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폐지=저출산? 자기결정권 있어야 건강한 임신·출산 가능”

“낙태죄 폐지=저출산? 자기결정권 있어야 건강한 임신·출산 가능”

박진경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사무처장 인터뷰

기사승인 2021-08-05 04:49:01
박진경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사무처장이 지난 달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07.27. 박효상 기자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자기결정권이 보장됐을 때 건강한 임신‧출산이 가능해지고 장기적으로는 출산율 향상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박진경 사무처장은 저출산 문제 해결에 있어 낙태죄 폐지가 주는 의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에는 출산율 제고를 위해 생애 전반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 보장을 확대하고 안전한 피임과 임신의 유지‧종결을 위한 사회적 지원을 강화하는 정책 과제가 담겼다. 그러나 지난 2019년 4월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관련 입법 공백 상태가 지속되고 있고, ‘낙태’를 저출산 문제와 연관 짓는 부정적 인식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에 박 사무처장은 “낙태죄 폐지는 기존의 태아와 임신한 여성의 권리를 단순 대립 구도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여성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데에서 큰 의의가 있는 것”이라며 “임신‧출산은 여성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자율적이고 안전한 임신중지는 생애 전반 성‧재생산 건강 및 권리 보장을 위해 중요하다. 안전한 임신중지가 가능할 때 임신‧출산 전반의 건강 보장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성‧재생산권(Sexual and reproductive health and rights)’은 개인이 어떠한 강압이나 차별 또는 폭력 없이 성적관계의 형성과 유지 및 자녀를 가질 여부, 시기, 방법, 자녀의 수 등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최근 청년 여성을 중심으로 안전한 임신중지부터 건강한 임신, 출산까지 자율적이고 평등한 성‧재생산 건강권 전반 보장에 대한 요구가 확산하고 있고, ‘낳을 권리(임신‧출산 지원)’뿐만 아니라 ‘낳지 않을 권리(안전한 피임과 임신중지 지원)’에 대한 욕구가 균등히 나타나고 있어 단순히 임신, 출산 건강 지원만으로는 수요 반영에 한계가 발생하고 있다는 게 박 사무처장의 설명이다. 

특히 그는 임신중지를 ‘출산율 저하’ 차원의 단기적 관점이 아닌 건강한 삶과 성평등 사회를 지향하는 사회적 과제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 사무처장은 “낙태죄가 폐지되면 낙태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입장도 있다. 실제로 과거에는 낙태죄를 더 강하게 처벌해야 출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하면서 여성을 ‘출산의 도구’로 생각했다. 하지만 출산 기피 현상은 더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처벌이 아니라 여성의 임신중지에 대한 자기결정권 및 건강보장을 위해 국가가 어떠한 제도적 지원을 마련하느냐다. 미국은 1973년 낙태 합법화 당시 16.3%이던 낙태율이 1980년 29.3%까지 높아졌으나 오히려 보건의료 체계, 성교육, 피임지원 등 국가의 정책적 노력에 의해 점차적으로 낮아져 2014년 14.6%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성이 자신의 몸에 대한 주체로서 숙고를 거친 임신중지에 대한 결정을 ‘권리’로서 존중받을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남성 중심의 피임방법 결정 등 불평등한 성역할 규범에 의해 보장받지 못하고 있고 국제사회에서도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 박 사무처장은 낙태죄 자동소멸 이후 인공임신중절 관련 의료, 상담, 정보제공 등에 대한 입법 공백으로 정책 대상자와 의료 현장에서 혼란이 발생하고 있고, 인공임신중절 합법화 및 수술 가능 의료기관에 대한 공식적인 정보‧상담체계가 부재해 안전하지 못한 불법 약물 사용, 수술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그는 “국가는 임신중지에 대한 여성의 자기결정 및 건강보장 차원에서 공적 의료서비스체계 등을 보장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면서 “이와 더불어 임신한 여성이 임신중지가 아닌 유지 결정을 했을 때 지원할 수 있는 사회보장제도와 보건‧의료서비스 지원도 강화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미혼모‧한부모가족의 아동이 차별 없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위원회는 관련 법제 정비 방안을 논의하고 사회적 공론화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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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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