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최기창 기자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유죄 확정을 두고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야당에서는 이를 문재인 정권의 정통성과 연결하며 공격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대법원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조심스레 반발하는 모양새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22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법원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아쉽고 안타까운 판결”이라고 돌아봤다.
대법원(주심 대법관 이동원)은 지난 21일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등 사건에서 피고인과 특별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김 지사는 원심의 판단인 댓글 조작 혐의가 인정돼 징역 2년이 확정됐다. 도지사직도 상실했다.
우 의원은 우선 댓글조작 혐의가 지난 대선 결과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탄핵 때 국민들의 적극적인 지지가 있었다. 선거 결과 역시 압도적 승리였다”며 “김 지사의 진심을 믿는다. 앞으로 진상이 제대로 밝혀질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균 전 총리 역시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19대 대통령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은 아니라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확대해석하고 공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대통령을 끌어들여서 그냥 갖다 붙이고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른바 정치공세라는 주장이다.
이는 민주당의 공식 입장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소영 대변인은 21일 “2017년 대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과 그로 인한 탄핵으로 만들어진 대선”이라며 “당시 문재인 후보는 2위인 홍준표 후보보다 무려 17%가 넘는 득표로 압승을 했다. 국민의힘이 이러한 상황과 결과를 잘 알면서도 김 지사의 선고 결과를 두고 지난 대선을 불법선거로 규정하고 정부의 정통성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에서는 민주당의 태도를 거세게 비판했다. 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민주당 내에서 자기반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판결은 증거 재판”이라며 “착한 김 지사가 이용당했다고 말하는 건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부끄러움을 좀 알아야 한다”며 “김 전 지사는 문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자연 반사적으로 의심이 머릿속에 남는다”고 했다.
홍문표 의원도 마찬가지였다. 홍 의원은 뉴스공장에서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는 추한 역사적 현실이 재판으로 나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드루킹 일당과 조작을 한 것인데 이를 불공정하다고 항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김 전 지사는 대통령의 핵심 참모로 충성을 다하느라 불법을 했다. 그러면 대법원판결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야 역사가 발전한다. 이를 고집스럽게 항변하는 모습이 너무 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민주당의 사과를 요구했다. 홍 의원은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들이 지금이라도 대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이고 잘못했다고 하는 것이 이를 바로잡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도 입장이 엇갈린다. 이른바 ‘조국 흑서’의 공동 저자 중 한 명인 권경애 변호사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근혜 정부는 취임 초기부터 국정원 댓글 논란으로 그 정통성을 의심받았다”며 “문재인 정부 그 어느 누구 하나 드루킹 사건에 대해 사과하는 자가 없다. 오히려 집권여당과 그 지지자들은 사법시스템 자체를 부정하고 공격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들은 반헌법세력이다. 반민주‧반법치 세력이다. 나아가 그야말로 파시즘 정권이라 규정해도 과하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차곡차곡 증명해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신장식‧양지열 변호사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대법원판결을 진짜 존중하지 않는 건 오히려 야당”이라는 입장이다. 신 변호사는 “정통성 문제, 선거를 방해했다고 하는데 사실은 이건 네이버‧다음‧네이트 등 포털 사이트들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 변호사 역시 “국정원 댓글 사건과 이 일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댓글이라는 글자만 같고 내용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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