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언론중재법’ 처리에 속도전… ‘정치적 의도’ 있나

민주당, ‘언론중재법’ 처리에 속도전… ‘정치적 의도’ 있나

문체위 이어 법사위까지… 與, 새벽 4시경 단독 표결
전문가들 입 모아 “정치적 의도 있다”
‘與 보호법’, ‘지지층 의식’, ‘성과 보여주기’ 분석 나와

기사승인 2021-08-27 06:00:10
박주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직무대리(가운데),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오른쪽), 김영배 의원이 25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쿠키뉴스] 최기창‧김은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중재법 처리를 위해 앞만 보고 달리고 있다. ‘언론탄압’이라는 비판에 관해서는 귀를 닫고 있는 모양새다. 사회적 숙의 과정도 없이 입법을 서두르는 민주당을 두고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은 25일 새벽 4시경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언론사의 허위‧조작 보도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을 통과시켰다.

이날 회의장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없었다. 24일 오후 3시20분경 시작된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밤 12시가 지나도 결론이 나지 않자 법사위원장 직무대리인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차수 변경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야당 의원들은 국회법 위반이라고 항의하며 퇴장했다.

이후 민주당은 일사천리였다. 민주당 법사위 의원들은 25일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 등 다른 법안을 심사한 이후 마지막 안건이었던 언론중재법 심의를 오전 2시경부터 이어갔다. 

반대가 없는 회의장에서 민주당은 독소조항이라고 지적받는 조항을 오히려 강화시키기도 했다. 언론사에 관한 처벌 수준을 규정하는 중요 문구를 임의로 수정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의 전제 조건인 ‘언론 등의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어야 한다’는 조항에서 ‘명백한’을 삭제했다. 또 고의 중과실 조항에서도 ‘회복하기 어려운 경우’, ‘피해를 가중시킬 경우’와 같은 단서 역시 뺐다.

‘자문자답’ 식으로 2시간 동안 심사를 이어간 민주당은 결국 오전 4시경 단독으로 언론중재법을 처리했다. 국회 본회의로 가는 관문인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마저 야당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채 통과됐다. 박주민‧김남국‧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환하게 웃으며 주먹 인사를 나눴다.

이 과정에서 협치는 없었다. 민주당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의 법안소위, 안건조정위, 전체회의에 이어 법사위까지 모든 입법 단계에서 개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부터), 박주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직무대리, 김승원, 김영배, 소병철 의원 등이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뒤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여러 관측을 내놨다. 특히 민주당의 ‘노림수’가 있다고 해석하는 모양새다. 이들은 26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고 입을 모았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권력집단을 보호하는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개정안에는 허위‧조작 보도의 고의 및 중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요건 중 하나로 ‘기사의 본질적 내용과 다른 삽화 등을 넣어 내용을 왜곡하는 경우’가 담겨있다. 이전에는 명예훼손으로 걸리지 않았던 것”이라며 “이런 조항이 들어간 배경은 명확하다. 여당 정치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지지층을 의식한 행보로 읽힐 수 있는 여지가 다분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정치적으로 반발은 있겠지만 지지층이 결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언론개혁에 관한 지지층의 호응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선을 앞두고 입법성과를 내야한다는 부담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민주당이 180석을 차지했지만 내세울 만한 성과가 없다. 대선을 앞두고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언론 불신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정권 초반부터 언론인들은 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 언론개혁을 요구했다. 어떤 것도 개선된 것 없는 상황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만 밀어붙이는 것을 보면 정치적 의도가 있지 않나 하는 물음을 갖는 건 너무 당연하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이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고도 했다. 권 사무처장은 “그동안 언론중재법에 독소조항이 많다고 수없이 얘기해왔다. 그런데 민주당은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국민 여론을 근거로 들어 언론중재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최근 쿠키뉴스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의 강행 처리에 대해 국민 50.9%가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선택적으로 유리한 것만 취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당내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언론중재법은 충분한 논의를 통해 동의를 구하고 숙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지금 행태는 별로 좋지 않아 보인다. 국민을 보고 해야 한다. 협치도 필요하다”고 쓴소리했다.

다만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판단하긴 이르다”면서도 “언론중재법은 마땅히 폐지돼야 할 법이다. 아마 위헌 소송을 내면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정을 내리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언론중재법 처리를 강행하는 모습을 보고 중도층이 외면할 수 있다고도 전망했다. 신 교수는 “대선에선 중도층이 중요한데 언론중재법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다. 입법독주를 하면 독선과 오만 이미지로 찍힐 수 있기 때문”이라며 “대선을 놓고 보면 왜 강행하는지 설명이 안 된다”고 고개를 갸웃했다.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최기창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최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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