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인·노상우 기자 = “지금은 위‧중증 환자 수가 적어보일 수 있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 확산세를 잡지 못하면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어요.”
국내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한 달 가까이 1000명대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연장 여부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방역당국은 거리두기 4단계 시행으로 수도권의 확산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수도권의 경우 최근 3주간 하루 평균 환자 수는 990명→996명→960명으로 유행이 정체되고 있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재확산의 위험은 존재한다.
2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한 주(7월25일∼8월1일)간 발생한 하루 평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1506명으로 그 전주에 비해 2.8% 증가했다.
주간 감염재생산지수(확진자 1명이 다른 사람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 나타내는 지표)는 전국이 1.04로 전주의 1.09보다는 감소했지만, 여전히 1을 초과한 상황이다.
게다가 코로나19의 치명도를 고려하면 섣부른 방역완화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낮은 백신 접종률, 휴가철 비수도권 유행, 델타 변이 등의 이유로 피해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상황에서 ‘치명률’이 낮아졌다고 평가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최 교수는 “언젠가는 코로나와 공존하는 ‘위드 코로나’가 가능해지겠지만 백신 접종률이 많이 낮은 지금 시점에서는 아니다. 치명률이 낮아진 것은 고령자에서 발생률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며 “또 아직은 유행이 커지고 나서 사망자가 발생하는 시기가 오지 않았다. 지금은 분모가 주로 커지는 시기인데, 이들이 중증으로 진행되려면 열흘 이상 지나야 하고 치료 중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기간이 지나야 실제 치명률에 반영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커져 있는 확진자 발생 숫자에 사망자 수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치명률을 말하는 것은 조금 위험할 수 있다. 우선 급증세를 누그러뜨려야한다”면서 “방역을 완화하면 확진자 수는 더 빠르게 증가할 것이다. 지금 사망자, 중증환자 수가 적어보지지만 절대 적지 않다. 중환자병상들이 채워지고 있는데 여기서 환자가 더 늘면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신우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와 독감의 치명도가 다르기 때문에 방역을 놓는 순간 피해는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현재 코로나19 사망률이 0.24%정도라서 독감과 비슷하다고 하는 시각이 있는데 코로나는 독감과 차원이 다른 병이다. 우리나라에서 사망률이 낮은 이유는 고령자를 중심으로 예방접종이 이뤄졌고 치료도 열심히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자연적으로 보면 3~5%정도 될 거다. 인도 같은 경우 5%정도고, 델타 변이는 더 높다”고 말했다.
이어 “인공호흡기 달고 폐가 하얗게 변한 환자를 본 의사라면 코로나와 공존해야 한다고 절대 말 못한다.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엄청 나지만 (코로나가 확산됐을 때 발생할) 피해의 근처도 안 간 것”이라며 “4~50대 중증 환자들이 많아질 거고, 호흡곤란 등의 후유증 문제도 있을 거다. 죽고 살고에 대해서만 얘기하는데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닐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방역을 한층 강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는 허울에 불과하다”면서 “사람이 안 모여야 한다. 개인 간 접촉이 많으므로 개인 간 모임의 상황만 줄이면 된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 이건 개인 간 거리두기 지침이지,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아니”라고 질타했다.
앞선 유행에서 정부는 식당과 카페의 배달·포장만 허용하고, 다중이용시설에 대해 집합금지 명령을 내리는 등 강력한 조치를 내렸다. 이번에는 단계만 ‘4단계’로 유흥업소 3종 등에 대한 집합금지만 이뤄질 뿐 이전보다 완화됐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허울뿐인 고강도 거리두기에 불과하다”며 “확진자가 이렇게 지속된다면 응급실에 병상이 부족해 지난해 2~3월 대구·경북에서와 같이 병원으로 이송 전에 사망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 확진자가 늘면서 중증환자도 증가세다. 한계에 다다랐을 때는 이미 손쓸 수 없게 될 것 같다. 의료진과 방역요원이 고생하고 있는데 정부는 눈 감고 있다. 더 큰 사단이 나야 정신 차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6개월 동안 세자릿수의 확진자에서 고착화됐고, 지금 네자릿수의 확진자가 고착화되면서 국민들의 방역 긴장감도 둔감해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김 교수는 다중이용시설의 집합금지를 하면서도 그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충분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재난지원금이 충분히 마련됐지만, 25만원이란 돈이 경제에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환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면, 마른 사막에 물 뿌리는 것과 비슷할 것으로 본다. 코로나가 잡혀야 경제도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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