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좇아 韓 선택한 라바리니 감독, 女배구에 기적 안겼다 [올림PICK]

꿈 좇아 韓 선택한 라바리니 감독, 女배구에 기적 안겼다 [올림PICK]

기사승인 2021-08-05 07:00:04
스테파노 라바리니 여자 대표팀 감독이 '2020 도쿄 올림픽' 일본과의 조별 예선에서 승리한 후 선수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스포츠 관련 종사자에게 올림픽이라는 무대에 출전하고 성과를 내는 것은 가장 큰 도전이다. 나 역시 올림픽 본선 도전이 꿈이었다. 한국은 내게 꿈을 이룰 기회를 줬다.”

2019년 1월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스테파노 라바리니(이탈리아) 감독은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꿈을 좆아 한국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16세부터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이탈리아 청소년대표팀 코치로 활약, 2003년과 2007년도 유럽 청소년 선수권대회 금메달, 2005년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4위에 오르는 등 탄탄대로를 달리던 유망한 감독이 낯선 한국 땅에서 과감한 도전에 나선 것이다.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그는 시급히 체질 개선에 나섰다. 이탈리아, 브라질 유수의 클럽팀에서 시도했던 ‘토털배구’를 여자 대표팀에 이식했다. 

일반적으로 한국 여자 배구는 이동 공격, 시간차 공격 등 남자배구에선 잘 쓰지 않는 공격 패턴을 사용했다. 3명의 공격수, 그중에서도 에이스 김연경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고 미들블로커가 속공에 가담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러나 라바리니 감독은 리베로와 세터를 제외한 선수 전원이 공격에 나서는 ‘토털배구’를 강조했다. 공격수 3인에 미들블로커가 가세하는 4인 공격 시스템을 이식했고, 중앙후위 공격 등 남자배구처럼 빠르고 힘찬 배구를 주문했다.

이밖에도 라바리니 감독은 대표팀의 주축이었던 이재영‧이다영 자매가 학교 폭력 사태로 이탈하는 등 악재가 닥치자, 로테이션을 가동하며 옥석 가리기에 나섰고 최적의 조합을 찾아냈다. 이 과정에서 그간 후보로만 머물렀던 세터 염혜선 등이 기량을 끌어올리며 팀이 보다 견고해졌다.

코트 안에서는 번뜩이는 전략과 용병술을 앞세워 대표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특히 4일 열린 도쿄올림픽 터키와의 8강전에선 라바리니 감독의 이러한 능력이 빛을 발했다.

그는 적재적소에 정지윤, 박은진 등의 후보 선수들을 투입하며 효과를 봤다. 이에 앞서서는 선수들 개개인에게 구체적인 지시를 하며 방향성을 잡아줬다. 

블로킹을 6개나 잡아내며 터키의 공격을 저지한 양효진은 “블로킹 감이 안 좋았는데, 라바리니 감독님이 어떻게 생각하고 해야 할지 계속 알려줬다”며 “감독님은 비디오를 보고 하나하나 가르쳐 주시는 스타일이다. 감독님이 알려준 대로 하면 박자도 맞는다”라고 라바리니 감독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상대 팀에 따라 맞춤식 전략을 마련했다”며 “전략에 따라 엄청난 훈련을 했는데, 그 과정이 결과로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김연경 역시 “감독님께서 전략, 전술을 잘 짜주셔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거 같다”며 엄지를 추켜세웠다. 

여자 배구 대표팀은 터키를 3-2로 꺾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기적에 가까운 승리였다. 터키는 세계 랭킹 4위로 객관적인 전력에선 한국에 크게 앞선다. 김연경 조차 준결승 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라바리니 감독의 지휘 아래 똘똘 뭉친 한국은 생각보다 훨씬 더 강했다.

“매일매일 꿈꾸는 거 같다. 이 꿈을 깨고 싶지 않다”고 기뻐한 라바리니 감독은 “우리의 능력을 우리 스스로 믿는다면, 승부의 추는 우리의 손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남은 두 경기에서도 좋은 결과를 끌어내겠다”고 밝혔다.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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