로 또 한 명의 유능한 젊은 정치인의 생명이 위기에 빠졌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민주당에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2018년 2월 당시 추미애 민주당 대표와 최민희 디지털소통위원장이 가짜뉴스의 폐해를 민주주의의 적으로 규정한 뒤 네이버 댓글과 관련해 기계적 조작 동원이 의심된다고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 후보는 “당도 원망스럽다. 조금 더 세심했어야 했다. 의도는 그렇지 않았겠지만 결과적으로 당시의 정무적 판단이 한탄스럽다”고 했다. 이어 “희망은 절망을 먹고 자란다고 한다. 누구보다 오늘이 원망스럽고 아프지만 그의 명예회복을 위해 그가 경남에 들인 땀과 공을 위해 김두관이 그 짐을 짊어지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는 대법원의 판결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 후보는 “참으로 유감이다. 할 말을 잃게 된다”며 “2심에서는 1심과 달리 혐의 중 일부만 유죄 판결이 나왔기 때문에 좋은 소식을 기대하고 있었다. 너무나도 안타깝다. 선한 미소로 다시 돌아오리라 믿는다”고 했다. 

정세균 후보 역시 안타깝다고 반응했다. 정 후보는 “노무현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함께해 온 김 동지가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형극의 길에 들어섰다. 노무현의 진실을 믿었던 마음으로 김경수를 믿는다. 동지 김경수의 ‘진실의 부메랑’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낙연 후보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김 지사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은 몹시 아쉽다. 진실을 밝히려는 지사님의 노력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안타깝다”며 “김 지사님과 가족, 경남도민과 당원들께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표현했다. 

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인 정세균 후보가 20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범야권 대선후보의 반응은 달랐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통성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국정원 댓글 사건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여론조작‧선거공작 실체가 드러났다. 현 정권의 근본적 정통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 사법부 판결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역시 “민의 왜곡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사법부의 의지로 평가한다.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 오늘날 ‘여론조작’은 자유민주주의의 최대 위협이다. 이번 판결로 우리 정치에서 여론조작이 더는 발붙이지 못하는 계기 되었으면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승민 전 의원은 문 대통령의 사과도 요구했다. 유 전 의원은 “민주주의에서 여론을 조작하는 것은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고 헌법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행위”라며 “김 전 지사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헌법 파괴에 대한 징벌로서 사필귀정이다. 이 사건은 댓글조작으로 당선된 문재인 정권의 정통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문 대통령은 최측근의 헌법파괴 행위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의 공식 반응도 사뭇 달랐다. 국민의힘은 이를 문 대통령의 정통성과 연결하는 분위기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여론조작을 통해 민주주의를 짓밟은 중대하고도 파렴치한 행위에 대한 당연한 결과”라며 “대법선고 이후에도 진실은 되돌아온다며 여전히 반성 없는 김 지사를 보면 국민들은 더욱 분노할 수밖에 없다. 오늘의 선고는 문 대통령의 정통성에 큰 흠집”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익제공의 의사표시가 선거운동과 관련하여 이뤄진 것이라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은 아쉬운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 역시 “법원의 엄정한 판단을 존중한다. 도정 공백을 비롯해 시민들에게 깊은 우려와 불신을 끼친 것에 대해서도 김 지사와 소속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책임 있는 사과와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다시는 정치의 공간에서 정치여론을 왜곡하여 민주주의를 흔드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하우스 카페에서 열린 김병준 국민대학교 명예교수 초청 강연에 참석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탈권위 리더십에 대해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도 김 지사의 유죄 확정을 환영했다. 안 대변인은 “범죄의 엄중함으로 봤을 때 무기징역도 무겁지 않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이 땅에 최소한의 양심은 존재한다는 점이 작은 위안”이라며 “추잡한 공작으로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해 공정한 선거를 훼방한 드루킹 범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은 향후 맑고 품격 있는 대한민국 정치 환경을 조성하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이소영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다. 그런데도 집권당으로서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남도 도정의 공백과 차질을 최소화하고 김 지사가 추진해 온 경남 발전전략이 안정적으로 계속 추진될 수 있도록 당 차원의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경남도민들께 드린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정통성 논란과도 선을 그었다. 이 대변인은 “당시 문재인 후보는 2위인 홍준표 후보보다 무려 17%가 넘는 득표로 압승했다. 김 지사의 선고 결과를 가지고 지난 대선을 불법선거로 규정하고 정부의 정통성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무리한 견강부회다. 무리한 주장은 중단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열린 당 대표 토론회에서도 김 지사의 혐의 확정은 큰 화두였다. 송 대표는 서울 양천구 목동 SBS 방송센터에서 열린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당 대표 토론배틀’에서 “집권 여당 대표로서 대법원판결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 집권당 대표로서 송구하다. 경남도정의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불쌍한 김경수’가 인터넷 전문가에게 당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송 대표는 “고도의 훈련된 전문가에게 순진한 김경수가 이용당한 측면이 있다”며 “경공모라는 조직이 이익 확대를 위해 순진한 김 지사를 이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내로남불 논란에서 벗어나려면 청와대가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어 광역자치단체의 행정 공백을 초래한 민주당의 공천 과정을 되짚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서울‧부산‧경남 등 광역자치단체에서 행정 마비 초래한 당시 민주당 지도부의 공천을 반성해야 한다. 이번 대법원판결에서 무죄가 나오긴 했지만 선거 과정에서 이익을 제공하는 형태의 매관매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mobydic@kukinews.com
최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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